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경험하는 비일상, BMW 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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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경험하는 비일상, BMW M5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6.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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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5는 다루기 쉬운 편안한 비즈니스 세단과 사나운 맹수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BMW M5. 슈퍼 세단의 대명사 같은 존재다. 1984년에 첫선을 보인 1세대 M5(E28)는 최고시속 250km로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세단이었다. 3세대 M5(E39)는 V8 엔진으로 400마력을 냈고, M5 역사상 최초로 시속 300km를 넘었다. 제트엔진을 단 지상 최고속도 기록용 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촬영차가 E39 M5이었음이 드러나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세단’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던 오래전 TV 광고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F10 보디의 현행 5세대 M5가 등장했을 때 최대 하이라이트는 단연 엔진이었다. M5는 탄생 이래 줄곧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했고, 이전 세대도 7,750rpm에서 최고출력(507마력)을 내는 전형적인 고회전형 V10 5.0L 자연흡기 엔진이었다. 그 전통이 신세대 M5에 이르러 큰 변화를 맞이했다. M5도 다운사이징·직분사·과급의 거센 파도를 피해갈 순 없었다. 아무리 슈퍼 세단이라도 해도 극한의 주행 즐거움만 추구하면 안 되는 시대인 것이다.
 

BMW M이 내놓은 새로운 무기는 S63B44T0 엔진. S63Tu라고도 부르는 V8 4.4L 트윈스크롤 트윈터보 직분사 휘발유 유닛이다. 터보차저를 엔진 바깥쪽에 다는 일반적인 터보 엔진과 달리, 90°의 V 뱅크 사이에 터보차저 2개를 넣은 독특한 구조. 공간 절약뿐만 아니라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보닛을 열면 거대한 V8 엔진이 위용을 드러낸다. 최근에는 엔진룸 전체를 커버로 덮어 본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자동차가 많지만, M5는 많은 구성요소를 겉으로 내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물살을 가르는 접영 선수의 팔처럼 양쪽으로 뻗은 굵은 파이프와 그것에 연결된 커다란 박스다.
 

엔진룸 앞쪽에는 박스 4개가 자리 잡고 있다. 바깥쪽 2개는 인테이크 사일런서, 안쪽의 금속 박스 2개는 터보차저가 압축한 공기의 열을 물과 공기로 식히는 열교환기다. 열교환기에는 터보차저 냉각수를 공급하는 워터펌프가 달렸고, 엔진 커버 바로 밑에 자리한 터보차저와 금속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엔진룸을 꽉 채운 복잡한 구조의 엔진을 보고 있노라면, ‘바이에른 엔진 제작소’라는 회사명에 걸맞은 엔진에 대한 강한 집착이 느껴진다. S63Tu가 내는 최고출력은 560마력, 최대토크는 69.4kg·m이다. 1,500~5,750rpm의 넓은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내뿜고, 그 직후인 6,000~7,000rpm에서 최고출력을 낸다.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엔진이 가진 최고 성능을 발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듯 강력한 힘이 몰아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4.3초가 걸리고,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된다. 비슷한 가속성능을 내는 작은 체구의 스포츠카와는 다른 느낌. 1.9톤에 육박하는 중대형 세단이니만큼 가속감은 수치 이상으로 느껴진다.

