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클래식, 업데이트된 클래식카 5대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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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클래식, 업데이트된 클래식카 5대의 대결
  • 리차드 웨버
  • 승인 2014.10.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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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아름다움에 현대의 고성능 기술과 신뢰성을 더한 차들이 등장했다.  본격적인 모던 클래식의 등장이다. <오토카>의 리차드 웨버(Richard Webber)가 클래식카에 현대적 성능을 아우른 5대의 차들을 만났다.

 

◆ 젠슨 인터셉터 R

카로체리아 투어링이 그려낸 인터셉터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커지는 매력을 뽐냈다. 하지만 지금 이 차의 성능에는 결코 호의적이진 않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크라이슬러 V8은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다. 그러나 흔들리는 섀시와 구식 초경량 스티어링은 가슴 저리도록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생각이다.

영국 남부 밴베리의 젠슨 모터스는 신생기업이다. 그런데, 2007년 이후부터 현대화된 인터셉터를 만들고 있다. 이 차는 그중에도 가장 화끈한 모델. V8 6.2L 엔진을 얹은 인터셉터 R이다.

3세대 인터셉터를 바탕으로 만든 R은 차체를 벗겨내고 훨씬 수준 높은 맞춤‧마감‧방음처리로 다시 짰다. 한편 실내는 향기가 날 정도의 호화로운 가죽으로 새로 덮었다. 랙&피니언 스티어링과 앞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은 다시 조율했다. 라이브 뒤 액슬은 재규어에서 가져온 독립 서스펜션으로 갈았다. 조절형 코일오버로 30~40mm 승차고를 낮춰 마무리했다.

당대의 클래식하면서도 완벽했던 실내에 새로 들어선 시동 버튼, 현대적인 기어레버가 눈길을 끌었다. 만일 429마력을 내는 GM제 LS3 엔진을 점화하면 환상이 깨지고 말까? 천만에. 복고적 고배기량 럭셔리 GT의 자취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계적인 엔진의 감각, 두둥실한 토크, ‘저속 진입, 고속 탈출’의 코너링과 당혹스런 58.5kg‧m의 토크가 그대로 살아났다.

한데 기존 모델에 비해, 이들 모두의 조화로움이 훨씬 뛰어났다. 엔진은 4,000rpm 이상으로 올라가기를 좋아했고, 엔진 노트는 잔잔한 응얼거림에서 날카로운 비명으로 치솟았다. 이 차는 본격적으로 빨리 몰아야 할 차, 안정감 있게 고속 크루징에 들어갔다.

등마루에서 서스펜션이 약간 떨렸고, 4단 자동박스는 묵직했으며, 바람소리는 예상보다 컸다. 브레이크는 업그레이드 했지만, 현재의 기준에 비춰봤을 때 선두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차는 일상적으로 더불어 살며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인터셉터 R은 복고적 성격과 21세기의 첨단형 사이에 짜릿한 균형을 잡고 있다. 가격은 약 3억5천만원 정도.

 

◆ 스파이더카스 제텍 엘란

로터스 엘란은 숭고할 정도의 스티어링 감각을 자랑하지만, 강철 차체에 녹이 스며들어 차를 망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차체를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30년간 스파이더카스는 교체용 섀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계속해왔다. 스파이더카스는 영국 남부 피터버러에 있다. 이들은 스페이스프레임으로 보디 강성을 40% 가량 높였다. 게다가 무게는 그대로인데다 정비작업도 용이해졌다.

게다가 스파이더카스는 제텍 부품으로 엘란을 개조해 성능‧신뢰성‧경제성을 높였다. 그들 대다수는 여기 나온 122,300km를 달린 개발용과 마찬가지로 엘란 +2형이다. 작업장에서 갓 손질을 끝낸 차는 아니지만 이 차의 역동성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기에는 충분했다.

