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패밀리카,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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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패밀리카,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11.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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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만족스럽지만, 안타깝게도 앞바퀴굴림밖에 없다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란 간선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산과 들을 횡단한다는 뜻. 볼보에서 크로스컨트리 모델은 세단·해치백·왜건 등 전통적인 승용 모델과 SUV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다. 실용적인 레저용 자동차를 원하지만, SUV는 부담스러운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볼보가 크로스컨트리를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1997년 1세대 V70을 통해서다. 뒤 유리 아래 크로스컨트리라고 쓰여 있긴 했지만, 정확한 모델명은 V70 XC였다(XC가 크로스컨트리의 약자). 2003년에 2세대 V70 XC가 모델명을 XC70으로 바꾸면서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이후 V40 크로스컨트리가 나오기까지 10년의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볼보는 V40에 이어 올해 초에는 S60과 V60의 크로스컨트리 버전도 선보이며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S60의 왜건형인 V60에 오프로드 역량을 더하고 겉모습을 터프하게 꾸민 모델이다. 국내시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지만, 유럽에서는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폭스바겐 올트랙 등 비슷한 콘셉트의 모델들이 확고한 영역을 차지한 지 오래다. 

일반 V60과 가장 다른 점은 껑충한 자세다. V60보다 키를 65mm 높여 201mm의 최저 지상고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높이는 1,545mm로 XC60보다 170mm 낮다. 덕분에 루프레일 접근성이 XC60보다 훨씬 좋다. 대다수의 SUV처럼 높이가 1.7m가 넘으면 지붕을 활용하는 게 힘들다. 반면, V60 크로스컨트리는 편하게 루프박스를 이용할 수 있고, 특히 자전거를 싣고 내릴 때 아주 편리하다. 

외관 디자인은 앞서 데뷔한 V40 크로스컨트리와 마찬가지로 볼보의 크로스컨트리 공식을 따랐다. 벌집 모양으로 굵직굵직한 라디에이터 그릴, 금속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댄 앞뒤 범퍼와 로커 패널, 든든한 휠 아치 몰딩 등으로 터프한 모습이다. 약간의 터치로 여성적인 분위기의 V60을 남성미 물씬 풍기는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솜씨가 좋다.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일반 V60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크로스컨트리 시그니처 컬러인 브라운 스티치로 꾸미고, 센터 페시아와 도어에 실제 나무로 만든 장식(인스크립션 리니어 월넛 데코)을 적용한 것이 일반형과의 차이. 앞에는 스포츠 시트를 적용했고, 리어 시트는 40/20/40으로 나뉜다. 

리어 시트가 모두 제 위치에 있을 때의 트렁크 공간은 692L. 490L인 XC60보다 약 200L나 더 넓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적재용량은 최대 1,664L까지 늘어난다. 최대 적재용량은 XC60이 1,909L로 앞선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국내에 총 세 가지 트림(D4, D4 AWD, T5 AWD)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D4가 5천220만원, D4 AWD와 T5 AWD은 5천550만원이다. 기본형인 D4는 직렬 4기통 2.0L 트윈터보 디젤 드라이브-E 엔진으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내고,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린다. 

D4 AWD에는 D5 유닛에 뿌리를 둔 직렬 5기통 2.4L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은 D4와 같은 19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조금 높은 42.9kg·m이다. 6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뤄 네 바퀴를 굴린다. 
 

유일한 휘발유 모델인 T5 AWD는 직렬 5기통 2.5L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6.7kg·m을 발휘한다. D4 AWD와 마찬가지로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AWD 모델에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네바퀴굴림용 드라이브-E 개발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승 행사가 열린 9월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듯 서울 가시거리가 평소의 3배인 30km에 달한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었다. D4와 D4 AWD의 운전대를 번갈아 잡고 경기도 가평군 일대의 포장도로와 비포장 산길을 달렸다. 

주행감각은 좋은 의미로 일반 V60과 차이가 없다. 키를 높였지만 보디 롤이 늘지는 않았다. 승차감도 일반형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다이내믹 섀시를 적용해 헐렁한 느낌 없이 시종일관 탄탄하다. 충격을 뾰족하게 전달하는 법은 없지만, 간혹 필요 이상으로 단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핸들링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약간 부드럽게 세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D4의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은 아주 만족스럽다. 저회전부터 풍부한 토크가 자연스럽게 나와 줘서 다루기 쉽고, 회전이 매끄럽고 조용하다. 최신 디젤 엔진다운 작동감이다. 반면, D4 AWD의 5기통 디젤 엔진은 상대적으로 거친 느낌이다. 제원표 상으로는 2.4L 디젤의 최대토크 발생시점이 2.0L 디젤보다 앞서지만, 실제로는 저회전에서 더 무거운 느낌을 받는다. 
 

D4와 D4 AWD의 핸들링 특성 차이를 확인하기엔 시승 여건이 충분치 않았다. 네바퀴굴림 모델은 평소에 앞바퀴만 굴리다가 필요에 따라 전자제어 유압식 클러치를 통해 뒷바퀴로 최대 50%의 동력을 보낸다고 한다. 

돌덩이들이 박힌 울퉁불퉁한 비포장 산길에 들어서고 나서야 껑충해진 높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반 V60으로는 진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길을 뒤뚱거리며 성큼성큼 나아갔다. 앞바퀴굴림 D4도 무리 없이 잘 올라가긴 했지만, 역시 네바퀴굴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D4가 앞에서 잡아끄는 느낌이라면, D4 AWD는 뒤를 박차고 나가는 느낌으로 험로를 헤쳐 나간다. 

AWD 모델은 경사로 감속주행장치(HDC)도 갖추고 있다(휘발유 디젤 공통). HDC는 미끄럽고 거친 내리막에서 자동으로 일정한 속도(전진 시속 10km, 후진 시속 7km)를 유지하는 일종의 오프로드용 크루즈 컨트롤. 비포장 험로에서 아주 유용하다. 

V60과 크기와 가격대가 비슷한 왜건으로 현재 푸조 508 SW 2.0 HDi(4천640만원), 320d 투어링 M 스포츠 패키지(5천610만원), C220d 4매틱 에스테이트(6천20만원)밖에 없다. 이러한 국내 실정에서 V60 크로스컨트리는 독보적인 존재다. 동급 모델에 비해 기본 장비가 충실하고, 험로주행능력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모도 근사하다. 가장으로서 이 차에 끌리는 이유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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