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 대 멋쟁이, 코란도C vs 캐시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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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 대 멋쟁이, 코란도C vs 캐시카이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9.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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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가장을 위한 두 가지 제안, 하나의 선택. 상남자 대 멋쟁이. 선택은?

둘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꽤 어렵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비슷한 콘셉트의 차라면 냉정하게 완성도를 따지겠지만, 전혀 다른 콘셉트의 차라면 어느 쪽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 같은 차종 안에서도 각 모델마다 성향은 다르다. 적당한 크기의 도시형 SUV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제작사의 경험과 추구하는 방향이 담기기 때문. 그래서 코란도 C는 꽤 마니아적인 차다. 오프로드로 잔뼈가 굵은 쌍용의 제조 철학이 담겨 있다. 반면 닛산 캐시카이는 세련된 감각을 자랑한다. 승용차 잘 만드는 닛산의 감각이 살아 있는 차다. 이 둘의 장점 중 무엇을 택해야 할까? 젊은 가장의 심정으로 선택에 나섰다. 
 

두 대를 같이 세워놓고 보니, 지향점의 차이가 더욱 돋보인다. 코란도 C의 디자인은 단단한 이미지를 강조한 쪽이다. 곳곳을 세심하게 다듬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영 체질에 걸맞지 않는 모양. 옛 코란도부터 내려온 오프로드의 꿈은 잊질 못한 모양이다. 남성적인 매력을 담백하게 풀어낸 디자인부터 그렇다. 헤드램프, 그릴, 범퍼, 사이드 캐릭터라인 등 모든 부분이 큼직하게 제 위치를 차지했다. 굳이 세밀한 선 담지 않은 담담함이 시선을 끈다. 뭔가 상남자 같은 느낌이 난달까.
 

반면 캐시카이는 도시의 꿈을 꾼다. 시작부터 그랬다. 2006년 등장한 캐시카이 1세대는 르노 메간의 닛산 C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다. 작고 민첩한 도시형 SUV라는 특징을 앞세워 깐깐한 유럽시장에서 인정받았다. 2013년 11월에 등장한 2세대 모델(국내시장에는 2014년 11월 선보였다)은 르노-닛산의 미래를 책임질 완전 신형 CMF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층 완성도를 높였다. 투박한 옛 모습을 던지고 닛산의 신형 패밀리 룩을 따라 더욱 날카로워진 모습이다. 코란도가 상남자라면 캐시카이는 멋쟁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둘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정반대다. 좀 더 크고 호방한 모습의 코란도 C. 좀 더 작고 민첩한 캐시카이.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둘의 크기 차이가 이외로 적다는 것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높이는 코란도 C가 125mm 더 높지만,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차이가 최소에 머물기 때문. 코란도 C가 길이 30mm, 너비 25mm, 휠베이스 5mm 더 크다. 디자인만 봐서는 쉽게 눈치채지 못할 부분이다.
 

휠베이스는 거의 같다지만 실내 구성의 차이는 크다. 두 모델 모두 공간은 충분하지만, 조금 더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코란도 C였다. 더 높은 지붕도 영향을 미치지만, 중요한 것은 실내 설계의 철학 차이라는 생각이다. 코란도 C의 실내는 단순한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버튼을 최소한도로 줄인 센터 페시아의 구성이 그렇다. 멋지지는 않지만, 실용적인 부분이 보인다. 넓은 대시보드, 높은 유리창 덕분에 시야가 좋다. 
 

더불어 운전 중 잡동사니를 담아둘 공간을 여럿 만들어 두는 센스 또한 좋다. 뒷좌석의 착좌감은 평균 수준. 승차감이 캐시카이에 비해 약간 단단하고 출렁이는 감이 있다. 하지만 넓은 공간으로 이를 만회한다. 성인이 타도 다리 공간이 넉넉하기 때문에, 아이가 탈 때는 더 넓게 느껴질 것이다. 여행용 캐리어 4개를 실어도 충분한 트렁크 공간은 또 어떻고.
 

