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열리는 드래그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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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열리는 드래그 레이스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4.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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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루나 X프라이즈를 통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경주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달로 돌아가자(Back to the Moon)." 구글은 지난 2007년 미국의 우주연구 후원단체인 X프라이즈 재단과 함께 총 상금 3천만 달러(약 330억원)를 내건 달 탐사 경진대회 ‘구글 루나 X프라이즈’(Google Lunar XPRIZE, 이하 GLXP)를 발표했다. 전 세계 민간 기업 및 연구기관들의 달 탐사 경쟁을 촉발하기 위한 전례가 없는 대회다.

X프라이즈 재단은 인류의 이익을 위해 급진적인 돌파구를 이끌어내 새로운 산업 형성에 영감을 주고, 해결책이 없다고 여겨지는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구글의 브랜드 경험 및 파트너십 부문 총괄 맷 허스트는 “구글은 과학과 사회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 팀은 민간 자금으로 로버(rover·이동식 탐사로봇)를 달에 착륙시킨 다음 500m를 이동하면서 정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가장 먼저 완수하는 팀이 2천만 달러(약 220억원)의 상금을 거머쥔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로버를 달까지 보내는 일이다. 지구에서 약 38만km 떨어진 달까지 이동하려면 고성능 우주발사체가 필요하기 때문. 다행히 GLXP는 발사체 개발을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참가 팀은 민간 우주로켓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달 궤도에 진입한 후부터는 참가 팀이 모든 조작과 제어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대회 최종 시한은 당초 2012년 12월 31일까지였으나, 3년 연장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2016년 12월 31일까지로 또 한 차례 연장했다. 참가 신청은 2010년 12월 31일에 마감됐고, 전 세계에서 총 33개 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아쉽게도 한국 팀은 참가하지 않았다. 현재 15개 팀이 기권하고 18개 팀이 남았다.

구글과 X프라이즈 재단은 참가 팀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26일 착륙, 이동성, 영상 전 등 3개 기술 분야에서 현재까지 연구 성과가 가장 우수한 5개 팀을 선정해 장려상인 ‘마일스톤 프라이즈’를 시상하고, 총 525만 달러(약 58억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미국의 아스트로보틱이 175만 달러(약 19억원)를 획득해 가장 많은 상금을 받았고, 이어 미국의 문 익스프레스가 125만 달러(약 14억원), 인도의 팀 인더스가 100만 달러(약 11억원), 독일의 파트타임 사이언티스트가 75만 달러(약 8억원), 일본의 하쿠토가 50만 달러(약 6억원)를 획득했다.

지난 2월 23일에는 아스트로보틱과 하쿠토가 공동으로 로켓 사용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냈다. 계약에 따라 아스트로보틱의 앤디, 하쿠토의 테트리스와 문레이커 등 로버 3대는 내년 하반기 스페이스X 팰콘 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상업 우주 수송회사다.
 

앤디, 테트리스, 문레이커는 아스트로보틱의 착륙선 그리핀을 함께 타고 달에 착륙할 예정이다. 하이라이트는 이때부터다. 달에 동시에 도착한 로버 3대는 우승을 위해 500m를 가장 먼저 이동해야 한다. 사실상의 500m 드래그 레이스인 셈이다.

아스트로보틱 CEO 존 손튼은 이를 “달에서의 나스카 경주(NASCAR on the Moon)”라고 표현했다. 그는 “각 팀이 달에서 경주를 펼치고, 이를 지구에 실황 중계해 각 나라가 소속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튼은 “GLXP가 더 흥미진진해질 뿐만 아니라 지구 밖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첫 국제 경주대회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주가 성사된다고 해도 상상하는 모습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무모하게 속도를 내기에는 달의 환경이 너무 척박하고, 중력은 지구의 1/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고나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선 살금살금 움직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동하는 동안 고화질 이미지를 지구로 전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500m 이동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조건은 없다. 하지만 기왕이면 재미를 위해 3대가 출발선에 정렬한 뒤 나란히 경주를 벌이면 좋겠다. 하쿠토의 테트리스는 드래그 경주용 차와 매우 닮은 모양이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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