레이스용 직렬 4기통 2.0L 16밸브 포드 제텍 엔진은 엘란의 오리지널 1.6 트윈캠 엔진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절반 이상 늘어났다. 서스펜션도 바꿨다. 뒤 스트럿은 사라지고 주문형 4륜 더블위시본이 들어왔다. 무단변속 조인트가 스프링형 로토플렉스 커플링을 갈아치웠다.

다행히 엔진은 오리지널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의도적으로 소리 높은 공회전에 뒤이어 2,000rpm부터 앞으로 나가고, 4,000rpm에 전속으로 달렸다. 그때 즐겁고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몰아칠 때면 쾅쾅거렸고, 힐앤토는 식은 죽 먹기였다. 5단 포드 변속기는 엘란의 상큼한 오리지널 4단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쉽게 고속크루징이 가능했고, 배기음은 상쾌하게 잔잔했다.

한편 승차감은 좋았고(일부 저속 진동을 제외하고), 차체는 노면을 힘차게 거머쥐었다. 그러나 오리지널 엘란의 아주 섬세한 감각은 사라졌다. 스파이더카스는 저속 랙과 더 큰 타이어를 더 큰 휠과 짜 맞춰 경쾌한 동작을 되살렸다.

오리지널과 제텍 엘란을 비교한다면? 제텍 엘란이 좀 더 앞선다. 여기 나온 차는 2만5천 파운드로 약 4천300만원 정도. ‘신차’를 더 좋아하는가?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새로운 가죽과 호두나무 목재 내장을 비롯해 새로 손질하면 4만5천240파운드로 약 7천850만원까지 올라간다.

 

◆ 프론트라인 디벨롭먼츠 MG 애빙던 에디션

본격적인 하드코어. 모두를 송두리째 갈아치우고 이름만 남겼다. 새로운 차체, 보디, 엔진, 변속기를 받아들이되, 오리지널의 정신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만큼 바꿨으면 성능이 궁금할테다. 공차중량은 999kg, 0→ 시속 96.5km 가속에 단 3.8초가 걸린다. 미학과 성능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순간.

허나, 엔진은 마쓰다의 직렬 4기통 2.5L에 불과하다. 엔진 개조를 통해 출력을 167마력에서 304마력으로 끌어올려 위력적인 성과를 거뒀다. 솔기를 용접한 강철 모노코크 보디와 섀시는 신형. 브리티시 모터 헤리티지가 애빙던의 프론트라인을 위해 만들었다. 앞 서스펜션은 여전히 더블 위시본. 하지만 라이브 뒤 액슬은 주문형 6링크 세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네 귀퉁이에 조절형 코일오버가 들어왔다.

오리지널과는 다른 차지만, 여러모로 1964년과의 연결고리가 있었다. 휠베이스는 오리지널과 일치했고, 18mm가 늘어난 트레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비록 이 차가 첫 제품이기는 하지만 요즘의 제작기술에 비춰 패널 짜맞춤이 기대를 약간 밑돌았다. 그러나 실내 품질은 한층 균일했다. 스위치기어는 단정하고, 부드러운 가죽을 넉넉히 썼으며, 등받이가 낮은 주문형 시트를 달았다.

공회전 때 MG 애빙던은 몸을 떨었다. 때로 출발할 때 덜컥거리지만 속도가 올라가면 환상적인 아우성이 터졌다. 힐앤토가 썩 잘 듣지는 않았으나 액셀을 밟으면 중독성 높은 포효를 토했다. 2,000rpm 이상의 그립이 실로 인상적이었고, 매끈한 6단 기어는 변속이 빨랐다. 그리고 6단 2,500rpm에 시속 110km로 차분히 달릴 수 있었다.

파워스티어링은 경이적. 반응이 뛰어나고 유연했다. 게다가 비중이 이상적이었고 감각이 풍부했다. 소형 로드스터의 탄탄한 보디 컨트롤과 예리한 코너링을 마음껏 살렸다. 트랙 머신은 아니지만 A로드를 달리기에는 현행 서스펜션이 너무 발랄했다.

