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60 T6, 트윈차저가 날리는 강펀치
상태바
볼보 S60 T6, 트윈차저가 날리는 강펀치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6.01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결합한 트윈차저 엔진을 달고 강펀치를 날린다

누군가 볼보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을 때, ‘안전’만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시대에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볼보가 수십 년 동안 안전에 대한 명성을 쌓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여기에 몇 가지 키워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성능’이나 ‘효율’ 같은 것들 말이다.

볼보는 최근 몇 년간 새로운 스타일, 신형 구동계, 최신 안전장비를 적용해 라인업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보폭을 넓혀왔다. 볼보 르네상스를 이끄는 원동력은 드라이브-E라고 이름 지은 신세대 구동계다. 개발 당시 VEA(볼보 엔진 아키텍처)라고 불렀던 드라이브-E는 시대적 흐름인 다운사이징과 모듈화 추세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볼보의 계획은 훨씬 대담하고 원대하다.
 

볼보는 직렬 4기통 엔진 하나로 기존의 4기통, 5기통, 6기통, 그리고 심지어 8기통 엔진마저 대체하려 한다. 지난 2013년 볼보가 이러한 계획을 밝혔을 때, 무모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볼보는 그들의 계획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드라이브-E는 직렬 4기통 직분사 엔진과 아이신제(製) 8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구동계를 통칭한다.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 라인업 전체에 걸쳐 하나의 엔진 블록을 공유하며, 여기에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터보차저, 슈퍼차저, 전기모터 등을 결합해 다양한 조합을 만든다는 발상이다.

모든 엔진이 구성요소 중 50%를 공유하고, 25%는 유사 부품, 나머지 25%가 전용 부품이라고 한다. 엔진 아키텍처를 통일하고, 비슷한 지오메트리를 갖춰 개발과 생산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이는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드라이브-E로의 이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시판 S60 라인업에서 배기량 1,969cc 엔진 블록을 공유하는 드라이브-E 모델로는 D4(디젤)와 T5(휘발유)가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했다. T6이다. S60 T6 R-디자인은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가장 최근에 선보인 S60 라인업의 최고봉이다. T6이라는 트림명이 암시하듯 이전의 직렬 6기통 모델에 해당한다.

T5에는 245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터보 휘발유 엔진이 들어간다. T6은 여기에 슈퍼차저를 더 달았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결합한 볼보 최초의 트윈차저 엔진이다. 5,700rpm에서 최고출력 306마력을 내고, 2,100~4,5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한다. 4기통 엔진으로 BMW의 직렬 6기통 3.0L 터보 엔진(N55)과 같은 성능을 낸다.
 

볼보가 최근 공개한 신형 XC90 T8은 이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해 400마력, 65.2kg·m의 힘을 내뿜는다. 과거 볼보가 썼던 V8 4.4L 자연흡기 엔진의 성능(315마력, 44.0kg·m)을 감안하면, 4기통으로 8기통까지 대체하겠다는 볼보의 야심찬 계획에 수긍하게 된다.

슈퍼차저 엔진은 저회전 응답성은 뛰어나지만 고회전에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터보 엔진은 터보차저가 힘차게 돌기 전인 저회전에서 힘을 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만약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함께 달아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다면? 적어도 이론상으론 완벽해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볼보의 신형 트윈차저 엔진은 완벽에 가깝게 돌아간다.
 