반면 캐시카이의 실내는 상대적으로 승용차 감각이 돋보인다. 껑충 높아진 높이에 맞춰 여러 변화를 더했을지언정 닛산의 다른 모델들과 기본적인 디자인 요소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센터 페시아의 기능, 배치, 디자인은 알티마와 많이 닮았다. 좌석 위치도 상대적으로 낮다. 낮게 깔린 세단을 좋아하는 이라도 순식간에 적응할 수 있겠다.
 

뒷좌석 공간은 코란도 C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지만, 앉기에는 편하고 공간은 평균 정도다. 승차감은 좀 더 세련된 느낌. 위아래 흔들림이 덜하고, 노면의 충격을 더 잘 거슬러 낸다는 느낌이다. 트렁크 공간은 세그먼트 중에서는 상위권 수준이다.
 

먼저 캐시카이를 몰고 출발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탄력적인 핸들링. 스티어링을 꺾었을 때의 반응이 빠르면서도 점진적이다. 닛산 특유의 핸들링 감각이 살아 있다는 점을 높게 치고 싶다. 스티어링의 무게감이 적당하고, 반발력이 좋다. 스티어링을 꺾는 만큼 정확히 움직이기에 예측 가능한 주행이 된다. 코너링 시 서스펜션은 약간 출렁이지만, 충분히 예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다.
 

캐시카이의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2.6kg.m을 낸다. 무단변속기(CVT)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닛산 모델의 대부분에는 CVT가 적용된다. 전통적인 자동변속기와 다른 감각이라는 점은 호불호가 나뉠 부분이다. 장점은 가속이 매끄럽고 연료효율성이 높다는 것. 엔진회전수를 균일하게 유지하며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주행을 선호하는 사람과 궁합이 맞을 것이다.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고 달릴 때 그 매력이 더욱 확실한 이유다. 하지만 캐시카이의 재미를 생각하면 수동 모드로 타는 것이 더 좋을지도. 캐시카이의 CVT는 7단 수동 변속 모드를 지원하기에 더욱 그렇다. 
 

굳이 빠르게 달리려 하지 않아도, 캐시카이의 가속은 가볍다. 고속 안정감이 상당히 뛰어났다. 노면의 굴곡과 충격을 받아내면서도, 연속적인 흔들림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스티어링으로 노면을 느끼기에는 살짝 희미하지만, 움직임이 안정적이고 흔들림이 적다. 서스펜션의 세팅이 뛰어나고, 차체의 강성 또한 뛰어나서다. 작고 재빠른 SUV로만 바라보기에는, 그 완성도가 아주 뛰어나다. 주행에 있어서는 시장 경쟁자 대부분을 앞서는 감성을 자랑한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적용, 네바퀴굴림의 적용 정도다.
 

코란도 C에 올랐다. 지난 시승을 떠올려보면 코란도 C의 움직임은 줄곧 여유로웠다는 생각이다. 느긋한 가속페달의 반응 덕분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웬걸. 초반 가속이 완전 달랐다. 새 엔진 얹고 구동계를 전면 조율한 덕분이다.

코란도 C는 2016년형 모델부터 기존의 직렬 4기통 2.0L 엔진을 대체하는, 직렬 4기통 2.2L 신형 엔진을 얹는다. 배기량 변화는 약 10%. 하지만 성능을 끌어내는 방식의 변화는 그 이상이다. 회전수를 낮춰 달려도 가속이 가볍고 빠르다. 기존 엔진에 비해 상당히 호쾌한 달리기가 특징이다. 이유는 세 가지. 최대 토크 증가, 최대토크 구간 변화, 스로틀 매핑의 변화다.
 

