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스포츠카, 포르쉐 카이맨 G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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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스포츠카, 포르쉐 카이맨 GT4
  • 오토카 코리아 편집부
  • 승인 2015.04.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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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따져보자. 모두가 이제 포르쉐는 스포츠카에서 한눈을 뗐다고 생각했다. 라인업에 점차 늘어나는 SUV와 세단을 그 증거로 내세워서 말이다. 나아가 자동변속기와 파워스티어링을 갖춘 911 GT3의 말썽 많은 장비도 한몫 거들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에 대한 포르쉐의 단호한 대응을 만나보자. 바로 카이맨 GT4. 간단히 카이맨 GT4를 미드십 엔진의 장점을 살린 좀 더 작고 한층 순수한 911 GT3로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그렇다, 어디서도 자동변속기를 찾을 수 없다.

안드레아스 프로이닝거는 포르쉐 GT 로드카 디비전의 총책임자로, 카이맨 GT4를 만든 주역이다. 그는 카이맨 GT4와 더불어 포르쉐 GT 라인업의 중요성을 굳게 믿는다. 포르쉐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도록 하며, 정체성의 근원인 위대한 드라이버즈 스포츠카의 위상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이런 차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대단히 중요하고, 우리 핵심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이런 차를 만들어왔다. 게다가 이런 차들을 사랑하는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나는 프로이닝거에게 나름대로 소감을 밝혔다. 포르쉐가 대량으로 SUV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 그럴수록 카이맨 GT4처럼 더욱 예리하게 초점을 맞춘 모델이 브랜드의 ‘정당성’을 지켜주고 포르쉐를 포르쉐답게 한다고 말이다. 프로이닝거 역시 “그것이 바로 우리 의도다.”라고 밝혔다.

카이맨 GT4의 가격은 6만4천451파운드(약 1억705만원, 영국 기준))에서 시작한다. 포르쉐 라인업의 바로 아래에 있는 카이맨 GTS보다 거의 9천 파운드(약 1천495만원)나 비싸다.

카이맨 GT4는 프로이닝거와 그의 팀이 언제나 만들고 싶어 했던 차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뜻을 실현할 제작능력이 없었다. 프로이닝거에 따르면 포르쉐 내부 사정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포르쉐 전체 또는 GT 부서 내부에 911보다 뛰어난 카이맨 제작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결코 없다. 회사 내부에는 어떤 제한도, 제작 기준도 없다는 것이 프로이닝거의 말이다.
 

그렇다면 카이맨 GT4는 대단한 물건이다. 프로이닝거가 말을 이었다. “카이맨 GT4는 순수한 모터 스포츠카이면서, 우리 GT 라인업의 막내다. 하지만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보디 아래 담긴 속살이 엄청나다.” 카이맨 GTS와 911 GTS의 중간에 자리 잡은 카이맨 GT4는 먼저 강화된 카이맨 보디를 썼다. 차체를 30mm 낮췄고, 가능한 한 많은 GT 부품을 받아들였다.

또한 “GT4는 카이맨 GTS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차는 엔트리급 미드십 GT3이다.”라고 주장한다. 미드십에는 911 카레라 S의 수평대향 3.8L 엔진을 손질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2.8kg·m의 힘을 내는 엔진을 얹었다. 그리고 카이맨 GTS의 6단 수동변속기와 짝을 이뤘다. 처음에는 엔진이 딱 들어맞지 않았으나 결과는 “작은 차에 큰 엔진을 담은 재래식 핫로드”가 됐다. 그는 다시 덧붙였다. “전적으로 새로운 패키지다. 운전성능이 뛰어나고 줄곧 미소가 떠오르는 폭발적인 경험을 안겨준다. 0→시속 100km 가속에 4.4초가 걸리고, 최고시속은 294km다.”

앞 액슬과 서스펜션은 911 GT3에서 가져왔고, 뒤 액슬과 단조 알루미늄 위시본 서스펜션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댐퍼도 911 GT3에서 왔다. 911 GT3의 파워 스티어링도 카이맨 GT4에 들어왔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새롭다. 카이맨 GT4는 미드십이기 때문에 911 GT3의 뒷바퀴 스티어링을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훨씬 순수하다.
 

