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한계를 넘어... 쉐보레 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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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의 한계를 넘어... 쉐보레 스파크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9.0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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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가 상품성을 크게 높인 스파크로 국내 경차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국산 경차의 최신형 모델 ‘더 넥스트 스파크’가 나왔다. 경차란 가벼운 차를 뜻한다. ‘경제적인 차’(經車)로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법률상 용어는 ‘가벼운 차’(輕車)가 맞다. 자동차관리법은 경차를 경형자동차(輕型自動車)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내 경차 기준은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 3.6m×너비 1.6m×높이 2.0m 이하다. 

국산 경차의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세운 국민차 보급 추진 계획이 그 출발점. 이후 대우조선(대우조선해양의 전신) 산하의 대우국민차가 1980년대 후반 개발에 착수해 1991년 선보인 ‘티코’가 시초다. 
 

3세대 스즈키 알토를 기반으로 개발한 티코(TICO)는 ‘아주 작은’을 뜻하는 ‘tiny’와 ‘편안한’을 뜻하는 ‘comfortable’을 합성한 ‘작고 편안한 차’라는 의미였다. 작긴 했지만 편안한 차는 아니었던 게 사실. 2001년 단종되기까지 10년 동안 서민의 발로 사랑받았지만, 동시에 희화화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후 1세대 ‘마티즈’(M100·1998년)/‘마티즈 Ⅱ’(M150·2000년), 2세대 ‘올 뉴 마티즈’(M200·2005년), 3세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M300·2009년)로 진화했다. 그리고 올 4월 서울모터쇼에서 4세대 ‘더 넥스트 스파크’를 처음 선보였고, 지난 7월 1일 신차 발표회를 열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최신형 스파크의 첫인상은 커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전 모델보다 오히려 작아졌다. 길이와 너비는 각각 3,595mm와 1,595mm로 이전과 같고, 높이는 1,520mm에서 1,475mm로 45mm 낮아졌다. 대신 네 바퀴를 모서리로 최대한 밀어내 휠베이스가 2,375mm에서 2,385mm로 약간 늘어났다. 낮아진 지붕, 길어진 휠베이스로 인해 비례가 좋아지면서, 전형적인 경차의 이미지보다는 B세그먼트 서브 콤팩트 카 같은 인상을 준다. 
 

옆면에서는 과감하게 그은 3개의 캐릭터 라인이 눈에 띤다. 사실 경차는 차체 면적이 작기 때문에 선을 많이 쓰면 난잡해 보이기 쉽다.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 우려가 된 부분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예상외로 멋스럽다. 옆 창문 모양에서는 이전 세대의 이미지가 언뜻 보여 디자인 연속성을 느낄 수 있고, 뒷문 손잡이를 숨겨놓아 2도어 분위기를 낸 것도 이전과 같다. 시승차에는 선택품목인 16인치 휠도 적용돼 다부진 인상이다. 전체적으로, 톡톡 튀는 개성을 앞세우는 것보다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는 어른스러운 디자인이다. 
 

경차 이상으로 점잖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바깥의 분위기는 실내로 이어진다. 실내 디자인은 국산 경차의 기준을 한껏 끌어올렸다. 딱딱한 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쓰이긴 했지만, 소재 품질은 평균 이상이며, 조립품질도 양호하다. 적재적소에 고광택 소재를 써 고급감을 높였다. 계기판도 정상적인(?) 것이 달렸다. 
 

높이가 낮아진 만큼 시트 포지션도 낮아져서 붕 떠 있는 느낌이 줄었다. 지붕이 낮아졌어도 머리 공간에는 여유가 있고, 뒷자리도 마찬가지다. 뒷좌석은 3명이 앉을 수 있는 구성이고, 가운데 자리에 안전벨트도 갖추고 있다. 아무래도 차 크기가 작다 보니 다리 공간은 타이트하다. 대신 프런트 시트 아래에 넓은 공간을 마련해두어 발 공간이 여유롭다. 불편해서 앉아 있기 힘든 자리는 아니다. 
 

센터 페시아 위쪽에는 7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 잡았다. 최신형 ‘마이링크’(MyLink)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사령탑이다. 새로운 마이링크는 애플 ‘카플레이’(CarPlay)를 지원한다. 솔직히 말해 국산 경차를 통해 카플레이를 처음 접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현재로썬 기능이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좋은 세일즈 포인트가 되리라 예상된다. 아울러 신형 스파크 고객 중에 아이폰으로 기기를 바꾸는 이가 많을지도 모르겠다. 
 

