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매력, 현대 쏘나타 PH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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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매력, 현대 쏘나타 PHEV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9.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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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로도, 하이브리드로도 쓸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돋보인다. 주행성능 또한 역대 최고다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EV(Electric Vehicle,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중간에 서 있는 자동차다. 하이브리드의 배터리를 키우고, 외부 충전 시스템을 달아 EV로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 주행거리는 EV에 비해 짧지만, 배터리가 떨어지면 달릴 수 없는 EV에 비해, PHEV는 배터리가 떨어지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처럼 몰 수 있다. 그래서 주행거리에 제약이 없는 셈이다. EV보다 더 강력한 이점이다.

현대 쏘나타는 PHEV를 라인업에 추가한 첫 국산차다. BMW i8이 국내 PHEV의 시작을 끊었지만, 어디까지나 한정된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 결국 PHEV의 대중화는 쏘나타 PHEV의 출시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쏘나타 PHEV에게 걸린 기대감은 높다.
 

대다수 PHEV는 하이브리드를 기반으로 한다. 쏘나타 PHEV 또한 마찬가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디자인도 거의 동일하다. 휘발유 엔진 얹은 쏘나타를 기반으로 하되, 헤드램프, 그릴, 테일 램프 등의 디자인 요소를 차별화해 다른 이미지를 더했다. 친환경 라인업의 디자인을 달리하는 것은 친환경차 소유주의 만족감을 더하는 요소다. 신기한 부분을 찾는다면 주유구가 두 개 있다는 것. 앞쪽은 전기 충전을 위한 어댑터. 뒤쪽은 휘발유 주입구다. 휠도 다르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커버를 덮은 모습이다. 범퍼 끝에서 바퀴로 연결되는 공기 통로는 바퀴에 걸리는 와류를 줄인다. 연비를 위한 계책이다.
 

실내는 현대의 브랜드 컬러인 파란색 가죽으로 시트와 도어트림을 감쌌고, 푸른빛 살짝 도는 인서트 필름으로 곳곳을 강조했다. 계기판의 타코미터를 덜어내고 출력 게이지로 바꿨다. 숫자 20단위로 20%부터 100%까지 표시해, 얼마나 출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행모드 버튼을 눌러 EV(전기차), HEV(하이브리드), CHG(충전)의 세 가지 주행 모드를 바꿔 달릴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의 특기인 넓은 공간 창출과 편의장비 구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실내공간은 널찍하고, 뒷좌석은 키 180cm 성인이 앉아도 공간이 넉넉했다. 게다가 익스클루시브 등급인 시승차는 파노라마 선루프에 전동식 차양막까지 달아 더욱 뒷좌석 거주성이 더욱 좋다. 
 

쏘나타 PHEV의 특징 중 하나는 출퇴근 거리 정도의 짧은 구간이면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에는 하이브리드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PHEV 구동계 덕분이다. 쏘나타 PHEV의 구동계는 최고출력 156마력 직렬 4기통 2.0L 휘발유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 사이에 50kW(약 68마력) 모터를 짝지은 형태다. 엔진과 자동변속기의 연결을 맡는 토크 컨버터를 모터로 대신해, 엔진과 모터, 변속기의 결합을 이룬 형태다. 이로써 엔진과 모터를 따로 또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터에 힘을 보내는 배터리는 뒤 차축에 있는데, PHEV의 것은 하이브리드에 비해 용량이 매우 커져 전기 모드로만 44km를 달릴 수 있다고. 현대차는 직장인 대부분의 출근 거리가 44km 이내이기 때문에 이에 맞췄다고 했다.
 

촬영을 위해 영종도로 이동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영종도로 이동하는 구간은 대부분이 직선 위주의 고속도로다. 구동계 성능을 시험할 겸, 다양한 방법으로 달려보기로 했다. 빠른 합류를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계기판의 출력게이지가 100%에 고정된다. 빠르게 속도계 바늘이 치솟는다. 타코미터가 없어 엔진회전수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분명 고회전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소리가 크지 않았다. 방음을 더한 효과인 것으로 보인다. 전기모터를 더했음에도 발진 가속은 아주 자연스럽다.

이제야 쏘나타의 섀시가 임자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LF 쏘나타의 섀시는 거동이 살짝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특히 휘발유 모델이 그랬다. 하지만 즉각적인 힘을 내주는 모터를 더한 PHEV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모터를 더해 힘을 키운 것은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지만, PHEV의 가속이 더 강하다. 이는 모터의 출력이 38kW(약 51마력)에서 50kW(약 68마력)로 약 33% 늘어났기 때문이다.
 

모터를 바꾼 것은 아니다. 설계부터 PHEV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출력을 높인 비결은 전압과 배터리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용량은 1.62kWh지만 PHEV의 배터리용량은 9.8kWh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으니 모터에 더 많은 전력을 보내도 잔량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모터에 보내는 전압을 270V에서 360V로 높여 더 많은 전력을 보내는 방식으로 모터의 출력을 높였다. PHEV의 주행이 더 강력한 이유다.

힘은 충분하지만, 부드럽게 달릴 때 매력이 더 크다. 가속이 끊임없이 연결되고, 그 질감이 더없이 매끄럽기 때문이다. 엔진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저회전 구간에서 모터가 힘을 더하기 때문에 언제든 균일한 감각을 내는 점이 좋다. 모터 소리가 살짝 들리긴 하지만, 조용하게 속도를 올려나가는 기분이 독특하다.
 

