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현대미술, BMW 아트카 4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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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현대미술, BMW 아트카 40주년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8.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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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가 색칠한 BMW 3.0 CSL이 르망 24시 경주에 출전한 것이 40년 전인 1975년 6월이었다. BMW 아트 카 40주년을 맞이해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이 작업한 17대의 컬렉션을 되짚어봤다 

프랑스의 예술품 경매인이자 경주선수였던 에르베 폴랭은 1975년 자신의 르망 24시 경주 첫 출전을 기념해 그의 오랜 친구였던 알렉산더 칼더에게 지상에서 가장 빠른 예술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칼더는 흔쾌히 승낙했고, 당시 BMW 모터스포츠 부문 총책임자였던 요헨 니어파쉬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첫 번째 BMW 아트 카가 탄생했다. 
 

■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Calder)
- BMW 3.0 CSL (1975)
 
미국의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는 움직이는 미술인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다. 1926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호안 미로, 마르셀 뒤샹, 피에트 몬드리안 등과 교류하며 영향을 받았다. 1931년부터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조각들이 동력으로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칼더는 ‘모빌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BMW 아트 카 컬렉션의 첫 번째이자 칼더가 남긴 마지막 작품들 가운데 하나인 3.0 CSL은 1975년 르망 24시에 출전했다. 
 

■ 프랭크 스텔라 (Frank Stella)
- BMW 3.0 CSL (1976) 
미국의 화가 프랭크 스텔라(1936~ )는 1950년대에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인 미니멀리즘을 연 장본인이다. 도널드 저드, 로버트 모리스 등과 함께 미니멀 아트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탈회화적 추상을 추구했다. 23세 때인 196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정도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차체 전체를 모눈종이로 덮은 듯한 스텔라의 3.0 CSL은 1976년 르망 24시에 출전했다. 
 

■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
- BMW 320i Group 5 (1977)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은 만화 기법을 회화에 도입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 가운데 하나다. 초기에는 추상표현주의 양식으로 그림을 그렸으나, 1961년에 상업만화 기법으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인쇄물에 나타나는 벤데이 점(Ben-Day Dots)을 모방해 표현한 것이 특징. 리히텐슈타인이 작업한 320i 그룹5 경주차는 1977년 르망 24시에 출전해 클래스 1위, 종합 9위를 차지했다. 
 

■ 앤디 워홀 (Andy Warhol)
- BMW M1 Group 4 1979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인 앤디 워홀(1928~1987)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가운데 하나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해 마릴린 먼로와 엘비스 프레슬리 등 유명 연예인이나 코카콜라 병, 캠벨 수프 캔 같은 상품 등 경박한 기호를 작품화한 것이 특징. 워홀은 M1을 도화지 삼아 즉흥적으로 차체를 색칠했고, 겨우 23분 만에 완성했다. 워홀의 M1은 1979년 르망 24시에서 클래스 2위, 종합 6위를 차지했다. 
 

■ 에른스트 푹스 (Ernst Fuchs)
- BMW 635 CSi (1982) 
오스트리아 태생의 에른스트 푹스(1930~ )는 환상적 현실주의 비엔나 학파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15세에 입학한 비엔나미술아카데미에서 아리크 브라우어, 루돌프 하우스너, 볼프강 허터 등과 친분을 맺었고, 훗날 이들과 함께 환상적 현실주의를 이끌었다. 그는 635 CSi에 원시적 공포와 대담한 꿈을 표현했으며, ‘토끼사냥에 나선 불여우’라고 불렀다. 오로지 전시 목적으로 제작됐으며, 경주에 출전하거나 도로를 달린 적은 없다. 
 

■ 로버트 라우센버그 (Robert Rauschenberg)
- BMW 635 CSi (1986) 

로버트 라우센버그(1925~2008)는 미국을 대표하는 팝아트 거장 중 한 사람으로, ‘생존 작가 중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작가 10명’ 가운데 하나였다. 초기에는 추상표현주의였으나, 1953년 이후에는 사진과 신문, 봉제인형 등 여러 오브제를 화면에 붙이고 거칠게 붓질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일종의 콜라주 기법인 이것을 ‘복합 회화’라고 불렀다. 라우센버그의 635 CSi는 전시 목적으로만 제작됐고, 경주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 켄 돈 (Ken Done)
- BMW M3 Group A (1989) 
디자이너이자 화가인 켄 돈(1940~ )은 호주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린 호주의 대표적인 예술가다.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공식 휘장을 디자인한 인물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돈은 40세이던 1980년에야 첫 개인전을 열고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앵무새와 비늘돔을 모티브로 M3을 칠했는데, 아름답고 놀라운 속도로 움직인다는 이유에서였다. 
 

■ 마이클 자가마라 넬슨 (Michael Jagamara Nelson)
- BMW M3 Group A (1989)
 
마이클 자가마라 넬슨(1949~ )은 호주의 원주민 화가다. 1984년 호주 전국 원주민 예술상에서 우승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호주 서부 사막 예술운동인 ‘파푼야 툴라’의 대표주자이며, 호주 전통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현관에 설치된 8.2m 길이의 그림과 호주 국회의사당 앞마당의 192㎡ 대형 모자이크가 그의 작품이다. 넬슨은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호주 풍경을 기하학적 모양으로 M3에 담았다. 
 

