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bidden Fruit,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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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idden Fruit,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4.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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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카레라 4 GTS는 카레라 4S의 유연성과 GT3의 날선 감각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4S를 탈 때보다 GT3이 덜 떠오른다

"카아앙!” 어둠이 짙게 깔린 어느 인적 없는 산기슭에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계기판 중앙의 엔진회전계 바늘은 5,000rpm과 7,800rpm 사이를 빠르게 오르내린다. 양옆의 풍경이 흐릿하게 뭉개지고 LED 헤드램프가 비추는 앞은 대낮처럼 밝다.

멀리 보였던 코너가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온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서 2단으로 내렸다. 엔진회전계 바늘이 레드존을 때리고, 엔진이 우렁차게 숨을 토해낸다. 가죽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아귀에 힘이 꽉 들어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스티어링 휠을 잡아 돌렸다. 전력으로 가속하기에는 부담스런 코너다. 그대로 타력으로 돌면서 가속 페달을 살짝살짝 눌렀다. 흔들림 없이 노면을 움켜쥐고 돌아나간다.
 

이윽고 직선도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힘껏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여본다. “카아앙!” 회전수가 치솟았다. 곧바로 3단으로 올리자 튕겨지듯 앞으로 돌진한다. 이제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다. 차는 도무지 지칠 줄 모르는데, 내게 휴식이 필요했다. 차를 길가에 세웠다.

웅웅거리는 묵직한 엔진소리가 주변을 울리고, 배기파이프는 거칠고 메마른 숨소리를 내고 있다. 한껏 달아오른 금속 냄새와 고무 탄내가 진동한다. 모터헤드들에겐 그 어느 것보다 훌륭한 향기다. 가로등 하나 없는 곳에서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쿠페가 은빛 자태를 어슴푸레 드러내고 있다.
 

911 라인업에서 GTS는 총 5개 모델로 구성됐다. 뒷바퀴굴림 카레라 GTS와 네바퀴굴림 카레라 4 GTS가 각각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있다.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타르가 GTS도 있다. 머지않아 911 GT3 RS가 추가되면 911 라인업은 자그마치 총 21개 모델을 갖추게 된다. 포르쉐는 카레라 GTS가 카레라 S와 GT3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카레라 4 GTS는 기본적으로 카레라 4S와 같다. 네바퀴굴림 카레라 4S에 파워킷(개선된 실린더헤드, 캠샤프트, 매니폴드, 냉각장치,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 등), 스포츠 배기 시스템, 스포츠 섀시를 적용하고, 외관을 스포트디자인 패키지로 꾸미면 카레라 4 GTS가 된다.
 

물론, 그밖에도 알칸타라가 들어간 실내(시승차는 가죽 인테리어 적용)나 센터로크 방식의 무광 검정 20인치 터보 S 휠, 검정색으로 마감한 헤드램프와 배기파이프 등 GTS만의 전용 사양들이 많지만, 아무튼 옵션으로 GTS와 엇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다.

쿠페 기준으로 카레라 4S는 1억5천400만원, 카레라 4 GTS는 1억7천130만원이다. 둘의 가격차는 1천730만원. 그런데 파워킷 옵션 가격이 2천30만원이다. 즉, 카레라 4S에 파워킷 하나만 적용해도 카레라 4 GTS 가격을 뛰어넘는다.
 

그밖에 4S에는 옵션이지만 GTS에는 기본사양인 품목들 가운데 몇 가지만 살펴보면, 스포트디자인 패키지(600만원), 스포츠 배기 시스템(380만원), 4웨이 스포트 시트 플러스(120만원) 등이 있다. 요컨대 최소 3천만원이 넘는 품목을 추가하고도 가격차를 1천730만원으로 묶어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GTS는 바겐세일처럼 느껴진다.

카레라 4 GTS는 생김새나 소리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같은 수평대향 6기통 3.8L 자연흡기 엔진으로 4S는 7,400rpm에서 400마력을 내고, GTS는 7,500rpm에서 430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44.9kg·m으로 같지만, 발생시점은 4S가 5,600rpm, GTS가 5,750rpm으로 약간 높다.
 

30마력 차이로 4S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회전수에 따라 점진적으로 파워가 증가하고 높은 회전수에서 힘을 쥐어짜내는 듯한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감성은 같지만, 코너를 탈출할 때 GTS의 가속이 확실한 우위에 있고, 특히 6,000rpm 이상에서 보다 두터운 힘이 느껴진다.

소형 해치백도 367마력을 내는 지금, 430마력이란 수치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허나 막상 달려보면 수치 이상의 느낌이며,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초, 최고시속은 302km로 느리거나 힘이 부족하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웬만한 차는 룸미러 안에 가둬둘 수 있을 만큼 모든 속도 영역에서 충분히 빠르다.
 