브레이크는 기본형과 옵션으로 911 GT3의 카본세라믹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프로이닝거에 따르면 “카이맨 GT4에는 다소 과도한 장비지만, 너무 커서 오히려 즐겁다.” 단조 20인치 휠은 신형이고,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 2 타이어를 신었다. 뒤쪽의 295/30 ZR20 사이즈 타이어는 주문형이지만 앞쪽 245/35 ZR20 사이즈 타이어는 911 GT3의 것을 가져왔다. 프로이닝거에 따르면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기능이 형태를 좌우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목표는 ‘부력 제로’를 달성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폭넓은 공력+냉각 패키지를 갖췄다. 앞 스플리터, 훨씬 큰 앞 그릴과 늘어난 앞 공기흡입구, 옆구리의 공기흡입구, 2개의 뒤 스포일러와 완전한 기능의 디퓨저가 들어 있다. 덕분에 카이맨 GT4는 고속에서 911 GT3에 버금가는 다운포스(100kg)를 발휘한다. 카이맨 GT4의 모든 부품은 나름대로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워야 하고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프로이닝거가 덧붙였다. 자신이 정성을 쏟은 디테일을 가리켰다. 앞쪽의 멋진 검은 유리와 테일램프, 블랙 컬러의 듀얼 머플러와 경량 시트의 퀼트 장식은 918 스파이더에서 가져왔다. 이들은 소유욕을 자극하는 디테일이다.
 

추가 장비를 많아 달았지만 카이맨 GT4는 카이맨 GTS보다 무겁지 않다. 건조중량은 1,340kg. 아울러 내비게이션과 에어컨을 제거하면 무게가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프로이닝거는 예를 들었다. “911 GT3 RS 고객의 겨우 2%가 에어컨을 제거했다.” 트랙을 위해 설계됐지만 오너들은 도로에서 운전하기를 좋아한다. 더욱이 그런 장비조차 빼버리면 중고차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에어컨과 내비게이션을 다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변속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수동 vs 듀얼클러치(PDK)의 논쟁은 단지 포르쉐 고객과 팬들 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 내 GT 부서 안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주제다.

“카이맨 GT4에 두 가지를 모두 준비하는 문제를 생각해봤다. 앞으로 PDK 버전을 완전히 배제하고 싶지는 않다.” 프로이닝거의 말. “두 의견에 대한 찬반 비율은 50:50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느 한쪽만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둘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포르쉐에서 수동변속기가 죽었다는 보도는 지나친 과장이다.

프로이닝거는 말을 이었다. “취향과 사용법을 둘러싼 논란이다. PDK는 성능 면에서 분명히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요일 오후에 맛보는 순수한 운전 재미를 따진다면 나도 수동변속기를 더 좋아한다. 할 일이 더 많다. GT란 바로 그런 차다. 그렇지만 두 가지를 모두 즐기고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잠시 뜸을 들이던 프로이닝거는 이렇게 덧붙였다. “911 GT3는 수동변속기를 달아서는 안 될 차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동변속기가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고, 수동변속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카이맨 GT4는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는 증거다.”

아울러 프로이닝거는 카이맨 GT4의 다른 특징을 지적했다. PDK가 없는데도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이 7분 45초로 같은 장르, 같은 크기의 모델 중 가장 빠르다. “우리는 수동변속기를 좋아하지만, 동급에서 가장 빠른 차를 더 좋아한다. 수동만으로도 가장 빠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압박을 받게되면 그에 따라 대응할 생각이다.”

포르쉐는 카이맨 GT4의 수동변속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행정을 한층 줄이고 ‘블리핑 보조장치’를 추가했다. 이 장치는 원한다면 해제할 수 있는 정교한 회전대 조합기능을 담당한다. 프로이닝거는 순수한 스포츠카를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이 장치만은 늘 걸고 다닌다.

앞서 프로이닝거는 카이맨이 911에서 가져오지 못할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카이맨 GT4가 911 GT3의 고객을 훔쳐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가격차가 엄청나고, 의도하는 용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는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프로이닝거가 덧붙였다. “3년이 지난 GT3와 신형 카이맨 GT4 가운데 소비자들이 어느 쪽을 택할지 궁금하다.
 

책임자가 자신의 최신 모델에 대한 장점을 이야기할 때는 약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프로이닝거의 개발 이력에는 997세대의 911 GT3 RS 4.0이 있다. 아울러 파워스티어링과 PDK 변속기에 대한 초기의 부정적 반응에도 현행 911 GT3로 대박을 터트렸다. 따라서 카이맨 GT4의 운전성능에 대한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는 최근 카이맨 GT4를 몰고 지금까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이브를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정말 구미가 돋았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남쪽 끝에서 시승했다. 3~4명이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그러자 카이맨 GT4는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의사소통이 너무 뛰어났다. 우리와 서로 어우러지는 풍부한 감각을 자랑했다. 아주 오래전의 순수한 운전 재미였지만, 어느 모로나 결코 시대에 뒤쳐지지 않았다.” 내겐 실로 대단한 흥분을 자아내는 차라는 말로 들렸다. 특히 프로이닝거와 휘하 제작팀이 만들어낸 차세대 911 GT3 RS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이들 한 쌍을 나란히 놓고 본다면 포르쉐가 스포츠카에서 눈을 떼고 있다는 질책은 쑥 들어가고 말 것이다. 사실 포르쉐가 마칸을 더 많이 팔수록 카이맨 GT4와 같은 차가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르쉐 SUV가 영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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