엔진은 머뭇거림이 없고, 회전 상승이 가볍고 빠르다. 낮은 회전수에서도 토크감이 굉장해 오른발에 가볍게 힘을 주는 것만으로 유유히 주변의 흐름을 이끌 수 있다. 직결감이 좋고 치밀하게 작동하는 7단 듀얼클러치 M DCT 변속기와 맞물려 굳이 고회전으로 다그치지 않아도 충분히 빠르게 달린다. 물론, M5의 성능을 전부 이끌어내려면 6,000rpm 이상으로 엔진을 적극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M5는 고회전 영역에서도 힘이 빠지는 느낌이 없고, 7,000rpm 너머까지 맛이 사라지지 않는다. 회전한계는 7,200rpm. 터보 엔진을 달았지만, M 모델다운 고회전 DNA는 잃지 않았다. 언제든 오른발에 힘을 주면 엉덩이를 흔들며 튀어나가고, 계기판의 DSC(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 경고등이 쉴 새 없이 깜빡이며 맹렬히 가속한다. 속도계를 시선 가장자리에 확실히 넣어두지 않으면 면허증이 몇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변속 레버 주변에는 엔진, 서스펜션, 스티어링 세팅을 각각 컴포트(엔진은 컴포트 대신 이피션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로 설정할 수 있는 버튼이 달렸다. 변속 프로그램은 자동 모드(D)와 수동 모드(S)에 각각 세 가지씩. 또한, 자세제어장치도 DSC 활성화, M 다이내믹 모드(MDM), DSC 비활성화 중에 고를 수 있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선호하는 조합 2개를 따로 저장해뒀다가 스티어링 휠에 달린 버튼(M1, M2)을 눌러 간편하게 호출할 수 있다. 각 항목의 컴포트 모드와 스포트 플러스 모드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각각의 세팅은 저마다 개성이 있고 유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능수능란하게 주무르는 BMW의 솜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속은 몹시 사납고 세차지만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좋고, 이는 코너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스파이더맨〉 속 대사처럼, 500마력이 훌쩍 넘는 고출력 뒷바퀴굴림 차를 코너에서 다루는 데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M5는 접지력이 매우 우수한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광폭(앞 265mm, 뒤 295mm) 타이어를 끼우고도 언제든 뒷바퀴를 미끄러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맹수다.
 

하지만 휠 스핀을 예측해 좌우 바퀴로 전달되는 토크를 0~100%까지 자유자재로 분배하는 액티브 M 디퍼렌셜 덕분에 어느 정도 안심하고 코너링을 즐길 수 있다. 크기가 크고 무게가 무거운 만큼 경쾌한 움직임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날카로움은 제대로 전해지고, 스티어링 피드백도 매우 좋다. 큰 몸집임에도 안정감과 조종의 즐거움이 양립하고 있다.

20인치 휠 안쪽을 꽉 채운 6피스톤(앞)의 대형 브레이크는 쉽게 지치지 않고, 성능과 밸런스 모두 뛰어나다. 하지만 강렬한 주행감각에 비해 사운드는 심심한 편. 스피커를 통해 엔진음을 내는 액티브 사운드 장치를 달아뒀지만, 음색과 음량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 배기파이프는 비트를 살린 중저음 소리를 내는데, 고급스럽긴 해도 너무 온화해서 박진감이 없고 힘껏 달리고 있다는 현장감이 약하다.
 

M5로 주행을 만끽하면 트립 컴퓨터상 연비는 5km/L 이하를 맴돈다. 하지만 일상 주행과 스포츠 주행 비율을 9:1로 1,000km 가까이 주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7.2km/L의 수치를 나타냈다. 차의 크기와 무게, 엔진 성능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정부 공인 복합연비는 8.1km/L(도심 7.1km/L, 고속도로 10.0km/L)로, 이전 세대에 비해 연비가 30%나 개선됐다.

과거의 고출력 차는 운전자의 높은 기량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존재였다. 반면, 최신형 M5는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몰 수 있는 차다. 평소엔 520d처럼 부담 없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탈 때마다 긴장할 필요가 없고 다루기 쉬워진 만큼, 예전에 비해 특별한 물건이라는 느낌은 덜하다.
 

비록 특별한 기계를 다룬다는 쾌감이 엷어지긴 했지만, 대신 포용력이 넓어져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골수팬들은 이러한 변화에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M5는 여전히 매우 빠르고 조종의 묘미도 짙은 속도광을 위한 비즈니스 세단이다. 지금 시대에 맞는 슈퍼 세단으로 진화한 것이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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