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책자가 알려주지 않는, 유럽에서 운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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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책자가 알려주지 않는, 유럽에서 운전하는 법
  • 류선욱 통신원
  • 승인 2015.06.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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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강국인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운전은 색다른 체험이다. 기차 여행보다 편리하고 장점도 많다. 하지만 각별한 주의 또한 필요하다 

5월,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이다. 어떤 장소든 낭만이 펼쳐질 것 같다. 해외여행, 그것도 유럽은 어떨까. 유럽은 살면서 꼭 한번 가볼 여행지로 손꼽힌다. 긴 역사와 변치 않는 전통, 환상적인 동화 속 풍경, 멋진 절경의 휴양지 등 손꼽을 이유는 많다. 그동안 유럽여행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요즘 들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여행에는 비자가 필요 없을뿐더러, 인터넷으로 여행지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행의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많은 짐과 함께 기차를 비롯한 교통편을 일일이 알아가면서 여행을 해야 했다. 지금은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객들이 많다. 유럽연합에서도 국제면허증을 통해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과 함께 매번 교통편을 확인, 예매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과 달리, 자동차와 함께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곳곳을 누빈다면 더욱더 즐겁고 낭만적인 유럽여행이 될 수 있다.

자동차 여행은 단점보다 장점이 아주 많다. 하지만 낭만을 쫓아 국제면허증 하나 들고 운전하다 각종 난관에 봉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다. 따라서 주의사항을 미리 체크해야 한다. 제대로 알고 준비해서 더욱 즐겁고 기억에 남는 로맨틱한 여행을 즐겨보자.
 

■ 무조건 좋다. 자동차로 유럽여행을 하면!
유럽의 대표적인 교통편은 기차다. 구성이 체계적이며, 유럽 전체를 여행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여행객은 대부분 기차를 탄다. 그러나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 기차 요금과 제한된 장소, 정해진 시간이 아쉽다. 구석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대표적인 도시를 볼 뿐, 유럽의 구석구석까지 깊이 있게 살피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또 하나, 파업이라는 변수가 전체 일정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럽은 나라끼리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정해진 일정이나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 또한 유럽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인 환상적인 절경을 구경할 수도 있다.

기차보다 자연 깊숙이 숨겨진 곳을 운전하며, 빼어난 절경을 편안하게 감상한다고 생각해보자. 푸른 바다를 보며 내달리는 지중해 도로, 해발 2,000m 이상의 알프스 산악도로를 달리며 눈 쌓인 산맥을 바라보는 경험. 자동차가 없다면 맛볼 수 있을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행의 가장 큰 짐은 바로 ‘짐’이다. 며칠을 머물러야 하니 많은 짐을 가져오기 마련. 많은 짐을 들고 다니면 숙소 체크인/체크아웃도 일이다. 이런 부담을 자동차가 해결해준다. 무거운 짐들은 자동차가 맡아주고, 짐 실을 공간도 넉넉하니 마음 놓고 쇼핑할 수 있다.

이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대여에 많은 비용이 들까봐 걱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차를 포함한 교통비와 자동차 대여 비용은 큰 차이가 없거나, 자동차 쪽이 훨씬 저렴하다.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유레일 글로벌패스(유럽 기차를 기간 내 무제한 이용 가능한 표)는 4주 기준 1인당 약 120만원이다. 여기에 다른 교통비, 코인락커비도 추가된다.

자동차로 여행한다면 4주 대여 비용 100만원에 기름값 100만원(5,000km)이 든다. 주차비를 약 50만원으로 가정하면 250만원이 든다. 1인 기준으로는 유레일 패스보다 비싸지만, 동승자가 있다면 더 유리하다. 만일 친구들과의 4인 자동차 여행이라면 1인당 80만원 선에서 한 달간 유럽 곳곳을 누비며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이렇게나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무거운 짐과 함께 빡빡한 일정의 기차로 유럽여행을 할 것인가?
 

■ 유럽에서 자동차를 어떻게 빌려야 하지?
자동차를 빌리는 방법은 국내와 아주 비슷하다. 미국과 유럽의 렌터카 시스템 그대로 국내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대여는 ‘렌터카’와 ‘리스카’로 구분되어 있다. 덧붙여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며 좀 더 다이내믹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캠핑카’ 또한 가능하다.

