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SUV의 최강자는? 레인지로버 vs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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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SUV의 최강자는? 레인지로버 vs BMW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 승인 2015.08.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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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5 M과 알피나 XD3 바이터보는 모두 최근 고성능 SUV의 제왕에 등극한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을 겨냥한 차다

랜드로버 SVO(Special Vehicle Operation)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을 만들어 낸 공로에 어울리는 대단한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이제 등 뒤로 몰려드는 경쟁자를 저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상대해야 하는 차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BMW의 고성능 SUV 두 대가 레인지로버를 잡아먹을 기세로 협공에 나섰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확실한 경쟁자인 신형 X5 M. SVR보다 더 강력하고 더 빠르며 저렴한데다, 40년에 가까운 역사가 있는 고성능 브랜드가 만든 차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크호스도 준비되어 있다. 알피나 XD3 바이터보다. 한 급 아래 모델이지만 이 차를 포함시킨 이유는, 2013년 출시된 이후 본지가 가장 높게 평가한 고성능 SUV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피나는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신형이 이전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한다. 희소성 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이처럼 놀랄 만큼 강력한 X5 M과 XD3이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과연 살아남을 만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비교 기준은 레인지로버 스포츠 

우리는 차가 지닌 장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번에는 2.3톤짜리 4WD 차에서 550마력 V8 엔진의 으르렁대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전에도 결론을 내렸듯, 성능과 고급스러움, 실용성, 역동성을 잘 아우른 궁극의 SUV를 원하는 그런 소비자에게 SVR 이상의 선택은 없다. 나아가 그런 능력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차도 없다. 

X5 M과 XD3에서는 이런 여러 특징들이 무척 다른 방식으로 어우러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지만, 아마도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비율로 섞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여기 모인 차들 중 유일하게 높이 조절식 에어 서스펜션이 뒷받침하는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X5의 에어스프링 뒤 서스펜션은 자동 높이조절 기능을 위한 것이어서 예상과 달리 견인용으로 쓰기에 더 어울린다. 
 

SVR의 적재공간은 크지만 M 모델의 것이 더 큰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기본 3인승 뒷좌석도 X5 M은 훨씬 더 넉넉한 승용차 성격을 지녔다. X5 M은 모인 차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스포츠 성격이 강하기도 하다. 그 점은 이번 시승에서 감안할 것이다. X5 M은 고객 기반이 탄탄하고 고성능 브랜드라는 인지도도 더 뛰어나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부터 짚어보자. 레인지로버와 BMW를 나란히 세워놓으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훌륭한 디자인을 뚜렷이 알 수 있고, 갖고 싶을 만큼 탁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것이다. 
 

SVR은 X5 M보다 조금 더 매력적이다. 부품들을 보면 분명히 X5 M만큼 꾸며놓았거나 부풀려놓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SVR의 휠 아치를 채운 22인치 휠과 연장된 범퍼, 흡기구와 에어로 파츠는 원래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X5의 고성능 분위기를 내는 치장들은 그만큼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알피나가 이런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으리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실제로도 그렇다. 각은 과장되어 있고 타이어는 작아 보이며 스티커와 동굴처럼 뻥 뚫린 검은색 키드니 그릴의 치장은 어색하다. 
 

실내를 보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고급스러운 기운이 마법처럼 이어진다. 내장재 품질, 좌석의 안락함, 시스템의 사용 편의성 면에서는 X5 M에 뒤지지만, SVR은 조형미와 매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실내는 더 친근한 분위기이고, 전통적인 레인지로버의 장점인 ‘내려다보는’ 운전 자세를 선사한다. 그 덕분에 길 위의 다른 모든 것들을 지배하는 듯한 느낌이 분명하다. 

X5 M의 좌석은 더 낮아서 보호받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주변 시야는 좋지 않다. 그리고 X5의 대시보드는 격조 높은 디자인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 스마트 스타일 쪽에 가깝다. 반면 XD3의 실내는 소재가 훌륭하지만 차 급을 끌어올릴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알피나의 가죽 시트와 알칸타라 내장재는 매력 있지만, 차를 호화로워보이게 만들기에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포르쉐가 빠진 이유 

포르쉐 카이엔 터보는 주행성능에 놀랄 만한 진전을 이루었다. 물론 이번 시승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카이엔 터보를 이 자리에 가져다놓아야 했다. 이번 시승기에서 카이엔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지 않는 것은 시승 직전에 시승차 제공 결정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카이엔 터보에 대해 잘 안다. 그리고 고성능 SUV 대결 무대에 완벽한 경쟁력을 갖춘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이 나왔다는 것은 카이엔이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동안 알아왔던 것과는 다른 차급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포르쉐는 항상 고급스러움과 배려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스포티한 성능과 핸들링을 더 적극적으로 추구해왔다. 물론 인기 있고 호감 가는 차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 정도 좋지 않은 영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잘못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 차는 X5 M이다. BMW는 한 가지 특성에 더욱 집중한 고성능 차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X5 M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 BMW가 이 차에 슈퍼 세단의 기준을 어느 정도 적용했는지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X5의 V8 4.4L 엔진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모습에는 독일차 특유의 감각이 담겨 있다. 최소한 엔진 회전 범위의 마지막 30%에 이를 때까지, 이 엔진은 알피나의 직렬 6기통 3.0L 터보디젤 엔진보다 더욱 카리스마 있는 소리를 낸다. 반면, SVR의 5.0L 엔진은 생김새만큼이나 화려하다.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성격의 엔진은, 으르렁대는 소리와 풍부한 힘을 어디서든 쉴 새 없이 쏟아내려고 한다. 
 