■ 카야마 마타조 (Matazo Kayama)
- BMW 535i (1990)
 
카야마 마타조(1927~2004)는 20세기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대학에서 일본화를 전공했고, 1949년에 연 첫 개인전 이후에는 현대적인 기법을 전통미술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귀금속 디자인이나 여객기 일등석 및 호화 유람선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야마는 535i에 키리가네(잘게 자른 금은박을 사용하는 기법)로 그의 초창기 테마였던 ‘눈과 달, 그리고 꽃’을 표현했다. 전시 목적으로만 기획했으며, 도로를 달리지 않았다. 
 

■ 세자르 만리케 (Cesar Manrique)
- BMW 730i (1990)
 
스페인의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세자르 만리케(1919~1992)는 카나리아 제도의 동쪽 끝 란사로테 섬에서 태어났다. 196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뒤,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넬슨 록펠러의 후원으로 1960년대 중반 뉴욕에서 활동하며 크게 성공했다. 1966년 고향으로 돌아간 만리케는 란사로테 고유의 아름다움을 보전하기 위해 평생 헌신했다. 밝은 색채와 강한 필치로 속도와 역동성을 표현한 730i는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들 중 하나다. 
 

■ A.R. 펭크 (A.R. Penck)
- BMW Z1 (1991) 
A.R. 펭크(1939~ )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함께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본명은 랄프 빙클러이며, 빙하기를 연구한 알브레히트 펭크의 이름을 따 개명했을 만큼 선사시대에 관심이 많았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며 독학으로 공부했다. 미술작품을 기호체계로 파악하는 슈탄다르트 이론을 제시하며 독일 신표현주의의 핵심이 됐다. 선사시대 동굴벽화를 연상시키는 펭크의 Z1은 그가 추구한 ‘세계회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 에스더 마흘랑구 (Esther Mahlangu)
- BMW 525i (1991)
 
BMW 아트 카 프로젝트의 첫 여성 작가인 에스더 마흘랑구(1935~ )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주민 은데벨레 부족 출신 화가다. 평범한 시골 주부였던 그녀가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전 세계 전통 예술과 문화를 조사하러 다니던 프랑스 퐁피두센터 연구원들이 우연히 마흘랑구의 마을을 지나다가 그녀의 벽화를 발견한 것. 그녀 나이 50세가 넘은 때였다. 마흘랑구는 525i의 겉면을 전형적인 은데벨레 벽화 풍으로 채웠다. 
 

■ 산드로 치아 (Sandro Chia)
- BMW 3 Series Touring Racer (1992)
 
산드로 키아(1946~ )는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로, 1970년대의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에 반발해 구상회화로의 복귀를 주창하며 신표현주의 경향인 트랜스아방가르드 운동을 전개한 인물이다. 동양의 사상과 중세 유럽의 신비주의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대담한 붓질과 계시록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키아는 3시리즈 투어링 경주차에 사람들 관심의 중심에 있는 자동차의 모습을 표현했다. 
 

■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 BMW 850 CSi (1995)
 
화가이자 사진작가이며 무대디자이너인 데이비드 호크니(1937~ )는 영국 현대미술계의 거장이다. 오페라나 발레 무대의 디자이너로도 국제적 명성이 높다. 70년대에는 평온하고 관능적인 작품을 선보였고, 90년대 들어 다채로운 색상으로 왜곡된 공간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가 작업한 850 CSi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호크니는 850 CSi 겉면에 차 안쪽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 제니 홀저 (Jenny Holzer) 
- BMW V12 LMR (1999) 
제니 홀저(1950~ )는 미국의 개념미술가이며 환경미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다. 문장(텍스트)을 재료 삼아 인쇄물이나 옥외 광고판에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특징. 90년대 들어 건물 벽면이나 물, 땅의 표면에 대형 텍스트를 투사하는 ‘제논 프로젝션’ 작업을 시작했다. ‘빛으로 시(詩)를 쏘는 작가’로 불린다.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줘’라는 메시지가 적힌 홀저의 V12 LMR은 1999년 르망 24시에 출전했다. 
 

■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 BMW H2R (2007) 
덴마크의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1967~ )은 자연을 미술관 안으로 들여온 설치작품으로 유명하다. 태양, 비, 무지개, 안개 등 일상적으로 경험하지만 제대로 지각하지 않는 물리적 현상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작품으로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엘리아슨은 H2R의 껍데기를 걷어내고, 다양한 구조로 된 여러 겹의 얇은 철망을 차체에 덮은 뒤, 그 위에 매일 2,000L의 물을 뿌려 얼렸다. H2R이 수소연료 자동차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 제프 쿤스 (Jeff Koons)
- BMW M3 GT2 (2010)
 
제프 쿤스(1955~ )는 ‘포스트모던 키치의 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다. 미국의 대중문화와 일상생활 속에서 선택한 대상을 거대한 크기로 확대하는 것이 특징. 일상 속 사물을 예술 공간으로 가져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킨다는 점에서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의 후예로 평가된다. 쿤스는 M3 GT2에 힘, 움직임,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현했으며, 경주번호 79번은 앤디 워홀이 M1 아트 카를 선보인 1979년을 상징한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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