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한 묘약, BMW 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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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한 묘약, BMW M4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6.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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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는 가장 화끈한 스포츠카다. 열정을 다시 부추기는, ‘남자’를 위한 묘약이다

삶이 재미없어지는 순간. 가슴에는 더 이상 불이 붙지 않는다. 예전엔 새로 대하는 것 모두가 가슴을 뛰게 했건만, 지금은 가슴을 뛰게 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김광석이 말했듯, 가슴이 비어가는 서른 이후의 일상은 무채색이다. 삶에 불을 댕길 무언가가 필요하다. 여기에 고성능 스포츠카의 본질이 있다.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고 잃었던 재미를 안겨주는 것. 그렇게 무채색 하루를 천연의 색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M4를 만나는 순간, 오늘 하루는 진한 겨자색이 되리란 생각을 했다. 만만치 않은 인상이다. 일반적인 4시리즈와 디자인을 공유하지만, 한층 공격적으로 바뀐 디자인 때문이다. 범퍼 아래의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감싼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모든 것은 공기를 가르기 위해 디자인됐다. 목적을 위한 형태에 디자인을 더한 모양새랄까. 공기흡입구를 둘러싼 테두리도 작은 날개처럼 만들었다. 고속에서 마주하는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차체 아래를 훑은 공기는 뒤의 디퓨저를 따라 흘러가며 차체를 안정화시킨다. 뒤에서 보는 모습이 더욱 멋지다. 부풀린 뒷바퀴 펜더의 곡선이 아름답다. 폭 넓은 타이어를 담기 위한 것으로, 이 차가 강력한 성능을 뒷바퀴에 쏟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내는 곳곳을 감싼 가죽과 카본 트림의 조화가 돋보인다. M이 아닌 보통의 4시리즈와 구성은 거의 같지만, 좀 더 많은 곳에 가죽을 싸매고, M 전용 부품을 더해 차별화했다. 이런 구성은 M3과 같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낮아진 지붕이다. 머리 공간을 줄여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했다. 쿠페 특유의 낮게 깔리는 지붕선 때문에 뒷좌석 머리 공간은 좀 많이 줄어들었다. 푹 파고들어 기댈 수 있는 뒷좌석은 쿠션이 좋지만, 키 180cm 성인남성 기준으로는 머리 공간이 부족했다. 단거리 이동이라면 버티겠지만 장거리는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뒷좌석을 원한다면 M3을, 조금 더 화끈한 쿠페를 원한다면 M4를 골라야겠다.
 

속도계의 최고시속은 330km. 쉽게 다다르지 못할 속도지만, M4라면 불가능한 속도를 탐하게 된다. 엔진의 회전 한계를 알려주는 레드라인은 유동적으로 바뀐다. 엔진이 충분히 달궈지지 않았을 때는 한계 회전수를 낮추고, 제 성능을 낼 수 있을 때에 회전수를 최대로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 M4의 최대 허용 회전수는 7,600rpm이다. M 문양을 새긴 기어레버는 작아 손에 꼭 맞았다. 자동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라 매끄럽지만, 은근 거친 맛이 있다.
 

기어레버를 감싸고 있는 다양한 버튼들은 꼭 숙지해야 할 요소. M4를 단순한 전투기가 아닌 ‘전자전기’(電子戰機)로 만들어준다. 그중에서도 테두리를 두른 3개의 버튼과 기어레버 바로 아래의 버튼이 중요하다. 각각 스티어링, 서스펜션, 구동계, 주행 프로그램을 맡는다. 모두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의 세 가지 모드로 조절이 가능하다. 4가지 항목을 3단계에 걸쳐 조정 가능하니, 이론상 12가지의 주행 설정이 가능한 셈이다. 각 모드마다 차이가 커 더욱 극적이다.

보닛을 가른 종이접기보다 더 매끈하게 접힌 선. 그 가운데 엔진이 있다. 직렬 6기통 3.0L 트윈 터보 엔진. 자연흡기 엔진만 고수하던 M이 고집을 꺾었다. 지금의 M4 쿠페는 M의 역사 속 분기점이 될지 모른다. 과거의 M3 쿠페라는 이름을 벗어 던지며 파생형 모델의 탄생을 예고했고, 새로운 터보 엔진을 얹었기 때문. 물론 그 배경에는 성능 향상이 있다. 기존의 V8 4.0L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출력, 토크, 성능 모두 늘었다. 줄어든 것은 엔진회전수와 80kg 가벼워진 무게뿐이다.
 

M4의 직렬 6기통 3.0L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31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성능을 낸다. 기존의 V8 4.0L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출력은 11마력 늘었지만, 최대토크는 15.3kg·m 늘어났다. 물론 수치로 비교할 것은 아니다. 엔진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감각이 송두리째 바뀌었어도 가슴을 졸이게 하는 매력은 여전하다.