엔진은 회전수의 상승과 하강이 모두 빠르고, 회전질감이 대단히 매끄럽다. 기계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다루는 감칠맛이 있다. 묵직한 스티어링은 정확하고, 7단 듀얼클러치 PDK는 변속에 절도가 있으면서 빠르고 부드럽다.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선 클러치가 붙을 때 앞으로 튕겨 나가는 듯한 박력 있는 파워시프트를 연출한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와 결합된 PDK는 론치 컨트롤을 지원한다. 많은 스포츠카들이 론치 컨트롤 사용 전에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지만, 911은 스포트 플러스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는 것만으로 발진 준비를 끝낸다. 회전수는 6,000rpm에 고정되고, 계기판 오른쪽 다기능 디스플레이에 론치 컨트롤이 활성화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 상태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이 전달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네바퀴굴림 장치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PTM)는 전자식 다판 클러치를 통해 앞바퀴로 구동력을 배분한다. 평소에는 10% 이하의 동력만 앞바퀴로 전달해 뒷바퀴굴림 911과 주행감각에 차이가 없다. 가속하거나 빠르게 코너를 돌 때만 앞바퀴에 힘이 보태지며, 이때도 웬만해선 30%를 밑돈다. 간혹 코너에서 앞이 가벼운 느낌을 주는 뒷바퀴굴림 911에 비해 앞쪽에서 약간의 무게감이 전해지는 것 외에는 핸들링 감각에 큰 차이가 없다.

911의 핸들링은 독특하다. 대부분의 차는 앞쪽을 축으로 도는 느낌이지만, 911은 뒤쪽을 축으로 도는 느낌이다. 이는 무거운 엔진이 뒤 차축 위에 자리 잡은 911 전통의 레이아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911 특유의 감각에 익숙해지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만큼 아래로 짓누르는 뒤쪽의 무게감에 빠져들게 된다.
 

뒤쪽의 무게와 더불어 뒤 타이어는 폭이 305mm에 달해 고속 코너링에서 도무지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은 대단한 안정감을 준다. 너무 안정적이어서 카이맨 GTS에 비해 짜릿한 맛은 덜하지만, 짜릿함과는 별개로 한계 속도는 매우 높다.

달리는 것만큼 브레이크 성능도 뛰어나다. 페달 답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누르는 정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제동력이 증가한다. 내열성이 좋아서 아무리 혹사시켜도 성능에 변함이 없다. 브레이크 성능 자체도 만족스럽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떤 상황에서 제동을 걸어도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횡가속도가 높은 상황에서 급제동을 해도 네 바퀴에 하중이 고르게 가해지면서 지면에 착 가라앉으며 멈춰 선다.
 

스포츠 섀시가 적용된 GTS는 차를 출발시키자마자 곧바로 느낄 수 있을 만큼 4S와는 승차감이 확연히 다르다. 4S에 비해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느낌. 4S가 일반 주행모드에서 스포츠 세단 정도의 비교적 편안한 승차감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GTS는 일반 모드에서도 단단하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그보다 더욱 단단해진다.

돌처럼 딴딴해서 저속으로 달릴 때 작은 요철에도 쿵쾅거린다. 금단의 열매는 치명적이지만 언제나 더 매혹적인 법이다. 달리기 시작하면 불편함은 사라지고, 꽉 조여진 서스펜션이 코너에서 차체를 굳건히 떠받쳐준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 고속으로 내달릴 때는 차체를 지면에 바짝 붙여둔다. 철저히 스포츠 주행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허나 GT3만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아서 매일 타고 다니기에도 까다롭지 않다.
 

낮은 회전수에서는 부밍음이 꽤 큰 편이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더욱 두드러지며, 특히 2,500rpm 부근에서 심하다. 엔진 자체가 내는 소리를 키운 것이 아니라 배기시스템으로 만든 인위적이고 탁한 소리다. 회전수를 높일수록 소리가 맑아지면서 건조한 음색으로 바뀌고, 6,000rpm이 넘어가면 공명음이 섞인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GT3만큼 쩌렁쩌렁하진 않아도 회전 한계 직전 마지막 400rpm에선 강렬한 기계음으로 환희를 선사한다.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911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스펙으로 쌓은 지위는 스펙에 의해 무너지지만, 감성만큼은 쉽게 대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고출신(入古出新)이라 했다. 고전으로 들어가서 새것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포르쉐만큼 입고출신에 도가 튼 메이커는 드물다. 그것이 소리에서도 드러난다. 시승차에 달린 보스 스피커는 내비게이션 안내음성을 듣는 장치에 불과했다.
 

911 카레라 4 GTS는 4S를 탈 때보다 GT3을 덜 떠올린다는 데 큰 가치가 있다. 또한, GTS에는 GT3으로는 얻을 수 없는 네바퀴굴림과 7단 수동변속기도 있다. 가끔 서킷에서 타기에 4S는 아쉽고, 매일 타기에 GT3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면 GTS가 완벽한 해답이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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