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적인 것의 매력, 크라이슬러 300C & 인디언 치프 클래식
상태바
미국적인 것의 매력, 크라이슬러 300C & 인디언 치프 클래식
  • 나경남 객원 기자
  • 승인 2015.08.13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산 제품. 즉, 미제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지금도 그럴까. ‘맹목’은 빼더라도 환상은 가져도 좋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모두

잘알려진 것처럼,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Born in the U.S.A.’는 미국의 찬가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미국의 아픈 부분을 꼬집고, 비꼬는 노래에 가깝다. 그런데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대선 홍보용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더 나아가 크라이슬러 역시 이 노래를 자신들의 광고용 음악으로 사용하고자 한 적도 있다. 물론 모두 거절당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미국을 찬양하는 노래를 쓰지 않고, 함부로 자신의 노래를 팔지 않은 것처럼, 나 역시 미국을 찬양하고자 이번 시승기를 작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유의 기질과 그들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부정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도 않다. 실제로 나는 미국적인 것의 매력에 누구보다 동의한다. 미국의 제국주의는 분명 반대하지만, ‘Made in USA’에 대해서 호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음악적인 영향이 크다. 세계 공통의 언어로 영어가 자리 잡은 것 역시 미국의 문화적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팝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처럼 나 역시 그렇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지극히 미국적인 음악에도 매력을 느끼는 정도랄까. 컨트리 음악은 물론,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로 대표되는 미국 남부 록음악도 무척 좋아한다. 그들 특유의 정서가 마음에 든다. 대충 걸친 청바지, 큰 버클의 벨트, 말을 타지 않아도 신는 카우보이 부츠, 챙 넓은 모자 등. 고집스럽게 무언가를 잇는다는 점, 촌스럽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점이 매력이다. 남들이 뭐라 건 스스로의 길을 걷는 모습이 바보스럽다고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미국적 가치, 특유의 정서도 마찬가지. 미국의 자동차,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다. 우습게도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이런 미국의 가치에 대해서 논하고 있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그들이 발전해왔다고 믿는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전혀 아쉽지 않다. 넓은 대륙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들의 의견들과 부침이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와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역사 속에서 여러 부침을 겪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승승장구하던 시절도 있었고, 수많은 위기도 겪었다. 굳이 그들의 영광과 위기들을 하나씩 꼬집을 필요는 없다. 이들은 그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 300C와 치프 클래식의 만남을 통해 미제에 대한 환상을 풀어본다. 단, 맹목을 빼고… 
 

크라이슬러 300C AWD 
300C의 첫인상은 당당하다는 것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상이지만 여전히 덩치는 크고, 위압주기에 충분한 느낌. 말 그대로 풀 사이즈 세단이다. 깔끔한 외모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전면의 그릴. 기존과 차별화된 그릴이 인상의 변화에 큰 몫을 차지한다. 크기도 늘었다. 이전 세대에서는 크라이슬러 로고가 그릴 바깥에 있었다면, 이제는 로고가 있던 부분까지도 모두 그릴로 덮고 그릴 위로 로고를 달았다. 안 그래도 큰 카우보이의 벨트 버클이 한층 더 커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망 형태의 그릴은 더욱 점잖다. 차체 전면은 이전 세대의 것보다 매끈하다. 가죽 벨트에 비유하자면 버클의 변화뿐 아니라 벨트 장식을 없애고 질감을 살렸다. 더 날렵한 느낌을 준다.
 

운전석에 오르니 차의 크기가 더욱 실감난다. 스티어링 휠이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는 것이, 널찍한 실내공간과 대비된다. 넓어진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예전엔 작은 사각형이었는데, 이제는 속도계와 타코미터 사이를 전부 채워 쓴다. 실제 나무를 사용한 내부 트림이나 아날로그, 대형 터치스크린 패널도 여전하다. 단순미를 살린 구성이다. 냉온 기능이 있는 컵 홀더는 이전 세대에서도 호평을 받은 부분이다. 휴대폰을 연결해 음악을 틀었다. 시승차의 오디오 시스템은 알파인(Alpine). 300C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 미리 노래를 준비했다. 앞서 언급했던 레너드 스키너드의 ‘프리 버드(Free Bird)’.엔진 소리는 조용하고, 소음도 잘 억제되어 음악을 즐기기 충분했다. 볼륨을 최대로 올렸음에도 찢어지는 불쾌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엔진의 힘은 충분했다. 힘이 지나치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차선을 변경했다. 큰 덩치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게 움직인다. 조금 더 시원스럽게 가속페달을 밟더라도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신경질을 부리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회전수를 높여도 구동력을 부드럽게 연결시키기에 과감해져도 괜찮았다. 부드럽고 청명하게 시작됐던 음악이 점차 고조되어 갈 때 즈음,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를 S로 바꿨다. 느긋함은 사라지고 바짝 긴장하는 느낌. 밴드의 연주자들이 가빠지는 호흡을 눈빛으로 맞춰가며 템포를 높이는 것과도 흡사하다.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이제는 화려한 기타 연주를 기대할 때다. 패들 시프트를 누르면 수동 변속이 가능해진다. 엔진회전수를 최대토크가 나오는 4,000rpm부터 최고출력을 내는 6,500rpm까지 끌어올리자 더욱 생생한 감각이 느껴진다. 가파른 코너에서는 네바퀴굴림이 보조를 맞춘다. 코너를 시원하게 돌아나가는 기분은 말 그대로 호쾌하다.
 

