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함의 극치, 맥라렌 570S의 극한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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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의 극치, 맥라렌 570S의 극한 시험
  • 맷 버트 (Matt Burt)
  • 승인 2015.09.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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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은 극한 상황에서 새 모델을 시험한다. 신형 570S도 예외가 아니다. 애리조나 사막에서 테스트 팀과 합세했다

잔인함의 극치.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을 보고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곳은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있는 프루빙 그라운드의 오벌 테스트 트랙. 맥라렌 개발팀은 신형 570S 쿠페 프로토타입을 시속 240km로 몰아붙인 뒤, 차에서 나와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하지만 차는 애리조나 사막의 이글거리는 40℃ 열기 속에서 계속 공회전하고 있었다. 차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받고 있었다. 

아스팔트는 주위 기온보다 20℃나 더 뜨거웠다. 햇볕을 빨아들이는 블랙 컬러로 마감한 570S는 태양열만 아니라 아스팔트의 반사열에 후끈 달아올랐다. 트윈터보 3.8 V8 엔진이 끓어오르자 570S는 열기를 못 견뎌 헐떡거렸다. 
 

죽 끓듯 하는 열기 속에 570S를 내버려 두는 이유가 있다. 보디 전체에는 열 센서 수백 개를 부착했고, 열 흡수시험을 통해 테스트 팀은 가장 엄격한 폭염 속에서 이 차의 능력을 밝혀내는 것이다.

“공회전 흡수력을 통해 엔진룸의 최고온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맥라렌 차량개발 총괄 제프 그로스의 말. “부품의 변색 또는 변형과 소재 안정성 같은 것을 확인합니다. 더불어 발전기, 에어컨 컴프레서, 엔진 오일 온도, 트랜스미션과 클러치 그리고 냉각시스템을 한계까지 시험하는 거죠.” 

맥라렌은 열성적인 오너가 시도할 어떤 모험에도 대처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 내열시험은 570S가 넘어야 할 하나의 허들에 불과하다. 그로스는 12C를 개발하면서 벤치마크가 될 경주차 한 대를 손에 넣었다. “우리 팀은 두 차례 론치컨트롤 스타트를 시도했는데, 클러치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 종일 론치컨트롤을 써도 거뜬한 12C를 만들어냈어요.” 
 

다음은 프로토타입을 육중한 트레일러와 연결해 저속으로 트랙을 도는 혹독한 테스트가 있었다. 일상적 드라이빙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시험이다. “실생활에서 직면할 상황의 스펙트럼은 무한하고, 570S는 그런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로스의 말. 

“우리는 테스트를 통해 동일한 현상을 반복할 수 있는 수준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견인시험은 오래전부터 해온 테스트의 한 가지로, 저속에서도 일관성 있게 고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엔진룸은 냉각기류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온도를 인공적으로 높입니다. 때로는 정지-출발이 반복되는 도시 교통 속에서 엔진룸은 그처럼 가혹한 조건에 시달리죠.” 

맥라렌은 미국 애리조나 주 유카 부근에 있는 비밀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구글 맵(Google Maps)에 나오기 때문에 극비기지는 아니지만 보안은 철저하다. 설사 시설 주변의 장벽을 넘어 들어가더라도 숲에 득실거리는 독사들이 침입자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애리조나는 일정한 날씨 덕분에 자동차 제조사들의 테스트 팀에게 인기가 높다. 몇 주일 앞의 날씨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폭풍우가 몰려들어 관계당국이 호우경보를 내렸다. 역시 맥라렌은 맥라렌답게 중요한 테스트 행사를 운에 맡기지 않았다. 차량개발 엔지니어 앤디 빌의 말이다. 

“우리는 약 10년에 걸친 이 지방의 일기예보를 모아뒀어요. 아주 정확합니다. 여기 오기 한 달 전 폭풍우가 다가오는 것을 알았고, 그에 대비해 계획을 세웠죠. 우리는 가장 좋은 날씨를 고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40~45℃의 온도가 필요했을 때는 그에 따라 테스트 계획을 바꿨어요.” 

열 흡수 테스트를 마친 차는 너무 뜨겁게 달궈져, 기술진은 차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다음에야 차를 손볼 수 있었다. <오토카>는 이런 기회를 최대한 살렸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차를 살폈다(차를 만질 수는 없었지만).
 

570S는 확대되고 있는 맥라렌 라인업의 첫 번째 스포츠 시리즈다. 경쟁 모델은 포르쉐 911과 아우디 R8. 새로운 도전이지만 부분적으로 친숙한 요소들이 있어 테스트 팀의 작업을 더 쉽게 풀어줬다. 가령 엔진은 이미 650S와 P1에 장착한 엔진의 진화형이다. 570S의 경우 최고출력 562마력에 최대토크 61.1kg.m의 힘을 낸다. 