차체와 서스펜션 세팅에서 쏘나타 PHEV의 완성도는 역대 최고다. 승차감은 약간 딱딱한 것처럼 굴지만, 노면 충격을 잘 받아내고, 추가 진동을 일으키지 않는다.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안정적이다. 쏘나타 PHEV는 약간 무겁다. 차체 보강, 배터리 추가, 외부 충전 시스템 결합 등으로 공차중량이 하이브리드에 비해 130kg가 늘었다. 그러나 그 가치를 한다. 뒷부분에 배터리를 달면서 무게 배분을 개선하고 차체를 보강한 결과 차체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이와 같은 차체 변경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 또한 새로 개발했다고. 개발 목표는 일반 쏘나타와 동등한 주행성능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충분히 뛰어넘었다고 본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배터리 용량이 모자라 EV모드를 해제한다고 알림이 떴다. 드라이브 모드를 충전으로 바꿨다. 에너지를 알뜰히 모아 배터리를 충전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배도 고프니 전기 충전소에 가서 충전하는 동안 식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럼 더 저렴하게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약 44km를 전기로 가는 데 드는 비용은 1,000원도 들지 않는다. 일반 휘발유 쏘나타는 5,600원 정도, 하이브리드라면 4,000원 정도가 든다. 디젤이라면 3,500원 정도. 출퇴근 왕복거리를 합쳐 80km 선이라면 격차는 2배로 늘어날 것이다.

전기 충전소를 찾았지만, 근처에 있는 곳을 찾기 쉽지 않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근처의 대형마트에 주차 충전기가 있다고 했다. 부리나케 달려갔다. 하지만 충전기 옆에는 쇼핑 카트가 나뒹굴었고, 앞에는 일반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쇼핑 카트를 치우고 차를 댔다. 충전 버튼을 누르고 카드를 댔더니 인식이 되질 않았다. ‘카드가 잘못됐나?’ 몇 번이고 반복하다가 지하주차장에서 사자후를 외쳤다. 다행히도 다른 사람은 없었다.
 

결국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나서야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첫째. 대다수 PHEV는 완속충전만 가능하다. 둘째. 급속충전기와 완속충전기를 동시에 갖춘 곳은 별로 없다. 셋째, 기자가 찾아간 곳은 급속충전기만 있는 곳이었다. 결국 완속충전기를 갖춘 대형마트를 찾아 충전에 성공했다. 완충까지는 2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이때 무엇을 할 것인지도 고민해볼 문제다. 가장 좋은 것은 출근하는 길에 충전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충전하는 것이겠지만, 아파트에서는 콘센트 구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누진세에 대한 걱정이 크다. 기사작성일인 8월 17일 기준, 한전은 아직 정확한 PHEV 충전 요금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가정 충전 시 누진세를 막아줄 시스템 또한 공표하지 않았다. 빠른 해결책 제시를 바란다. 
 

아무튼, 충전을 마치고 다시 북적이는 거리로 나섰다. EV 모드를 누른 채로 부드럽게 주행을 시작했다. 모터의 소리만 남기는 가속이 시작됐다. 속도를 서서히 높일 줄 알았는데, 가속의 질감이 팽팽했다. 회전운동에 탄력 받듯 모터의 가속이 빨라졌다. EV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깊게 꾹 밟으면 엔진이 깨어나 힘을 보탠다. 빠르게 가속해야 할 때는 엔진을 잠깐 깨워 빠르게 가속하다 다시 엔진을 끈다. 모터만 써도 가속은 충분하다. 68마력에 불과하지만, 회전 시작과 동시에 토크를 내기 때문. 출근길 막히는 곳에서는 모터로만 달렸다. 출발 장소부터 막히는 서부간선도로를 지나 여의도의 <오토카 코리아> 사무실까지 거리는 30km가 채 안되는데, 모터만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완속충전기를 찾기가 힘들었다. 빠른 인프라 보급이 절실한 부분이다.
 

한국의 PHEV는 아직 과도기다. 우선 2016년부터 PHEV의 국가보조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PHEV는 하이브리드에 속해 100만원의 국가보조금을 받는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PHEV를 별도 차종으로 구분해, 보조금을 늘릴 예정이다. 친환경성이 하이브리드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별도의 차종으로 구분해 보조금을 늘리는 것. 합당한 변경이다.
 

보조금 액수는 국회에서 통과된 후에 확실해지겠지만, 약 500만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5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면 쏘나타 PHEV 프리미엄 등급의 가격은 3천638만원이 된다. 비슷한 사양의 프리미엄 등급으로 비교하면 휘발유는 2천860만원. 디젤은 프리미엄 등급이 없지만, 비슷하게 사양을 맞추면 3천~3천100만원이 될 것이다. 하이브리드는 보조금을 받아 3천200만원. 더 낮은 트림을 살 수 있다면 가격은 더 내려갈 것이다. 이 정도 차이라면 PHEV를 선택하겠다. 뛰어난 주행질감과 가치를 고려하면 추가 비용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V 성능만 따지기는 아깝다. 쏘나타 PHEV의 가장 큰 장점은 대다수 수입차를 앞서는 완성도다.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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