광기의 쾌감, BMW X6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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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쾌감, BMW X6 M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11.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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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MAX] : 두 대의 M을 만났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SUV의 M이라는 것. 우리는 각자의 M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봤다. 하나는 광기요, 다른 하나는 최대였다 
 

1. X6 M : MAD 
X6의 M은 ‘MAD’다. 광기 어린 가속으로 담력을 시험하고 쾌감으로 운전자를 홀린다 

M5의 엔진을 얹은 X6. 이것만으로 X6 M을 바라보는 것은 과소평가다. X6 M에는 광기가 있다. 강력한 엔진을 얹은 SUV라면 다른 모델들도 많지만, X6 M이 성능을 보여주는 방법은 극단적이다. 편안하게 달릴 때는 너그럽지만, 성능을 완전히 발휘할 때면 야수의 등에 올라탄 것 같다.
 

인상부터 만만치 않았다. 기존의 디자인 방향을 이어가되 새로운 패밀리룩을 더한 2세대 X6의 디자인은 강렬하다. 커다란 덩치, 튀어나온 근육처럼 보이는 펜더, M 배지에 걸맞게 공기흡입구를 키운 범퍼, 뒤로 훅 구부러지면서 멋을 강조하는 지붕선, 뒤로 향할수록 쫑긋 솟는 차체의 캐릭터라인. 이 모두가 어우러져 근육질의 동물을 떠올리게 한다. 키드니 그릴과 맞닿는 커다란 헤드램프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뉘겠지만, BMW의 디자인이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실내다. 새로운 실내 구조를 제시하는 모습이다. 기존과 달리 선을 겹쳐 쌓듯 만든 대시보드의 모양이 이채롭다. 선을 긋고 층을 나눠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시각적으로 분리하는 효과를 줬다. 그 때문인지 아래 달린 카본과 피아노 블랙 트림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실내 거의 모든 곳을 진한 갈색과 짙은 검정색 가죽으로 감쌌다.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이 부드럽다. 구석구석 찾아봐도 플라스틱이 드러난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알칸타라로 만든 천장 재질도 손닿는 모든 곳이 매끈하다. 흔히 자동차의 실내공간을 가구와 비교하는데, 이런 호사스러운 느낌은 고급가구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다. 밤이 되면 무드 등으로 곳곳에 빛의 선을 긋는다. 센터 페시아 위의 뱅앤올룹슨 스피커는 마치 조각상에 불을 비추듯 빛을 받아 빛나는데, 조명 색상과 세기도 조절 가능하다.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실내를 맞출 여지가 충분하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뒷좌석 또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하다. 가죽의 질감은 매끄럽고 쿠션은 탄력적이다. 정자세로 앉았다. 다리 공간은 평균 수준. 다만 키 180cm의 성인이 정자세로 앉기에는 머리 공간이 걸렸다. 쿠페 감각의 지붕선이 뒷좌석 머리 공간을 줄였기 때문. 뒷좌석 승차감은 편안하다. 전자식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을 세련되게 걸러내 준다. 다만 회전수를 높여 달릴 때는 배기음이 뒷좌석에서 더 잘 들린다. 
 

시동을 걸자 M 전용의 계기판과 기어레버를 다시 한 번 의식하게 됐다. 만만치 않은 차를 만났단 기분이다.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V8 4.4L 트윈터보 엔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엔진은 기계에 불과하지만,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개성 강한 엔진일수록 그렇다. 다운사이징 시대에 맞춰 터보차저를 달았다지만, M의 개성이자 존재 이유인 강력함이 주는 아우라는 숨길 수 없다.
 

공회전 상태의 실내는 고요하고, 엔진의 숨소리는 아주 작게 들렸다. 회전수를 높이지 않았음에도 굵직한 엔진의 노래가 들린다. 언제든 넘치는 토크 덕분에 가속이 가볍다. 76.5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2,200rpm부터 5,500rpm 구간의 가속은 아주 드라마틱하다. 순식간에 치솟는 속도가 통쾌하다. 엔진의 회전 질감 또한 아주 매끄럽다. 고회전으로 치솟아 오를 때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그 정교함이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SUV가 이렇게 빨라도 되나’ 싶었다.
 

엔진, 서스펜션, 스티어링의 모드를 모두 스포츠 플러스로, 변속기는 수동으로 바꿨다. 스티어링은 무게를 잡았고, 서스펜션은 단단해졌다. 엔진의 반응성 또한 한결 빨라져, 가속페달을 섣불리 밟으면 울컥거리며 운전자를 질책할 정도. 가속페달을 꾹 밟자 ‘미쳤다’란 생각이 들었다. 가속의 감각이 강렬했기 때문. 엔진은 저항 없이 순식간에 최고출력을 내는 6,000rpm까지 솟구친다. 575마력을 너무나 손쉽게 뽑아낸다. 터보랙이란 찾아볼 수 없이 등을 후려친다. 강력한 힘에 홀려 변속을 거듭해도 압도적인 힘은 쉽게 줄지 않는다. 
 

연달아 힘을 끌어내는 성능에 놀랐다. 속도계 바늘이 타코미터 바늘 뛰듯 성큼 뛰어오른다. 가속페달을 놓아버릴까 고민했다. X6 M의 0→시속 100km 가속은 4.2초. 공차중량 2,340kg의 SUV로는 믿기지 않을 폭력적인 가속이다. 무지막지한 힘에 더해 촘촘하게 맞물린 자동 8단 변속기의 효과일 것이다. 마치 DCT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속이 빠르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변속 충격까지 더해 달리는 맛을 더한다. 역시 M의 본질은 가장 자극적인 세팅에 있다는 생각이다. 안정감 위에 스릴을 더하는 묘미랄까. 
 

그런데, 믿고 버틸 만한 구석이 있다. 감각은 흉포할지언정, 움직임이 아주 안정적이라는 것. 언제든 도로를 붙잡기 위한 네바퀴굴림 구동계와 거대한 타이어 덕분이다. 앞 타이어의 폭은 285mm, 뒤 타이어의 폭은 325mm다. 슈퍼카에서나 볼 수 있을 거대한 타이어의 접지력이 끝내주는 데다, 미끄러짐을 허용하지 않는 네바퀴굴림이 차체를 붙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고속으로 휘어지는 와인딩 코스에서도 중력을 잊은 듯 달렸다. 속도계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안정감에 취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기 일쑤였다. 물론 X6 M은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고 코너를 돌아나갔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약간의 기울임이 있지만,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줄곧 평행을 유지하려 든다. 엉망인 노면을 달렸지만 승차감은 여전히 매끄럽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감각에 취해 줄곧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울부짖는 타이어 덕분에 빨리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코너에서든 직선에서든 X6 M은 줄곧 비현실적인 감각을 안겨준다. 편안하고 안정적이라 평소에는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지만, 본성을 일깨우면 미친 듯이 달린다. 엄청난 속도감을 쏟아내듯 안겨주고, 그 과정이 아주 야성적이다. 그래서 카이엔 터보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 대비 편의장비에서는 크게 앞서고, 운전 감각이 훨씬 짜릿하다. 둘의 최고출력은 비슷하지만, 힘을 풀어내는 방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 카이엔 터보는 모든 힘을 꺼내 쓸 때조차 자연스럽고 다루기 쉽지만, X6 M은 자신에게 덤벼보라는 듯이 운전자를 계속 자극한다. 그 광기가 X6 M의 매력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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