결혼, 출산, 육아 등 생활주기 단계의 변화를 모두 아우르는 차를 고르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특히, 경차에 대해선 비좁은 공간이 앞으로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 마련. 유모차를 싣고 쇼핑을 갈 수 있을까? 아이들이나 부모님을 자주 태워도 괜찮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신형 스파크는 일상용도로 전혀 문제가 없다. 차 크기에 비해 거주성이 좋고, 트렁크 공간도 일주일치 장을 잔뜩 보고 모두 넣을 정도는 된다. 물론, 짐을 가득 싣고 캠핑을 자주 떠난다면 곤란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출산을 앞둔 여성이라면, 차를 선택할 때 아이의 안전이야말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일 것이다. 뒷좌석에 영유아용 안전시트를 설치하고 아이를 앉히기 때문에 전방뿐만 아니라 측면과 후방의 안전성도 중요하다. 

신형 스파크는 차체의 71.7%에 고장력(33%) 및 초고장력(38.7%) 강판이 적용됐다. 쉐보레에 따르면, 지붕은 차체 무게의 최대 4.2배 하중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고 한다. 또한,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이 모든 트림에 기본이다. 
 

단단한 골격이나 에어백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형 스파크는 동급에선 처음으로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장치를 달았다. 

스스로 제동을 걸거나, 스티어링 휠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등의 능동적인 장치는 아니다. 대시보드 위와 계기판을 통해 경고등으로 표시하는 정도. 적어도 운전자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지 독자라면 아무리 경차라도 운전의 즐거움만큼은 양보하기 싫은 신성한 영역일 것이다. 신형 스파크는 새로 개발한 직렬 3기통 1.0L 자연흡기 에코텍(Ecotec) 엔진으로 최고출력 75마력, 최대토크 9.7kg·m을 낸다. 이전 스파크에 비해 실린더 하나를 덜어냈지만, 출력은 그대로이고, 토크는 아주 약간(0.1kg·m) 올랐다.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다. 그렇지만 몸집이 작고 무게가 910kg으로 가벼워 도심 주행이 경쾌하고 운전이 쉽다. 고속도로에서 흐름을 따라가는 데도 문제없다. 다만, 토크가 빈약해 추월하려면 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는 있다. 터보 엔진도 추가해주었으면 한다. 
 

변속기는 ‘에코’ 모델을 제외한 모든 트림에 수동 5단이 기본이고, 무단변속기(CVT) ‘C-테크(TECH)’를 고를 수 있다. C-테크를 선택하면 163만원이 더해진다. C-테크는 일본 자트코(JATCO)의 최신형 CVT. 이전과 비교해서 기어 단계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CVT는 급가속 시 먼저 엔진회전수를 높게 고정하고 속도를 높인다. 때문에 일반 변속기(자동이든 수동이든)에 익숙한 사람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달리는 맛이 부족하고 소음도 크다. 하지만 새로운 C-테크는 CVT임에도 마치 자동변속기처럼 작동한다.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이면 5,000~6,500rpm 사이를 오르내리며 가속한다. 일반 자동변속기의 감각이다. 고속으로 항속할 때 또 다른 장점이 드러난다. 힘이 약한 엔진에 CVT를 물리면, 시속 100km로 항속해도 회전수가 높게 고정되어 있어 실내가 요란하다. 하지만 신형 스파크는 시속 100km를 유지할 때 2,000rpm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고속에서 낮은 회전수를 쓰기 때문에 연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경차는 정숙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신형 스파크는 기대 이상으로 조용하다. 엔진 소음과 바람소리를 잘 틀어막았고, 차세대 C-테크 덕분에 고속에서도 실내가 조용하고 쾌적하다. 다만, 노면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고, 특히 뒤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승차감도 경차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부분. 서스펜션이 탄탄하면서도 유연해 경차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차분한 움직임을 보인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덜커덕거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다. 코너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가벼운 무게와 짧은 휠베이스를 감안하면 고속 안정성도 인상적이다. 

스티어링은 무게감이 적당하고 정확하다. 다만, 스티어링 휠 지름이 차에 비해 다소 큰 느낌. 더 콤팩트한 운전대를 달면 지금보다 돌리는 맛이 날 것 같다. 
 

