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 호수의 흥미로운 이방인, 아이오닉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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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 호수의 흥미로운 이방인, 아이오닉 6
  • 펠릭스 페이지(Felix Page)
  • 승인 2023.09.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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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 6는 공기역학적으로 빚어낸 전기차가 시각적으로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콩코르소 델레간차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우리의 시도를 그저 유쾌한 실수일 거라고 여긴 진행요원이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자동차 윈도를 살짝 두드렸다. 

“이 차가 왜 여기 있죠?” 그는 코모 호수의 가장 유명한 호텔 중 하나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 앞에 길게 늘어선 채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을 향해 미안하다는 손짓을 하며 내게 물었다. 글쎄, 아이오닉 6가 이곳 도로를 일상적으로 오가는 역사적인 자동차 아이콘들 사이에 끼어 있어도 과연 잘 어울릴지 알아보는 중이라고 그에게 구구절절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그러는 대신, 그냥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실수였어요. 장소를 착각했던 것 같네요.”

그는 호수 건너편 스위스까지 꿰뚫어 보기라도 하려는 듯 쉴 새 없이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차 안을 샅샅이 들여다보던 그는 두 명의 사진기자를 가리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들은 내가 몰고 온 최신형 현대차가 가히 고통스러울 정도로 희귀한 페라리 365 GT4 BB(놀랍게도 심지어 맞춤형 연두색 보디컬러로 단장한)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가장 예술적으로 촬영하기 위해 이곳까지 동행한 전문가들이었다.

“저 사람들은…?” 그가 살짝 빈정대는 어투로 물었다.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마침 뒤에서는 경적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자, 빨리 들어가세요. 빨리요!” 그가 마침내 루프를 툭 치며 앞으로 가라고 손짓했다.

“그럼 내 친구들은 어떡해요!” 그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내려서 걸어가세요.” 그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들은 그렇게 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사실 걷는다기보다 뜀박질에 가까웠다. 언짢은 기분에 입구 언저리에서 쭈뼛거리기가 싫어진 내가 앞서간 차들을 빨리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높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또 다른 군중들에 가로막힐 뿐이었지만 말이다. 비록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이 차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수많은 슈퍼카 행렬 속에서도 틈만 나면 딴 데 정신을 파는 젊은 자동차 마니아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곳을 찾은 정당성은 충분히 입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진행요원으로 일한 내 친구는 현대차의 이 최신형 세단이 이번에 등장한 차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모델 중 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몇 년 뒤에 사려 깊은 개인 이동수단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전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1955년형 메르세데스-벤츠 300 SLR이 현대적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끼친 공로를 인정할 만하다면, 아이오닉 6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1억1395만 파운드(약 1927억5440만 원)에 달하는 SLR의 무시무시한 경매가를 생각하면 더더욱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 차를 처음 봤을 때, 진정한 디자인 아이콘임을 전혀 몰랐을까? 우리는 70년이 흐른 뒤에 지금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과연 이 차가 외면받았는지 아닌지 살펴볼 것이다.

디자인 치프 이상엽 부사장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 한국 제조사의 리더들은 아이오닉 6를 단순한 세단이 아니라 ‘스트림라이너(Streamliner)’라 부르고 싶어 한다. 물론 이게 브랜드 헤리티지에 집착하는 새로운 마케팅 활동의 과도한 표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디자인 팀의 커진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정형화하지 않은 디자인의 메르세데스-EQE와 의도적으로 공격성을 줄인 테슬라 모델 3가 대담한 시도를 전혀 마다하지 않는 요즘 자동차 구매자들의 성향을 대변하는 이 ‘익명성의 시대’에, 현대차는 스스로 ‘훼방꾼’으로 자처하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은 굳이 단조로운 디자인이 아니어도 자동차가 충분히 효율적일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 가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이상함을 강조하는, 일종의 영혼 없고 단순한 성향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유형의 차다. 코모 호수 주변의 세련된 세르노비오(Cernobbio)는 그런 무미건조한 환경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비 내리는 저녁 무렵 소형차나 스쿠터와 뒤엉킨 채 환상적인 룽고 라리오 트리에스테(Lungo Lario Trieste, 코모호반의 풍광 좋은 지역) 시내로 접어들자 평범한 일상과 대비되는, 호수와 언덕으로 둘러싸인 극적인 풍경과 그 안에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호텔들과 붐비는 레스토랑들이 나타났다.

우리가 거리의 노점상과 카페 테라스를 지나칠 때마다 몰려들어 있던 사람들이 흩어지곤 했다. 그들은 마치 이 현대차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우산을 옆으로 기울이거나 방수 재킷의 후드를 치켜올리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우리가 임시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두 개의 커다란 화분을 낑낑대며 옮기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사진 촬영을 위해 주차하자, 사람들의 관심은 일순간 사라지고 우리는 그들의 무관심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아주 특별한 자동차의 매력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이 특별한 마을의 주민들을 그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이곳은 부가티 시론이 99대 한정판 중 하나인 애스턴마틴 뱅퀴시 슈팅 브레이크의 뒤를 따라 슈퍼마켓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예사로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동네다.