S60 T6 R-디자인은 운전이 상쾌하고 즐겁다. 대부분은 엔진 덕분이다.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모든 영역에서 응답성이 매우 좋고 꾸준하게 힘을 배출한다. 3,500rpm을 기준으로 그 이하에서는 슈퍼차저가, 그 이상의 영역에서는 터보차저가 힘을 보탠다. 하지만 실제로 동력 전환의 순간을 몸으로 알아채는 것은 불가능하다. 파워 전개에 끊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슈퍼차저에서 터보차저로 넘어가는 것은 소리로 알 수 있다. 저회전에서는 기이잉 하는 슈퍼차저 특유의 기계음이 들리고, 중속으로 넘어가면 터빈이 내는 휘파람 소리로 바뀐다. 창문을 열면 좀 더 분명하게 들리는데, 두 과급기가 내는 작동음이 운전의 재미를 크게 높인다. 엔진을 돌리는 맛이 있다. 반면, 배기음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동력은 토크컨버터 방식의 8단 자동변속기(기어트로닉)를 통해 앞바퀴로 전달된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이면 토크스티어 현상을 보이는데, 금세 트랙션을 확보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5.9초. 발진한 뒤 연료가 차단될 때까지 막힘없이 내달린다. 엔진은 마찰이 적은 느낌으로 매끄럽게 돌아가고, 변속은 빠르고 부드럽다. 최신 구동계다운 작동감이다.

R-디자인 배지를 단 스포츠 모델로서 날선 감각은 다소 부족하다. 기어트로닉은 스포츠 모드를 지원하지만, 평소보다 회전수를 높게 가져간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허나, 가감속을 반복할 때 엔진 반응이 좋고,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언제든 손쉽게 힘을 뽑아 쓸 수 있어서 크게 불만은 없다.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10.6km/L(도심 9.1km/L, 고속도로 13.4km/L)로, 성능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표다.
 

전용 스포츠 섀시를 적용한 S60 R-디자인은 일반 모델보다 차고가 15mm 낮다. 승차감은 저속에서는 단단한 편이나, 고속주행 때는 가끔 두둥실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꽉 조인 것보다는 나긋나긋하고 편안한 감각에 가깝다.

하지만 코너에서는 탄탄하고 회두성도 좋다. 연속된 코너에서 뒷바퀴가 잘 따라와 주고, 쉽게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아서 자신 있게 몰아붙일 수 있다. 스티어링은 가벼운 편. 3단계(로우, 미디엄, 하이)로 무게감을 설정할 수 있고, ‘하이’를 선택하면 꽤 묵직하다. 스티어링은 정확하지만, 피드백은 부족하다.
 

실내는 단정하고 간결하며, 조립품질도 좋다. 다만, 독일 라이벌들에 비해 약간 오래된 느낌이고 덜 고급스럽다. 시트는 동급 최고. 몸을 잘 잡아줄 뿐만 아니라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하지 않다. 각종 안전·편의 장비도 풍부하다. 정지와 재출발 기능(큐 어시스트)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충돌 경고장치(시티 세이프티 등), 도로표지정보(RSI) 등이 특히 유용하다.

간혹 경고 장치들이 성가실 때가 있는데, 이때는 차량 설정 메뉴에서 각각의 기능을 끄거나 켤 수 있다. 2세대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AHB 컨트롤 Ⅱ)은 야간 주행이 많은 운전자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다. 단순히 상향등을 자동으로 끄고 켜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에 따라 정확히 앞차가 있는 곳만 어둡게 만든다. 매트릭스 LED에 버금가는 작동 모습을 보여준다.
 

S60 T6 R-디자인의 가격은 5천750만원. 가격대가 비슷한 동급 휘발유 모델로는 메르세데스-벤츠 C 200 아방가르드(5천420만원)와 BMW 328i 스포츠(6천70만원)가 있다. C 200 아방가르드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kg·m이고, 328i 스포츠는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5.7kg·m이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면 S60 T6 R-디자인이 월등히 앞선다.

지난 2010년 볼보가 중국 자본에 인수됐을 때, 볼보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볼보를 인수한 지리홀딩스 그룹은 영리하게도 볼보의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고 경제적인 지원만 하는 길을 택했다. 지리홀딩스는 지난 5년간 볼보의 차세대 플랫폼 및 엔진 개발에 12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는데, 이는 스웨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였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고 5년이 지난 지금, 볼보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가장 주목할 만한 메이커임에 틀림없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