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치니까 야생마, 포드 머스탱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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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치니까 야생마, 포드 머스탱GT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5.06.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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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매끈한 승차감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달릴 때는 음악도 잠시 꺼둘 것. 그저 거친 야생마의 숨결을 느끼면 된다

시동을 걸자마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빨리 가자고, 뭘 꾸물거리느냐며 재촉이다. 확실히 거친 녀석, 달리 야생마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V8 5.0L 심장을 단 GT다.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엔진 속에 갇혀있는 422마리의 야생마들이 어서 빨리 꺼내달라고 성화를 부리는 것이다.
 

6세대를 맞이한 머스탱은 1964년 데뷔 이후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스타일리시한 차라는 얘기. 악당을 쫓는 주인공의 차로서 고성능이 뒷받침되어야함은 물론이다. 1968년의 영화 <블리트>에서 말수가 별로 없는 스티브 맥퀸과 함께 등장한 머스탱 GT는 차가운 금속성의 마초 분위기와 어울렸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영화 <블리트>에 등장했던 머스탱 GT는 초록색. 오늘 만나는 6세대 머스탱 GT도 같은 초록색이다. 무언가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 같다. 롱 노즈 숏 데크의 특징은 한층 더 명확해지고 폭이 넓어져 당당한 자세. 보다 근육질이다. 사이드 에어벤트가 있어야 할 자리에 큼직하게 5.0이라고 쓰여 있다. 다부지게 심플한 뒷모습에는 GT라는 글자뿐. 그 아래 듀얼 머플러 사이 디퓨저가 강인한 인상을 마무리한다. 노골적인 과시는 아메리칸 머슬 스타일. 타이어는 피렐리 P 제로 20인치. 거친 녀석과 터프한 파트너의 조합이다.
 

2+2 쿠페지만 도어 손잡이 위치를 보면 2인승 같다. 길다란 보닛과 시트 위치 등 운전석 공간이 2/3 남짓 차지하는데 뒷좌석을 뽑아냈다는 게 신기할 정도. 트렁크도 낮지만 공간은 제법 쓸 만하니 말이다. 물론 뒷좌석은 성인이 앉을 만한 자리는 못된다. 굳이 앉는다면 한 사람이 비스듬히 기대앉을 수는 있다. 사실 2+2의 묘미는 뒷좌석에 가방이나 옷가지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쓰는 재미다.
 

시트는 몸을 좌우로 잡아주는 느낌보다 큰 체구를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스타일. 허리는 잘 잡아준다. 럼버 스포트는 적당히 허리를 지지하지만 좀 딱딱하다. 큼직한 스티어링 휠 사이로 큼직한 원형 계기가 시원스레 잘 보인다. 센터 페시아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이 또렷한 인테리어에서도 각이 살아난다.
 

무거운 사이드 브레이크를 손으로 내리는 것도 모처럼 만이다. 동그란 기어 레버(수동 기어 분위기의)를 D로 내리고 출발이다. 자동 기어지만 한 칸 한 칸 내릴 때 절도가 있어 조금은 수동 기분을 준다. D 아래 S는 스포트 모드. 스티어링 휠 뒤에 납작하게 붙은 패들 시프트를 다룰 시간이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매끈한 감각의 유럽산 스포츠들과는 다른 야성이 느껴진다. 새롭기도 하면서 낯설다. 바닥에 밀착되는 감각 아니라 바닥을 압박하며 달리는 느낌. 민첩하게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날렵한 이미지보다 경사진 언덕을 날아 추격씬을 펼치는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른다. 거친 달리기를 뒷받침하는 것은 강력한 댐퍼다. 앞 스트럿 뒤 인테그랄 링크 서스펜션은 강성이 높고 알루미늄 너클로 스프링 하중량이 줄어 그립이 좋아졌다.
 

보닛 위로 솟아오른 날카로운 돔은 달리는 동안 운전자에게 터프하다는 자기암시를 준다. 앞 오버행이 짧기 때문에 긴 보닛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코너를 감아 돌 수 있다. 제법 빠른 속도에서도 생각보다 기민하게 파고든다. 정교한 핸들링은 아니지만 방향은 정확하고 추종성이 있다. 뒷바퀴의 그립이 좋고 핸들링 밸런스도 안정적이다.
 

대시 패널 오른쪽에 1964년생을 알리는 명판이 친근하다. 동그란 스타트 버튼 옆으로 나란한 토글 스위치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북돋는다. 놓쳐선 안 되는 기능들이 여기에 숨어있다. 정밀한 컨트롤 감각이나 예리함은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의외의 발견이 여기에 있다. 스티어링 휠은 노멀, 컴포트, 스포트 등 3가지 성격으로 세팅을 달리 할 수 있다. 보기보다 섬세한 세팅이다. 더불어 드라이빙 모드도 노멀, 스포트 플러스, 트랙, 스노/웨트 등 4가지로 세팅을 달리 할 수 있다.
 

rpm을 충분히 올리지 않고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실으면 울컥거리며 뛰쳐나간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긋이 회전수를 올리고 스로틀을 열어젖히면 사뿐하게 뛰쳐나간다. 나름 야생마를 다루는 요령이다. 최대토크 54.1kg.m가 발휘되는 rpm 영역은 4,250. 최고출력 422마력이 발휘되는 영역은 6,500이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영역은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싣는 순간 순식간에 다가온다.
 

S 모드로 옮기면 가속의 단계가 짧아진다. 이때부터 패들 시프트를 다루면 재미는 배가 된다. 고속으로 달리다 S로 바꾸면 5단에 물린다. 2단 감속도 빠르게 반응하는 스포티한 주행. 자동 6단 기어는 각 단마다 회전수를 최대로 끌어올려 쓴다. S 플러스 모드는 더 한층 단단하고 빨라진다. 브레이크는 묵직하다. 반응이 빠른 것은 아니어서 브레이킹 할 때 힘을 제대로 실어줄 필요가 있다.
 

연비에 신경 쓰고 달리기 어려운 차지만 효율적인 운전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이 머스탱은 GT라는 점을 상기하자. 크루즈 컨트롤로 속도를 세팅하면 제법 쾌적한 GT로 변모한다. 앞차와의 거리 조절은 두 단계. 앞차가 속도를 줄이는데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스스로 속도를 줄인다. 그 앞차가 옆으로 빠지니 다시 스스로 속도를 올린다.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에서 요긴한 기능이다. 이때는 음악을 틀어도 좋다. 운전자의 귀에 가깝도록 작은 스피커를 A필러에도 달았다. 하지만 사운드는 감동적이지 않다.
 

크루즈 컨트롤을 끄면 다시 잠잠했던 바다에 격랑이 인다. 길들이기 힘든 야생마는 거기에 맞추는 게 빠를지 모른다. 함께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 마음이 통하는 순간, 자유가 찾아온다. 그러면 시끄러운 소리도 퉁퉁대는 하체도 참을 만 해진다. 다음 단계가 재미다. 취향에 안 맞으면 처음부터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다. 다양한 자동차 세상에서 너무 조용한 고성능이나 한 치 틈도 없는 정밀 기계보다 약간 허세 가득한 이런 차도 재미있지 않을까. 물론 그저 허세만은 아니라는데 머스탱 GT의 매력이 있는 것이지만.

글 · 최주식 편집장 (road@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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