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 속에 숨겨진 짜릿함, 포르쉐 911 타르가 4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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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 속에 숨겨진 짜릿함, 포르쉐 911 타르가 4 GTS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10.0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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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가의 완성판, 911 Targa 4 GTS

우리. 그러니까 나와 포르쉐 911 타르가 4 GTS는 빗속에서 처음 만났다. 지붕을 열 수 있는 차를 비 오는 날에 만나는 것은 조금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상심치 않기로 했다. 대상이 바로 타르가 GTS니까.

타르가는 다채로운 포르쉐 911 라인업 중에서도 유독 튀는 모델이다. 911에서 여유와 낭만을 찾는 이들을 위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지붕을 여는 것은 낭만적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실 지붕을 여는 것은 카브리올레도 마찬가지이기 때문. 
 

하지만 둘의 지향점에는 차이가 있다. 카브리올레는 지붕을 열어 911의 성능을 더 선명하게 느끼기 위한 차다. 쿠페와 같은 뒷바퀴굴림, 터보 등의 라인업을 갖추는 이유다. 반면 타르가는 네바퀴굴림만 있고, 더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단다. 그래서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그래서 여행에 잘 어울린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포르쉐 기준. 쉽게 한계를 볼 수 없을 만큼 성능도 뛰어나다. 타이어가 비명을 질러대도 무슨 일 있냐는 듯이 안정을 유지하며 코너를 돌아나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순간마저 여유가 넘친다는 것. 어떤 길이든 자신만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차다. 
 

그런 타르가 중에서도 GTS는 더 특별하다. 속도와 성능을 더 끌어올려 만든 최상위 모델이다. 타르가 GTS의 수평대향 6기통 3.8L 엔진은 카레라 S의 엔진과 구조적으로 같다. 반면 흡기 매니폴드, 실린더 헤드, 캠샤프트 등을 매만져 성능을 높였다. 최고출력은 430마력으로 30마력이 올랐고, 최대토크는 44.9kg·m로 같다.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가 아니다. 속도를 낮춰 느긋하게 달릴 때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넉넉한 힘을 내는 엔진은 부드럽게 가속하고, 오밀조밀 짝을 맞춘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1,500rpm마다 변속을 잇기 때문. 게다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을 때면 엔진과 변속기의 연결을 끊어 타력 주행하는 코스팅 기능 또한 수시로 개입한다. 높은 연비를 끌어내기 위한 비책이다. 시속 100km로 주행할 때 엔진회전수는 7단 1,600rpm. 시속 10km를 높일 때 약 200rpm이 오른다. 
 

속도를 높여 달려도 승차감은 여전히 편안하다. 노멀과 스포트의 두 가지 단계로 바꿀 수 있는 서스펜션은 어느 모드에서도 줄곧 평행을 유지한다. 계속 차체의 움직임을 살펴 감쇠력을 조절하기 때문. 자세를 좀처럼 무너트리지 않는다. 노면의 충격을 전달하는 정도는 모드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스포트 모드에서 노면의 충격을 전하는 양이 늘었다. 물론 더 단단하게 버티는 맛이 살아난다. 
 

주행 모드를 스포트 플러스로 바꿨다. 댐퍼는 더 단단해지고, 가변배기를 풀어 소리는 더욱 커졌다. 가속페달의 반응도 한결 빨라졌다. 아주 날카롭게 다듬은 기계식 스로틀을 떠올리게 한다. 맘먹는 대로 움직이는 뛰어난 반응성에 감탄했다. 하지만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진짜 매력은 고회전 영역부터 시작이다. 엔진은 울부짖고 순식간에 풍경이 바뀐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엔진. 회전수를 올릴수록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계 회전수까지 힘을 끌어내는 기분에 취해 가속페달을 계속 밟게 됐다. 엔진의 힘에 취해 고회전을 탐했다. 
 

엔진의 유혹 비결은 토크의 유지다. 최대토크 44.9kg·m을 5,500rpm에서 낸 후, 하락하는 토크의 양을 바탕이 된 카레라 S의 400마력 엔진에 비해 줄였다. 7,500rpm에서 최고출력 430마력을 뽑아내기에, 회전 한계치인 7,800rpm까지 다가가는 동안 줄곧 힘이 차오르는 기분이다. 상대적으로 토크를 더 남기니 힘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고, 엔진의 질감이 더욱 생생해진다. 그만큼 주행은 더 짜릿해진다. 자연흡기 엔진에 대한 사랑이 다시 불붙는다.
 

그렇게 한껏 속도를 올렸음에도 불안감이 없다. 계속 구동력을 살펴 힘을 분배하는 네바퀴굴림 구동계 덕분. 속도와 접지력,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앞뒤의 구동력 분배를 계속 바꾼다. 움직임이 자연스러워 구동력 배분의 차이를 바로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행여나 바퀴 하나가 아주 잠깐 미끄러지는 것은 느낄 수 있어도, 차체가 움직이거나 흔들리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단단한 안정감을 벗어날 방법은 없다.
 

다시 비가 거세게 쏟아졌다. 결국 집에 돌아와 생각에 빠졌다. 박스터 GTS에 약간 미련이 갔다. 솔직히 말하면 둘 다 갖고 싶다. 박스터 GTS라면 서킷을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고, 타르가 GTS를 사면 일상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눈 내리는 날도 괜찮을 것이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저절로 눈이 떠졌다. 동이 트려면 한참 남은 새벽. 하늘은 어두웠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다는 판단이 들자 갑자기 몸에 힘이 솟았다. 포르쉐는 요물이 맞나 보다. 스포츠카는 무엇인가? 매순간 절박하게 달리며 랩타임을 줄여나가는 것이 스포츠카의 전부는 아니다. 사람의 조작과 자동차의 반응이 만드는 합주의 즐거움에 빠져들 때 비로소 스포츠카는 본질을 찾는다.
 

지붕을 열고 길을 나섰다. 새벽의 적막을 즐기며 조용히 달렸지만, 마음과 머리를 수많은 느낌과 생각들이 줄곧 두들겼다. 물에 젖은 바람의 감촉, 새벽의 하늘빛, 뒤에서 울리는 엔진의 소리… 그저 지붕을 열어젖힌 것뿐인데, 감각의 범위가 수도 없이 넓어진 기분이다. 지붕이 참 많은 것을 막고 있었나 보다. 부드럽게 구부러진 산길을 지날 때 위에서 속삭이듯 들리는 바람과 나뭇잎의 노래가 들린다. 운전자를 감싸는 환경과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운전은 더욱 생생해지고, 기억은 천연의 빛깔로 물든다. 완벽하게 차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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