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리를 넘보는 볼보 XC90, 그리고 라이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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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자리를 넘보는 볼보 XC90, 그리고 라이벌들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 승인 2015.08.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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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XC90 SUV는 볼보의 또 다른 히트작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하지만 BMW X5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꺾을 수 있을까?

어떤 차들을 시승할 때 결론이 뻔한 경우가 더러 있다. 그 차에 관한 기사를 읽기도 전에 자신 있게 판돈을 걸 수 있을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포르쉐 911 GT3 RS가 대표적 본보기다. 하지만 이번 비교시승은 다르다. 이번에 시승한 3대의 라이벌은 모두 정상에 오를 능력이 있었다. 

이 3대의 라이벌이 정면대결하게 된 까닭은 볼보에서 최신 모델 XC90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XC90은 부활한 볼보의 새로운 플래그십 SUV다. 하지만 볼보는 앞으로 뼛속까지 탈바꿈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불과 4년 뒤면 XC90은 볼보의 가장 오래된 모델이 될 것이다. 구형 XC90이 약 13년이나 시장을 지키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4년 후에는 볼보의 방식을 뒤따르는 수많은 메이커가 나올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돈을 절약하는 생산방식이다. 볼보는 플랫폼 숫자를 2개로 줄여 수많은 모델을 싣기로 했다. 아울러 모든 엔진은 4기통과 배기량 2.0L를 넘지 않는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은 최대한 부품을 함께 쓴다. 엔진 혁명이다.

이번 시승에 나온 D5 모델도 과거에는 훨씬 큰 5기통의 대용량 디젤 엔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0L의 배기량을 지닌 디젤로 최고출력 222마력에 최대토크 47.9kg·m의 힘을 내고, 8단 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신형 XC90이 발표되었을 때, 방금 말한 스펙과 세계적 수준의 인테리어를 보고 무척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발표 당시의 시승차는 모두 에어스프링을 달고 있었지만 이번 비교시승에 나온 모델은 ‘진짜’ 스프링(앞쪽 강철 코일, 뒤쪽은 새로운 복합소재 리프 스프링)을 달고 있다. 우리는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따져 보기로 했다.
 

BMW X5는 성격상 XC90과 흡사하다. 역시 강철 모노코크 보디에, 시승에 나온 25d 모델은 볼보처럼 2.0L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28마력에 50.9kg․m다.

그리고 마지막 라이벌은 나이가 제일 많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다. 모노코크가 올라앉은 섀시 레일을 뒷받침하는 랜드로버의 브레이스+벨트 시대를 살아남았다. 뛰어난 강성을 자랑하지만 무게가 2,504kg이나 나간다. X5와 XC90은 그보다 0.5톤 가볍다. (X5 : 2,040kg, XC90 : 2,009kg) 
 

아울러 랜드로버 엔진은 50%나 크다. V6 3.0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53마력에 최대토크 61.1kg·m의 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직선구간 가속에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0→시속 97km 가속에 8.8초가 걸렸는데, 그에 비해 X5와 XC90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X5가 7.7초, XC90이 7.8초였다. 

물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이제 임종에 가까워진 모델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울러 디스커버리를 고를 경우 CO₂ 배출량이 213g/km 탓에 탄소세를 물어야 한다. 반면 X5(156g/km)와 XC90(152g/km)은 추가 세금을 물지 않는다. (영국 기준) 
 

따라서 디스커버리는 시작부터 적잖은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출발은 결코 나쁘지 않다. 랜드로버다운 수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에 오르면 실제보다 훨씬 높이 앉은 기분인데, 유리 면적이 무척 넓고 윈도라인이 낮은 까닭에서다. 운전자의 어깨와 팔꿈치 사이를 윈도라인이 가로질러 안락하고 넓은 시트에는 햇살이 넘실댄다. 그리고 도어 턱에 쉽게 한쪽 팔꿈치를 올리고, 다른 한쪽을 중앙 팔걸이에 올려놓을 수 있다. 보닛 가장자리가 네모져 차체의 끝이 어딘지 쉽게 구분할 수 있고, 미러는 큼직하다. 그리고 분할식 테일게이트의 상반부 유리를 낮춰 후방 시야를 넓게 확보했다. 이런 장점들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내의 맞춤과 마감도 마찬가지다. 실내가 윤택해 딱딱하거나 표면이 부르튼 자국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마감이 서로 다르고 뭉툭한 버튼이 많아 다소 번잡하다. 하지만 장갑을 껴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랜드로버의 기준에 따르면 나무랄 데 없을 것이다. 디스커버리 애호가들, 당초의 의도대로 디스커버리를 사용하려는 고객들에게 이런 조건은 중요하다. 
 