신형 2.2L 엔진은 최고출력 178마력을 4,000rpm에서 낸다. 기존 엔진대비 3마력이 줄었다. 하지만 최대토크가 11%(4.1kg.m) 이상 늘어 40.8kg.m이 됐고, 최대토크 구간 또한 더 낮아졌다. 기존의 2.0L 엔진은 변속기에 따라 엔진세팅이 달랐다. 수동은 149마력, 자동은 181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최대토크는 36.7kg.m로 같았지만, 최대토크 구간도 서로 달랐다. 반면 신형 엔진은 변속기 가리지 않고 같은 성능을 낸다. 그만큼 생산에 드는 비용을 아껴 더 나은 자동차 만들기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가속. 출발부터 시작해 속도가 꽤 오를 때까지 가속이 꾸준하다. 초반 반응이 빠르고, 엔진의 힘을 끌어내는 시간도 빠르다. 요즘 쌍용차는 다이내믹한 운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디젤 엔진의 강력함을 어필하는 데 힘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저회전 토크를 강화하고 스로틀 매핑을 조정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그 이상의 출력을 빠르게 끌어내 달려 나가는 차가 됐다. 섬세한 조절을 하긴 어렵지만, 한국적 취향에 맞는 차가 됐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중속에서 고속영역까지 이어지는 가속에서도 숨이 차질 않는다. 단단한 차체 덕분에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컸다. 그간 볼 수 없던 진면목을 알게 됐다. 정말 드라마틱한 변화다.
 

다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바로 스티어링 세팅이다. 힘을 내는 방식이 바뀌었다면, 셋업 또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코란도 C의 스티어링 세팅은 그다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가운데 유격 부분이 크고, 유격 부분을 넘어섰을 때의 반응 또한 느리다. 이는 쌍용 SUV의 특징 중 하나.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부분이다. 그래서 여유롭게 힘을 끌어내는 기존의 세팅이었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신형 엔진이 힘을 끌어내는 방식은 기존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다. 그만큼 주행의 페이스가 빠르게 진행된다. 그래서 스티어링 반응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물론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불안감이나 부족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왕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었다면, 좀 더 높은 주행 속도를 상정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티어링 세팅은 아쉽지만, 분명 코란도 C는 신형 엔진을 통해 한층 진화했다는 생각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모델의 아쉬움을 덜어냈다. 발걸음이 훨씬 가볍고, 속도를 낮춰 정속주행 할 때도 큰 힘을 여유롭게 쓴다는 느낌이 든다. 쌍용차 마니아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두 모델 중 하나를 고를 때가 됐다. 서로 다른 지향점만큼 매력적인 부분도 서로 달랐다. 종합적인 균형에서는 분명 캐시카이가 앞선다. 성인 4명을 태우고 달리기에 충분한 공간에, 동력성능은 살짝 뒤쳐질지언정 균형감각과 안정성이 뛰어나다. 게다가 탄력적인 핸들링을 더하면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딱 맞는 차가 된다. 코란도 C는 강력한 신형 엔진과 넓은 공간, 주거성에서 앞선다. 기존의 코란도 C와는 다른 호쾌한 가속이 매력이다. 게다가 넓고 유용한 실내는 가족을 태우는 내내 좀 더 편안한 시간을 보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면, 아무래도 공간 넓은 차가 끌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가격적 이점도 약간 더 앞선다. 캐시카이 기본형을 살 수 있다면, 코란도 C는 네바퀴굴림 모두 적용한 최상위 모델을 살 수 있다.
 

마음은 캐시카이를 원하는데, 머리는 코란도 C를 바란다. 비율은 6:4 정도. 평일 대부분의 주행을 혼자하기에 운전 재미 좋은 캐시카이가 끌리지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실내도 넓은 코란도 C는 가족을 위한 선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캐시카이를 위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캐시카이 또한 구성이 좋고, 여럿을 태워도 즐겁게 달릴 성능을 갖췄다는 것.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만족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란도 C를 선택하겠다. 가성비 뛰어난 선택을 위해 기본형 모델을 골라 편의 장비를 신중히 더할 것이다. 만일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 마음은 캐시카이로 기울지 모른다. 이래저래 힘겨운 선택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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