570S의 핵심적인 변화는 다른 맥라렌 모델에 쓰이는 탄소섬유 대신 보디에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650S는 정교한 인터링크 서스펜션을 달았지만, 570S는 더블 위시본을 적응형 댐퍼+안티롤바와 짝지었다. 아울러 액티브 키트 대신 고정 공력장치를 받아들였다. 

570S는 650S의 탄소섬유 모노셀 섀시를 손질하여 쓰지만, 실용성에 더욱 초점을 맞춰 실내에 보다 드나들기 쉽게 만들었다. 보디의 뒷부분은 대단히 극적이다. 엔진룸에는 주름진 덮개를 덮었고, C필러는 플라잉 버트레스식이다. 뒤 창문은 1960년대에 가장 멋진 르망 경주차를 연상시킨다. 
 

새 프로토타입의 코드명은 XP-104. 주요한 보디 형상은 양산모델과는 큰 차이가 없고, 일부 디테일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테스트 팀은 그 점을 명심하고 레이저처럼 예리하게 목표를 향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정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잡아내 최대한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따라서 이번 테스트에서 핸들링은 중요한 검토대상이 아니었다. 불완전한 댐퍼 세팅은 상관 없지만, 미숙한 냉각패키지나 소프트웨어를 그냥 둘 수는 없다.” 앤디 빌의 말. 

570S는 아직 핸들링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빌이 내게 조수석에 타라고 했을 때, 뿌리칠 수는 없었다. 우리는 급커브가 널려 있는 짧은 핸들링 트랙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ESP가 걸려 있어서 재미가 없지 않을까요?” 슬쩍 눈치를 봤다. 하지만 ESP를 해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프로토타입은 전선과 데이터 기록 장비가 뒤엉켜 있기 때문에 완성차와는 달리 버튼과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테스트 카의 외형은 완성 버전에 가까웠지만 실내는 650S의 대시보드와 일부 570S 부품이 뒤섞여 있었다. “차를 굴리기 위한 기본적인 것을 갖췄을 뿐이에요.” 빌의 말. 650S에 비해 양산차는 센터콘솔의 컨트롤 패널이 다르다. 완성 모델에서는 실내 냉각시스템이 개선되고 수납공간이 더 넓어질 뿐 아니라 스위치 기어의 위치가 약간 바뀐다고 했다. 

프로토타입은 타이어 역시 특별히 주문한 개발 버전을 끼웠다. 피렐리가 맥라렌 로드카에 쓰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유카 프루빙 그라운드의 서킷을 돌면서 개발팀은 앞바퀴 그립을 좀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빌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지금은 앞머리가 완전하지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 어떨 것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제대로 세팅이 되면 더욱 재미있고, 트립팅이 더 뛰어날 잠재력이 있어요. 설사 우리 고객이 젠슨 버튼(맥라렌 F1팀의 베테랑 드라이버)이 아니라도 이 차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겁니다.” 
 

12C와 650S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정교한 유기압 서스펜션이 뒷받침하는 뛰어난 승차감이다. 570S의 보다 직설적인 시스템이 충분한 안락성을 보장하게 된다. 특히 운전 모드를 노멀(Normal) 세팅으로 놓았을 때가 그렇다. 

“이미 과거에 증명했듯이 롤바가 성격이 다른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빌의 말. “우리가 원하는 대로 코너 진입이 가능해요. 그러나 조금 더 자유롭게 엉덩이를 흔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고속 오벌코스로 나갔다. 570S는 650S보다 출력이 낮지만 많은 고객들이 도로에서 그 이상의 파워를 요구할 가능성은 없다. 엔트리급이든 아니든 양산차는 0→시속 100km 가속시간 3.2초를 목표로 한다. “5단 4,000rpm에서 터보의 위력을 발휘하여 그 수준에 즉각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엔진을 담당하는 팀이 대단한 일을 해냈어요.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 감각이 뛰어나고 재미있는 차를 목표로 했고, 더불어 무게를 줄이고 뛰어난 승차감을 뒷받침하기로 했습니다.” 
 

테스트 현장에서 시험장면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테스트 절차의 일부는 새디즘에 가까웠다. 하지만 맥라렌은 이번 테스트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양산 2개월 전에 이런 문제가 밝혀질 경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물론 프로토타입은 고객들이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난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혹한 상황에 놓입니다. 하지만 최악상황에 대비한 보호전략을 세우려면 이런 자료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데이터에서 최대한 교훈을 짜냅니다.” 빌의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했다. 

글 · 맷 버트 (Matt B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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