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비행접시, 1952 알파로메오 1900 C52 ‘디스코 볼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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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행접시, 1952 알파로메오 1900 C52 ‘디스코 볼란테’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9.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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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로메오는 창립 초기부터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하며 고성능 스포츠카 메이커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져나갔다. 그러나 1930년대에 들어 대공황의 여파로 경영난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본사 공장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되어버렸다. 

종전 후 재건에 나선 알파로메오는 1950년 파리모터쇼에서 중형 세단 1900을 선보였다. 최고급 고성능 스포츠카를 소량 생산하던 브랜드 정체성을 버리고, 대량생산 메이커로 변신을 꾀한 것. 1900의 판매 당시 슬로건은 ‘경주에서 이긴 가족용 자동차’였다. 
 

패밀리 세단임에도 새로 개발한 4기통 DOHC 엔진과 독립 서스펜션을 적용하는 등 모터스포츠에서 갈고닦은 첨단기술을 아낌없이 넣은 것이 특징. 단일 모델로는 창사 이래 최다 판매기록을 세우며 크게 성공했다. 덕분에 명맥이 끊겼던 슈퍼스포츠카를 부활시킬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 
 

알파로메오는 1900을 기반으로 고성능 경주차 개발에 착수했고, 차체 제작을 위해 밀라노의 코치빌더 ‘카로체리아 투어링’과 손잡았다. 당시 투어링은 ‘슈퍼레제라’(Superleggera : 이탈리아어로 초경량이라는 뜻)라는 공법으로 명성이 높았다. 슈퍼레제라는 가느다란 강관으로 스페이스 프레임을 만들고, 얇은 알루미늄 합금 판을 외피로 덮는 제조 방법. 

알파로메오와 투어링이 공동 개발한 1900 C52는 ‘디스코 볼란테’(이탈리아어로 비행접시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모양이 비행접시와 닮았다고 붙은 별명이었는데, 이제는 정식 모델명보다 디스코 볼란테로 통용되고 있다. 디스코 볼란테의 무게는 735kg에 불과했고, 공기저항계수는 겨우 0.25였다. 
 

4기통 1,997cc DOHC 엔진으로 6,500rpm에서 최고출력 158마력을 냈고, 최고시속 220km까지 달렸다. 시험 삼아 몇 개의 경주대회에 출전했는데, 경주차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가볍고 빨랐지만, 고속에서 차체가 떠올라 조종 안정성이 나빴기 때문. 

디스코 볼란테는 로드스터 1대와 쿠페 2대 등 총 3대가 만들어졌다. 쿠페 1대는 직렬 6기통 3,495cc 246마력 사양이며, 현재 토리노에 위치한 국립자동차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나머지 2대는 알파로메오 역사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현재 시세는 200만 유로(약 25억원)로 추정되는데, 개인 소장품이 아니기 때문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디스코 볼란테는 비록 모터스포츠에서 크나큰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은 재규어 E-타입 등 후대 스포츠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0년 6월, 알파로메오는 창사 100주년 기념 조형물로 디스코 볼란테를 형상화한 동상을 피에라 밀라노 엑스포 남문에 세웠다. 
 

1966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투어링은 40년 만인 지난 2006년 ‘카로체리아 투어링 슈퍼레제라’라는 새 이름으로 조용히 재탄생했다. 디스코 볼란테는 60번째 생일이었던 2012년 투어링 슈퍼레제라에 의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 카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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