유럽의 대표적인 렌터카는 EUROCAR, HERTZ, AVIS, BUDGET 등이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하면 되지만, 업체를 검색, 비교 가능한 사이트(RENTALCARS.COM 등) 또한 많다. 일정을 계획하고 미리 예약하면 차종도 많고 할인 폭도 높다. 숙박업소 패키지나 해당 국가 내의 소규모업체를 검색(priceline.com 등)하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빌릴 수 있다. 단, 기본가가 너무 저렴한 경우 운행거리 제한이나 제철 장비에 대한 대여가 필수 추가 지불인 경우도 있다. 기본사항을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렌터카의 장점은 편리한 이용과 더불어, 3~4주의 장기 여행이 되면 값이 더 저렴해진다는 점이다. 유럽은 대여기간이 길수록 할인이 늘어난다. 1일 40유로(약 4만7천원)지만, 10일을 빌리면 200유로(약 24만원)가 되기도 한다. 또한 국가에 따라 무료 픽업/리턴 제도가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운전자 추가는 추가 보험을 들어야 하고, 예약한 모델이 사정에 따라 없을 경우 다른 모델을 받게 된다. 이는 유럽에서는 흔하다. 렌터카 이용이 많기 때문에 해당 모델이 고장 나거나, 미리 대여될 경우 다른 차를 준다. 대신 더 급이 높은 차를 준다. 그래서 낮은 등급을 선택하고, 더 좋은 차로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다.
 

한 달 이상의 유럽여행을 계획한다면 렌터카보다 리스카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이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제도다. 자동차 회사가 새 차를 여행자에게 단기 리스한 후, 돌려받아 중고차로 되파는 방식이다. 자동차 회사의 판매증진과 함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시작된 제도다. 장기여행에 특히 유용하다.

가능한 브랜드는 푸조, 시트로엥, 르노 등이 있다. 비용은 한 달 기준 약 150만원이다. 렌터카보다 유리한 부분이 많다. 보험과 함께 상시 AS가 가능하며, 운전자 추가에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공장에서 출고된 신차를 받는다는 것. 또한, 리스 기간 동안 자동차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고, 마일리지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단, 프랑스에서 운영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프랑스 출입국이 조건이다. 국내 대행업체나 대표적인 렌터카 회사에서 계약할 수 있다.

자연을 즐기고, 숙식도 차에서 해결하며 유럽 곳곳을 누비고 싶다면 캠핑카가 좋다. 주방 및 샤워시설까지 겸비한 캠핑카는 대여에 하루 기준 약 10~15만원이 든다. 비용이 다소 높고, 성수기의 경우 대여 비용이 두 배 이상 들 수 있다. 차체가 크니 운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주차비용과 보증금(약 200만원)도 높다. 하지만 보다 깊숙이 자연을 향해 떠나고, 남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캠핑카를 적극 추천한다. 저렴한 독일 캠핑카 대여업체(Hymer rent, DRM 등)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 유럽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며 낭만 가득한 추억을 쌓자
운전 경험이 있다면 유럽도 어렵지 않다. 기본 법규와 표지판만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문제없이 즐거운 여행이 가능하다. 일단 각 나라와 지역을 넘나들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이용은 필수인데, 몇몇 지역을 빼곤 시원하게 쭉 뻗어 있고 질서가 좋아 운행에 불편함이 없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알파벳 ‘A’가 고속도로를 뜻한다. 영국과 헝가리는 ‘M’(MOTORWAY)을, 체코는 ‘D’(DALNICE)로 표시한다. 영국과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다. 그 외 국가는 구간제와 기간제로 통행료를 낸다.

기간제는 해당 기간 동안 통행료를 내야 이용할 수 있다. 스위스는 1년, 오스트리아는 10일/2개월/1년이고 체코의 경우 10일/1개월/1년 기준이다. 톨게이트 통과가 아닌, 자동차에 스티커를 부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구간제는 국내와 같은 방식이다. 각 지역 구간별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며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유럽은 고속도로 추월 차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추월 후 반드시 주행 차선으로 변경하는 것이 규정이다. 국내와 기본적인 표지판은 동일하지만 도시별 법규에 따라 우선통행, 표지판, 우회전 우선 표지판, 속도제한해제 표지판 등에 주의해야 한다.
 

많은 표지판과 더불어 유럽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교차로가 바로 ‘원형교차로’이다. 국내에서 일명 로터리라 불리는 이 도로는 신호에 따라 통제되는 교차로가 아닌 자율교차 주행방식 도로이다.

이곳에서 여행객들이 사고를 많이 내는데, 순서 규칙을 모르기 때문이다. 회전하는 차량에게 무조건 우선권이 있다는 것만 알면 간단하다. 일시 정지 후 회전 교차로로 진입해야만 한다. 또한 회전하면서 진입 도로를 모른다면 원형도로를 따라 돌면서 유턴도 가능하다.

또한 국내와 다르게 유럽은 지상열차(Tram)와 도로를 같이 쓰는 나라가 많다. 대중교통 차량에 통행우선권이 있다. 정차 시 추월은 금지다. 그리고 종종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많은데 보행자가 있다면 일단 멈춰야 한다. 횡단보도가 따로 없더라도 작은 골목에서는 우선권이 보행자에게 있어 사고 시 처벌은 운전자에게 있다.