아무리 경차라고 해도 결코 값싼 물건이 아니다. 자동차를 생활의 도구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실제로는 가격을 올려놓고 “사실상의 인하”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을 지겹도록 봐왔다. 하지만 신형 스파크는 진짜로 판매가격이 내려갔다. 주력모델이 될 중간급 ‘LT’와 ‘LT+’ 가격을 이전보다 각각 23만원과 9만원 내린 것. 최상위 모델인 ‘LTZ’는 13만원 올랐지만, 안전성능을 크게 높였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이 되는 수준이다. 
 

자동차는 구입 이후에도 보험, 세금, 유류비 등 돈이 많이 들어간다. 사회 초년생이나 은퇴한 부부라면 자동차 유지비야말로 줄이고 싶은 부분일 것이다. 경차를 구입하면 각종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선 구입 단계에서 취득세, 등록세, 특별소비세가 모두 면제되고, 현재는 공채 매입도 면제다. 자동차세가 감면되고, 책임보험료는 10% 할인된다. 고속도로 및 기타 유료도로와 공영 주차장에서 50% 할인되고, 지하철 환승주차장에서는 80% 할인된다. 유류 보조금도 받는다. ‘경차 사랑 유류구매전용카드’로 주유하면 연간 10만원 한도 내에서 1L당 250원 할인받을 수 있다. ‘경제적인 차’(經車)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연비는 기대에 약간 못 미친다. C-테크 사양 기준으로 복합연비 14.8km/L(도심 13.7km/L, 고속도로 16.5km/L)를 나타낸다. 수동 사양은 15.4km/L, 오토 스톱 & 스타트 기능이 들어간 ‘에코’ 모델은 15.7km/L다. 가격은 에코 모델이 같은 사양의 일반 모델보다 28만원 비싸다. 

자동차를 단순한 생활도구 이상의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카탈로그를 꼼꼼히 살펴보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부품을 선택해 차를 꾸미는 걸 즐기는 부류다. 이런 이들을 위한 다양한 애프터마켓 제품들이 있지만, 완성도는 메이커가 직접 내놓는 순정부품에 비할 바 아니다. 쉐보레는 앞으로 스파크를 위한 다양한 커스터마이즈 액세서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경차는 싸고 연비가 좋아서 팔린다는 인식이 강한 때가 있었다. 이제 경차는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예쁘고 좋은 자동차라서 구입하는 시대다. 쉐보레는 모델명을 빗대 “삶은 불꽃으로 가득하다”(LIFE IS FULL OF SPARK)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쓰고 있다. 인생에 대해선 모르겠지만, 도로가 스파크로 가득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 애플 카플레이 : 아직 갈 길 멀지만 전망은 밝다 

애플 카플레이가 신형 스파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상륙했다. 카플레이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에 설치된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폰을 이용한 일종의 미러링 기능이다. 아이폰이 연산과 통신을 담당하기 때문에 아이폰이 없거나 차에 연결하지 않으면 카플레이를 쓸 수 없다. 

카플레이는 혁신적인 신기술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애플이 선보인 자동차용 기술들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차 오디오로 아이폰·아이팟의 음악을 재생하게 하는 표준인 ‘MFI’(made for iPod), 시리(Siri) 기반의 핸즈프리 기능 ‘아이즈 프리’(Eyes Free), 아이폰의 일부 기능을 IVI로 쓸 수 있게 하는 ‘iOS 인 더 카’(iOS in the car)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은 것. 
 

아이폰을 USB로 연결하면 자동으로 카플레이가 실행된다. 아이폰 화면에는 카플레이 로고가 뜨고, 차의 스크린에는 익숙한 메뉴 화면이 펼쳐진다. 블루투스로는 연결할 수 없다. 유선 연결을 고집한 것은 안전성과 더불어 향후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전화, 음악, 지도(내비게이션), 문자메시지, 오디오북, 팟캐스트로 매우 제한적이다. 

카플레이는 화면을 터치하거나 시리를 통한 음성명령으로 제어한다. 아이폰 설정에서 ‘Siri야’를 켜두면, 운전하다가 언제든 “시리야”라고 불렀을 때 바로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한다. 시리에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술이 적용돼 음성인식률은 좋은 편이다. 운전하면서 쉽고 원활하게 음성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도 앱에서 목적지를 설정할 때의 인식률은 매우 떨어진다. 길 안내는 나쁘지 않지만, 뛰어난 지도에 길들여진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는 카플레이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앞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당장 오는 9월께 배포 예정인 iOS9는 이전보다 한층 똑똑해졌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신형 스파크의 카플레이는 미래를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간 영화 〈그녀〉의 ‘사만다’처럼 시리와 대화를 나누며 운전하게 될지 누가 알겠나.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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