좋아하는 길에 들어서면, SVR은 금세 친근하게 몰 수 있는 차로 변한다. 커다란 SUV가 마치 아주 특별한 파티 속임수를 몇 가지 배운 것처럼 느껴진다. X5 M은 먼저 모든 면에서 다른 차처럼 느껴지는 것을 운전자가 깨닫는 순간에 예상을 깨버린다. 

요즘 나오는 다른 여러 M 모델들처럼, X5 M에는 초기 크리핑 기능이 없는 자동변속기가 쓰인다. 기어를 넣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아마 좀 더 작고 가벼운 차라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운전자는 자신의 2.3톤짜리 575마력 럭셔리 SUV가 그보다는 더 너그럽기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오너들은 아마도 실용적이면서도 운전하기 쉬운 고성능 SUV도 원할 것이다. SVR 같은 차가 바로 그런 차다. 레인지로버는 좀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고 싶을 때에 다이얼을 돌려 다이내믹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그 대신, X5 M에는 파워 스티어링의 무게, 변속기와 엔진 반응, 댐퍼 설정, 구동력 및 주행안정장치 감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여러 개의 버튼이 있다. 다양하게 기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M 특유의 방식이다. 그런 점은 좋지만, 고성능 SUV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고급스러움과 고성능의 균형이라는 면에서는 기술적인 정교함을 더 신중하게 통합해야 한다. 
 

X5 M의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스티어링 시스템을 스포트 플러스(Sport+) 모드로 설정하면 차는 정말 놀랄 만큼 타협하지 않는 차로 변한다. 노면 상태가 좋은 곳에서는 차체가 이 정도 크기의 차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움직이고, 접지력과 스티어링 반응 모두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그런 장점들에는 상당한 대가가 뒤따른다. 노면이 나빠지는 순간, 차체가 뛸 정도로 댐핑이 단단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바퀴는 노면을 따라 거칠게 움직이며 이따금씩 공중에 뜨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액티브 스태빌라이저와 전기기계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은 한계 상황에서 뉴톤의 물리 법칙을 따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스티어링은 전반적으로 긴 고속 코너에서 노면의 요철을 상쇄하기 위해 가벼워졌다가 다시 무거워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X5 M에서는 컴포트 모드를 유지하게 된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일관되면서 다루기 쉽고, x드라이브 40d 모델보다 반응이 감각적이면서 몰입하기 좋기 때문이다. 언제나 발휘되는 차의 대담한 가속속도는 분명히 강력하다. 다만 차 자체가 주는 재미에 대한 운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최종 분석 
SVR은 X5 M처럼 스포츠카의 성격을 절반 정도 지닌 차는 아니다. 그리고 그 점이 랜드로버에게는 문제였을 것이다. 만약 두 차 모두 실제로는 스포츠카 같은 차를 목표로 했다면 말이다. SVR의 접지력과 차체 움직임은 BMW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그렇기 때문에 달리는 동안 차가 높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런 단점들은 BMW가 스포츠카의 본능을 지닌 것만큼 SVR이 활기찬 엔터테이너 역할을 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한다. 
 

레인지로버의 스티어링 반응이나 서스펜션에서는 약삭빠른 속임수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액티브 섀시 시스템은 드러나지 않고, 핸들링에 대응하는 방식과 움직임은 정직하고 예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SVR은 그냥 몰기만 하면 된다. X5 M처럼 어렵지 않다. 그러나 차와 호흡하기는 훨씬 더 쉽고, 운전을 즐기기도 훨씬 더 좋다. 차를 다룰 때의 느낌이 풍부하고 쉬운 것은 물론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고속형 SUV 시장의 이상적인 지점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SVR은 궁극의 4WD 차다. 호감이 가고, 자신의 능력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언제든 즐거움과 활기를 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레인지로버가 지금까지 설계된 목적을 전혀 희생하지 않았다. 
 

그러면 XD3은 어느 자리에 어울릴까? 시각적인 매력이나 실내의 고급스러움이 부족한 것처럼, 핸들링 역시 이 차들 중에서는 조금 풍부함이 부족한 느낌이다. 80% 정도의 페이스까지는 좋지만, XD3의 스티어링은 궁극적으로 강렬함과 든든한 무게감이 부족하고, 핸들링은 균형이 부족하고, 승차감은 실제로 시승해보면 투박하고 거칠다. 

그렇지만, 만약 고성능 SUV를 사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5만6천450파운드(약 9천557만원)밖에 없다면, XD3에 대한 두 가지 사실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우선, XD3은 매우 빠른 차다. 모든 면에서 이번 시승에 레인지로버가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빠르다. 다음으로 실제로 14.2km/L의 연비를 낼 수 있다. 아무리 빨리 달리는 사람이 운전하더라도 말이다. 나머지 다른 모든 면에서는 다른 두 차와 비교하면 최소한 고려할 만한 범위 안에는 들어간다. 그리고 ‘고려할 만한 범위’라는 것은 그 정도 가격이라면 나쁘지 않은 평가다. (제원 및 가격은 모두 영국 기준) 

글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사진 · 스탠 파피오르 (Stan Pap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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