나는 300C에 붙은 ‘아메리칸 럭셔리’란 표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300C의 품격과 고급스럽고 호쾌한 이미지는, 단순한 호화·사치와 거리가 있다. 오히려 현대적인 ‘아메리칸 클래식’의 가치가 돋보인다는 생각이다. 이 차는 분명 미국인들의 차다. 작은 것은 개념치 않지만, 요구에 부응하며 발전한다는 미국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본다. 일부는 그냥 늙어간다. 과거에 음악을 즐겼던 이가 계속해서 과거의 음악만 듣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300C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 묻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또 다른 미국의 록 뮤지션 ‘키드 록’(Kid Rock)의 새 앨범을 들었다. 키드 록 역시 최신의 뮤지션이라 할 순 없겠지만, 레너드 스키너드를 기억하고 미제의 매력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300C와 키드 록의 새 앨범을 함께 경험해보길 바란다. 
 

인디언, 치프 클래식(Chief Classic) 
미국 모터사이클하면 여전히 할리데이비슨을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의 로망이 할리데이비슨이라 주장한다면 코웃음으로 응대하라. 아직 그가 인디언을 몰라서 그렇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가장 오래된 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미국의 모터사이클을 상징하는 V형 2기통 엔진을 가장 먼저 달았던 곳도 인디언이다. 할리데이비슨이 아니다.
 

물론 인디언은 할리데이비슨처럼 역사를 그대로 이어오지는 못했다. 맥이 끊어지고 이를 다시 잇는 과정을 거치며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현재의 인디언은 무척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다. 사륜 모터사이클과 스노모빌 등으로 유명한 폴라리스 그룹이 인디언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폴라리스는 인디언을 인수하기에 앞서 새로운 아메리칸 모터사이클을 표방하며 빅토리(Victory)란 브랜드를 전개했다. 단숨에 성과를 올린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미국 모터사이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1901년부터 이어진 인디언이 이런 기술적 성과를 더할 수 있게 된 것은 양쪽 모두에게 탁월한 선택이라 평가된다. 
 

치프 시리즈는 인디언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다. 치프 시리즈의 형태는 가장 기본적 형태인 클래식(Classic)과 빈티지(Vintage), 그리고 장거리 투어링에 적합하게 설계된 치프턴(Chieftain)과 로드마스터(Roadmaster)가 존재한다. 모두 같은 엔진을 활용하는 만큼 치프 클래식은 인디언 치프 시리즈의 진짜 매력을 엿보기에 더 할 나위 없는 모델이다.
 

치프 시리즈의 V형 2기통 엔진은 선더 스트로크란 이름을 갖고 있다. 우렁차고 고동감이 확실하다. 배기량은 111큐빅인치. 겨우 2기통에 1,832cc나 된다. 과장은 없지만 존재를 감추지 않는 엔진이다. 시동을 걸면 매력이 배가 된다. 엔진의 아이들링 회전수는 약 750~800rpm 수준으로 극단적인 저회전이지만, 정확한 맥동감을 전해주며 이 엔진의 완성도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무게는 약 370kg. 전혀 가볍지는 않지만, 저회전 영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약 13.8kg·m의 두툼한 토크가 가뿐하게 차체를 움직인다. 하지만 미국 체형에 맞춰진 만큼, 일반 체형이라면 약간 차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세부적인 치수를 조정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일반적인 영역이라면 3,000rpm 이하의 회전수에서 변속을 이어가는 것이 여유롭고, 편안하다. 하지만 변속을 늦춰 드로틀 그립을 더 비틀면 5,000rpm 이상으로 매우 호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배기음은 마치 토크가 소리로 변환되어 느껴지는 듯하며, 두툼한 스테이크를 씹으면서 그 육즙을 즐기는 것과도 비슷하다. 전통적인 요소들이 매력적으로 빛나는 점도 여전하다. 인디언의 치프 시리즈는 특유의 펜더 스타일로도 잘 알려졌다. 타이어를 감싸고 있는 펜더는 마치 여성의 풍성한 치맛자락처럼 보인다고 하여 라지 스커트 펜더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펜더 위 달린 인디언 추장의 모자를 닮은 조형물은 ‘워 보닛’이라 부른다. 풍성한 배기음의 머플러도 마치 60~70년대 미국산 자동차들의 샤크 테일 스타일이다. 
 

디자인에서 전통적인 요소들이 빛난다면 차체에는 현대적 기술을 충분히 녹여냈다. 제동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ABS 브레이크, 장거리 주행용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스마트키가 기본이다. 시동을 걸기 위해 키를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도 없다. 인디언 치프 클래식의 가격은 3천300만원. 보다 진일보한 아메리칸 크루저 모터사이클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글 · 나경남 객원 기자 (c2@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