또 다른 차이라면 국내에서의 노란 중앙선은 유럽에서 찾아볼 수 없다. 유럽은 흰색으로 처리되어 처음 갈 경우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쪽 차선을 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나라가 많기에 환경보호 지역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주행 제한 도로도 있다. 해당 시간에만 주행이 가능한 도로가 있으며, 주행은 가능하나 정차 시 공회전을 금지하는 지역도 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벌금이 부과된다.

안전벨트는 뒷자리까지 필수이며 만약 12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반드시 뒷좌석에 앉아야 하고, 미취학 아동의 경우 카시트 설치를 해야만 한다. 겨울인 경우 독일에서는 스노타이어가 필수다. 렌터카에서 미리 마련해놓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점차 전조등에 대한 사용이 많아지고 있지만 유럽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온다면 전조등을 반드시 켜야 한다. 이런 규정 단속은 불시에 한다. 공회전, 제철 장비, 고속도로 기간 통행권, 안전벨트까지 불시에 검사한다. 다른 운전 환경에서 일단 양보하는 미덕을 가지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다른 차량들의 주행을 파악하며 운전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 유럽에서 과속하면 상상 이상의 벌금이 뒤따른다
유럽 운전에서 가장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독일의 무제한 고속도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제한 속도구간은 일부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각 구간별 속도 표시가 있다. 속도를 준수하지 않으면 과속카메라에 찍히기 마련. 속도표지판에 대각선으로 검은 빗금들이 그려진 것이, 속도 제한이 해제되었다는 무제한 신호다. 무제한 구간은 출입구가 없이 직선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구간으로 정해져 있다.

과속에 대한 벌금 및 처벌은 나라별로 다르다.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가 가장 높다. 초과 범위 시속 10km 미만에서는 최대 10만원 내외지만, 시속 20km나 그 이상은 백만원 단위로 벌금이 나오며, 벌점과 함께 면허정지 또한 당할 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초과 범위 시속 50km가 넘으면 약 500만원의 과속 벌금을 낼 수도 있다. 독일의 경우 스쿨존 등 안전이 중시되는 도로의 경우 약한 과속에도 벌점과 함께 수십만 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과속카메라를 찾아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속카메라가 국내처럼 신호등 위치로 위에 달려 있지 않고 가로등처럼 옆에 서 있다. 높이가 낮으니 신호등이나 다른 표지판 등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나무에 가려진 카메라도 있으며, 뒤에서 촬영하는 나라도 있으니 유럽에서의 과속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또한 과속이나 위험한 주행으로 주변 차량에게 위협을 줄 경우 상대방 운전자가 신고하면 체포 및 처벌도 받을 수 있다. 과속 벌금은 대여한 렌터카 업체를 통해 우편 혹은 연락을 받게 된다. 벌금은 지로용지로 온다. 정해진 기간 안에 처리하면 문제없다.

만약 기간 내에 지불하지 않으면 연체 비용과 벌금 지불에 대한 인적 사항 조사에 따른 인건비 등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계속 붙는다. 금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벌금고지서가 될 수 있기 마련. 또한 일정기간 후에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이름으로 계속 연체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바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만약 벌금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유럽 국가에 입국할 시 입국심사소에서 적발될 수 있다. 운 좋게 입국하여 여행한다 하더라도 담당청으로 연락되어 숙박하는 곳으로 찾아와 처벌한다고 하니 각별히 주의하자.

독일의 경우 과속에 대한 사유서나 변호사 선임 등 책임 의사를 묻는 편지가 도착한다. 이후 과속을 인정하면 해당 벌점이나 벌금이 나온 고지서로 처리하게 된다. 스위스에서 약 500만원의 과속벌금을 낸 청년들 일화가 유명하다. 핀란드의 경우 초과 범위 시속 20km 이상인 경우 급여의 일부가 벌금으로 책정된다. 1억4천만원의 벌금을 물어낸 일화도 전해진다.

이처럼 유럽에서의 과속 벌금은 나라별 차이가 있고 도로별 금액 차이도 다른 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단속이 매우 많은 편이라는 것. 그리고 엄격히 처벌한다는 점은 어디서나 동일하다. 여행길에서 과속은 불필요한 요소다.

여유로운 운전으로 유럽을 살피자. 자동차와 같이하는 유럽여행은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새겨질 것이다. 더욱이 유럽 전 지역을 횡단했다는 이야기는 더욱 값질 것이다. 물론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사항들을 숙지한다면 말이다.

글 · 류선욱 (본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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