그럼에도 분명 흥미를 끄는 구석은 있다.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는 흥분한 아이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빗물이 흘러내리는 아이오닉 6의 가파른 뒤 유리창, 포르쉐를 떠올리게 하는 덕테일(Ducktail) 스포일러와 그 아래의 움푹 팬 홈, 젖은 자갈길과 거리의 반짝이는 조형물을 비추는 픽셀 라이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기술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테슬라와 폴스타, 폭스바겐이 현대차의 경쟁 상대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시각적인 재능과 카리스마 측면에서 이 차는 그들을 압도하고 있다.

현대차를 ‘개성적 디자인을 제시하는 유명 브랜드’로 언급하는 건 이제 거의 상투적인 일이 되었다. 1970년대 스타일을 보여주는 아이오닉 5, 유일무이한 세븐 콘셉트, 그리고 바로 지금 우리가 운전하는 차는 세계 곳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브랜드는 최근 들어 고전적인 모델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자동차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픽셀 디테일로 마무리한 오리지널 포니 해치백과 그랜저 세단의 전기차 버전은 소셜 미디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끊임없이 탐구하는 새로운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감히 말하건대, 기묘하다고 할 정도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아키텍처의 유연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개성을 심어주기 위해 급진적인 형태와 스타일리시한 해석을 실험하며 전기차 시대에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마치 놀라울 정도로 다채로운 자동차 디자인의 새로운 시대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판에 박히지 않은 실루엣과 상상을 초월하는 분할은 전기차 시대 초반에 나타나는 경향일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일반적인 생소함과 냉소적 반응, 그리고 비싼 가격에 대한 거부감을 생각하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지루해 보이는 자동차 디자인을 계속해서 만들 여유도 없고 이유도 없다.

머리가 흠뻑 젖고 거센 바람이 한바탕 불고, 흩어지고 넘어졌던 화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자 사람들은 금세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비가 거세게 퍼붓기 시작하고 허둥지둥 실내로 뛰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숨돌릴 겨를이 없게 되자, 종일 풀리지 않은 궁금증은 점점 더 깊어졌다. “과연 얼마나 많은 대중 브랜드의 자동차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무의미한 질문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또 다른, 아마도 우리가 더더욱 고민해야 할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통통 튀면서도 신중한 자동차 디자인은 가능한 걸까?”

이처럼 집요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현대차에게 유리한 곳은 어디일까? 극심한 교통체증과 좁은 도로, 그리고 악천후보다 더 나쁘긴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날의 바로 그 시점까지, 우리의 기분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래선지, 현대차가 디자인적 명성을 추구하면서도 실용성을 전혀 희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정말로 기뻤다.

아이오닉 6는 또한 날렵한 루프 라인에도 불구하고 전혀 방해받지 않는 시야와 대형 스포일러도 눈길을 끈다. 공기역학적 스타일링을 최적화하기 위해(그리고 어느 정도는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마련한 디지털 도어 미러가 그보다 조금 더 무거운 기존 사이드 미러보다 얼마나 큰 이점을 제공하는지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엉뚱한 곳을 들여다본 경우도 여러 차례였으며, 소형 스쿠터가 나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차에 바싹 붙어 쏜살같이 지나갈 때마다 번번이 소스라치게 놀라기 일쑤였다. 도어에 설치한 후방 감지 카메라의 교체 비용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좁디좁은 이탈리아 도로에서는 추천할 만한 장비는 아닌 듯하다. 

우리는 우아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단 하나의 좁은 헤어핀 코너뿐이었는데, 11.8m인 아이오닉 6의 회전반경은 그 헤어핀을 빠져나가기엔 너무 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그리 우아하지 못한 ‘반복 코너링’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얼굴 붉히지 않고 몰트라시오(Moltrasio)의 가파른 경사로 위쪽 편안한 SS430 간선도로를 따라 도착지점인 그랜드 임페리얼 호텔까지 달릴 수 있었다.

아이오닉 6는 과도한 양념을 쓰지 않고도 스타일과 구조를 얼마나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거의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휠과 타이어 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도 커브를 돌 수 있었는데, 합리적인 크기의 차체는 실제 직업 운전자들이나 택시 기사들이 그들의 자부심에 상처받을 일 없이 어디에서든 빠르게 달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놀라우리만치 시원하고 각종 장비로 가득한 운전석은 바깥에서 어떤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지든 평온하면서도 현대적인 실내 분위기를 제공한다. 바깥세상과 너무나 대조적인 나머지 우습기까지 한 이 편안한 분위기야말로 어쩌면 아이오닉 6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지도 모른다.

이 순간, 특히 얼마나 새로운지를 고려할 때 아이오닉 6는 절대 ‘외로이 홀로 핀 꽃’이 아니다. 심지어 정말 독특한 하이퍼카와 엄청나게 큰 리무진까지 만들어내는 회사 내에서조차도, 이 차의 파격적인 형태와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계산해낸 외모는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눈길을 끈다. 

당장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걱정할 건 없다. 현대차는 ‘러시아 목각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닮은꼴들로 가득한 라인업 구성을 피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아이오닉 5와 6의 외모가 닮지 않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뒤이어 등장할 아이오닉 7과 그 후속 모델들 또한 다시 한 번 틀을 깨뜨릴 것이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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