엔진의 회전 질감은 아주 매끄럽다. 그런데 공회전 상태에서도 으르렁대는 소리가 컸다. 배기음의 세팅 때문이다. 음색이 굵어 ‘혹시 더 큰 엔진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소리는 성능과 크게 관련 없는 부분이지만 운전자의 감성을 일깨운다. 강렬한 소리는 달릴 의지를 더욱 부추긴다. 그래서 M의 배기관 설계는 효율과 소리 모두를 잡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세팅을 컴포트로 맞추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생각보다 고분고분하다. 쉽게 정복할 수 없는 차를 상상했건만 말이다. 승차감은 스포츠카의 범주에서 충분히 부드러운 편에 든다.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도로의 충격을 거슬러냈고, 가속은 여유로웠다. 최대토크 56.1kg·m을 1,850rpm부터 끌어내 5,500rpm까지 유지하기에, 회전수 조절에 상관없이 늘 넉넉한 힘을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빠른 순항을 즐겼다. 느긋하게 달릴 GT로의 성능도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자신감에 차서 모든 세팅을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바꾼 세팅을 불러냈다. 모든 것이 버튼 하나로 뒤바뀌었다. 편안함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운전자를 시험하듯 모든 것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댐퍼는 도로의 충격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달했고, 스티어링은 무게를 잡으며 예민해졌다. 손끝에 도로가 느껴진다. 기울기, 포장상태, 노면의 상황 모두 읽어낸다. 갑자기 머릿속에 들어오는 정보가 늘어난 기분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또한 M 전용 모드로 바뀌어 엔진회전수와 속도, 기어 단수를 표시하며 달리라 부추긴다. 크고 눈에 쏙 들어오는 구성은 계기판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다.
 

울부짖는 엔진이 신화 속 세이렌처럼 달리라 유혹한다. 세이렌의 노래는 감미롭다고 하건만, M4의 노래는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는 헤비메탈과 같았다. 가속페달을 밟고 뗄 때마다 몸을 시트에 메다 꽂듯 움찔거린다. 회전수를 올릴수록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엔진은 대를 이어 내려온 특성인 ‘날카로움’에 딱 어울린다. 터보차저의 지연현상이 전혀 없을 정도로 반응이 빠르다. 뒷바퀴에 출력을 전하는 드라이브 샤프트를 카본으로 바꿔, 조금이라도 더 경쾌한 출력 전달을 노린 이유가 납득이 간다.

터보 엔진의 특성인 중간회전대의 시원한 가속을 고회전대까지 이어가는 강렬함이 마음에 든다. 일반적인 터보 엔진과는 크게 다르다. 대다수 터보 엔진은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고회전의 생동감이 흐릿하다. 일정 회전수를 넘어가면 토크를 크게 줄여 엔진을 보호하려 들기 때문. 중간영역대의 후련한 가속을 더 누리고 싶은 이라면 살짝 아쉬울 부분이다. 하지만 M4는 완전히 다른 야수다. 회전수를 올리면 올릴수록 끊임없이 힘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5,000rpm을 넘겨 7,500rpm까지 다가갈 때 그렇다. 그치지 않는 힘에 마음을 졸일 만큼 고회전의 역동성이 살아 있다.
 

이는 최고출력을 뽑아내는 세팅 때문이다. M4는 최고출력 431마력을 5,500rpm에서 끌어내 7,300rpm까지 유지한다. 회전수를 올릴수록 힘을 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리고 각 단의 기어비를 좁힌 7단 자동 듀얼클러치 변속기 덕분에, 변속을 거듭해도 빠르게 최고출력 영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실력만 있다면 언제든 최고출력을 내면서 달릴 수 있다. 이런 엔진에서 약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속페달을 잘못 까딱이면 몸부림치듯 뛰쳐나가려 드는 엔진은 도전 욕구를 일깨운다. 편안하게 다가왔던 때와는 전혀 달랐다. 이런 가장 날카로운 세팅이 M의 본질이라는 생각이다.

코너를 어떻게 진입하느냐에 따라 M4의 코너링은 크게 달라진다. 단단하게 옥죈 하체는 코너에서 버티는 한계 속도를 높였다. 가장 단단하게 바뀐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차체를 도로에 눌러댄다.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기울지 않는다. 한 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스티어링은 운전자의 의지를 충실히 반영한다. 정석대로 코너 앞에서 속도를 줄여 진입하고, 빠져나가면서 가속하는 주행법에 가장 잘 어울린다. 고속 코너를 통과하며 느낄 수 있는 것은 차체가 아주 단단하다는 것. 비틀리는 코너의 연속에서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가벼운 섀시에 카본과 알루미늄을 곳곳에 더해 강성을 더한 덕이다.
 

좌우로 몰아치듯 달려도 계속 노면을 붙잡아준다. M4의 하체에 특징이 있다면 리어 액슬 서브 프레임을 차체에 그대로 붙였다는 것. 한계 성능을 높이기 위한 대처다. 게다가 양쪽 바퀴의 회전속도 차이를 줄여주는 전자식 액티브 M 디퍼렌셜을 더했다. 더욱 강한 트랙션 확보를 위해서다. 그래서 코너 정점을 빠져나가면 순식간에 뛰쳐나가듯 가속한다. 랩타임을 줄일 때의 정석에 걸맞다.

멋진 스포츠카를 소재로 한 이야기 중 빠지지 않는 것은, 스포츠카를 꿈꾸는 것은 청년이지만, 타는 것은 중년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는 돈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이해가 간다. 스포티카가 아닌 진정한 고성능 스포츠카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것은 운전자로도, 남자로도 성장하는 굴곡진 길일 것이다. 이리저리 굽은 포도나무의 결처럼…
 

열정적인 주행에 몸은 지쳐도 마음은 계속 달리기를 갈구한다. M4와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어서다. 세상에 수많은 차들 중에, 이렇게 운전자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정복해보라 말하며 손 내미는 차들은 흔치 않다. 끊임없이 달리며 하루를 보냈다. 어릴 때 줄곧 동경했던 가장 화끈한 스포츠카를 타고 달린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로 남자를 위한 묘약이 아닐까. 가슴은 차체에 비추는 불타는 석양처럼 끓었고, 운전은 놀이가 됐다. 가슴속 숨어 있던 어린아이가 고개를 내민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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