그러나 1999년 BMW가 X5를 출시했을 때, 적잖은 고객들은 SUV를 본격적인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일었다. 때문에 야성이 다소 허물어져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미 나온 BMW보다 키가 더 크고 기능이 다양하며 유능한 변형을 찾았다. 

따라서 X5의 실내는 다른 고급 BMW와 감각이 비슷하다. 인체공학적으로 뛰어나고 최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마저도 넘볼 수 없는 아이드라이브(iDrive)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디스커버리에 비해 한층 폭넓게 조절할 수 있고, 세단에 가까운 시트 포지션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윈도라인이 어깨와 나란히 높아 뒷좌석에 빛이 잘 들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BMW와 비교해 특별한 개성이 없는 X5는 진정한 4×4라기보다 키가 큰 5시리즈라는 느낌이 들었다.
 

구형 XC90은 X5보다는 디스커버리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 신형 XC90은 BMW와 더 가까워 보였다. XC90의 실내는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윈도라인은 BMW와 비슷한 높이에서 시작하지만 한층 평탄하고 뒷좌석이 더 시원하다. 운전 위치는 조절능력이 뛰어나다. 실내 디자인은 상큼하고, 맞춤과 마감은 최고 수준이며, 소재선택 역시 돋보인다. 스마트폰만큼 반응이 빠른 탁월한 대형 중앙 터치스크린 덕분에 버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가 시승한 XC90의 실내는 어두운 컬러로 마무리돼 시원한 느낌은 부족하지만 X5보다 덜 진지하고 보수적이어서 오히려 내 마음에 들었다. 볼보는 실내의 개성을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따라서 볼보의 개성을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 
 

쉽사리 익숙해지기는 디스커버리도 마찬가지다. 디스커버리는 느긋하고 성큼성큼 나아가는 4×4다. 엔진을 걸면 세련되고 잔잔한 공회전에 들어간다. 좋은 도로에서나 저속에서 몰 때 스로틀 반응은 쉽사리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에어스프링 덕분에 보디 컨트롤이 빈약하지 않다. 안정도가 높고, 아주 느긋하게 몰 수 있는 차다. 
 

그에 비해 X5는 분명 훨씬 민첩하다. 록 사이가 3회전에 불과하고 엔진은 한층 조용하면서도 반응이 보다 뛰어나다. 변속기 반응도 마찬가지. X5는 더 예리하게 기어를 낮춰 요구하는 가속력을 발휘한다. 시승차는 xDrive25d M 스포트로 적응형 댐퍼가 기본장비되어 있었는데, 대체로 기능이 뛰어나다. 인위적인 감각의 스티어링은 어느 모드에서나 만족스럽지 않지만 BMW답게 작동한다. 승차감이 좋고, 그립은 힘차며, 예상보다 민첩하다. 운전하기에 살가운 차는 아니지만 안정되고 예측 가능하다. 
 

실내를 보면 볼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는지 알 수 있다. XC90은 BMW보다 한층 더 민첩하다. 아마도 무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볼보의 훌륭한 세팅에도 공을 돌려야 한다. X5처럼 스티어링 록 사이를 3회전으로 잡았는데, 놀랍도록 예리하게 돌아간다. 

승차감은 꽤 단단하다. 특히 우리가 시승한 피동적 서스펜션 모델은 지나치게 딱딱하다. 대체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지만, 노면이 매끈한 도로가 아니면 밑바닥의 승차감이 번잡하다. 가령 코너링이나 제동력을 서스펜션에 실으면서 포트홀이나 깨진 노면을 타고 넘으면 XC90이 가장 심하게 걸린다. 
 

에어스프링을 선택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대로의 XC90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들 3대 라이벌은 모두 탁월하고, 여기서 지적하는 차이는 미미하다.

XC90은 X5보다 더욱 민첩하고, 실내의 거주성과 민첩성에서 디스커버리를 따돌렸다. SUV에서 스포츠의 ‘S’를 덜어내려면 XC90이 최상이다. X5보다 키 큰 세단의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다. 엔진과 변속기는 열성적이면서도 디스커버리보다 더 조용하다. 하지만 엔진 사운드의 품격은 디스커버리가 한 수 위다. 
 

XC90은 훌륭한 실내를 자랑하고, 운전하기에 가장 재미있다. 그리고 7인승을 원한다면, 뒷좌석은 X5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따라서 XC90은 X5를 확실하게 앞섰다. 하지만 XC90과 디스커버리를 판정하기는 어려웠다. 이 둘은 똑같은 일을 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는 성숙되고 단절된 스타일이 좋고, 몰고 다니고 싶은 차다. 하지만 유지비를 내기 전까지의 얘기다. 바로 이것이 XC90을 세 라이벌 중 가장 뛰어난 SUV로 선정하게 만들었다. 

글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사진 · 존 브래드쇼 (John Bradsh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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