거의 10만 파운드에 가까워 (약 1억7천300만원) 값비싸게 느껴진다. 그러나 조금 더 출력이 낮은 238마력 옵션을 선택하면 평균적으로 7만8천 파운드에 살 수 있다. 예정된 25대는 거의 팔렸다. 승차감을 좀 더 다듬고 패널을 잘 맞추면 한 대 살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 이글 E-타입 시리즈 1 4.3 로드스터

영국 남동부 이스트서식스에 자리 잡은 튜너 이글(Eagle)의 핵심 사업은 E-타입을 복원하고 정성을 다해 업그레이드하는 것. 재규어의 오리지널 보디, 뼈대와 심장은 그대로 살렸다.

이글은 깔끔한 E-타입을 찾아내 안팎을 철저히 손질한다. 거기서 1만3천200파운드에서 9만8천400파운드에 이르는 4개 스펙을 만들어낸다. 스펙을 서로 혼합하고 짝을 지을 수 있지만, 일단 a) 용도 b) 핸들링 c) 성능 4) 3가지 모두에 초점을 맞춰 스펙을 결정한다.

우리 시승차는 시리즈 1 4.2 로드스터의 값은 24만5천 파운드. 엔진 손질에는 고속기류 필터, 전자점화장치, 현대식 연료공급, 스테인리스 매니폴드와 스포츠 배기관이 들어갔다. 전방위 독립서스펜션은 신형 암과 조절형 코니 댐퍼와 같은 주문형 부품으로 다시 만들었고, 지오메트리를 개선했다.

멀리서 보면 스타일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혹적이었다. 길고 좁으며 날렵했다. 크롬은 반들거리고, 셧라인은 조금의 오차도 없이 딱 들어맞았다. 실내품질은 지금의 울트라 슈퍼카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스테레오를 제외하고 시각적으로나 감각적으로 절대적인 재규어 E-타입이었다.

시동을 걸자 엔진은 밝고 경쾌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한편 나팔을 불어대는 배기관은 힘찬 저음에서 시작하여 점차 음계를 타고 올라가 비명이 터지는 5,000rpm 레드라인에서 폭발했다. 4단 수동박스(5단은 옵션)는 2단 이상에서 동작이 빨랐고, 기계적 감각이 상쾌했다. 신중하게 오리지널의 265마력으로 조율한 E-타입은 빠른 느낌을 주지만, 현행 재규어의 수준을 넘지 않았다. 반응과 매너가 뛰어났다. 우리는 81마력을 추가하는 4.7L 업그레이드에 기대를 걸었다. 가격은 약 4억2천500만원 정도.

 

◆ PS 오토아트 레트로 투어링 R

911 광팬들은 영국 에식스의 오토아트가 만든 레트로 투어링 R을 우습게볼지 모른다. 그 빵빵한 자세가 타입 964를 떠올리게 했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클래식 모델을 연상시켰다.

사실 이 차는 현대화된 클래식 911이 아니다. 싱어(Singer)와 같은 방식의 과거형 964다. 골수 포르쉐 마니아들은 사정없이 잡종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일부는 경탄할 것이다. 보디를 볼 때 도어와 루프만 오리지널이고, 나머지는 강철, 알루미늄 또는 GRP를 사용해 깔끔하게 다듬었다. 실내는 모두 고급가죽(심지어 롤 케이지에도)을 썼고, 주문형 알루미늄 스위치기어를 달았다.

업그레이드한 기계부품은 거의 포르쉐에서 나왔다. 따라서 다른 경쟁사들보다 상당히 유리하다. 오토아트 레트로는 포르쉐의 기술만 아니라 포르쉐 전문업체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따라서 PS 오토아트는 자신 있게 3년과 95,000km 보증을 내걸었다.

이 차의 공랭식 3.6L 수평대향 6기통은 3.8L로 커졌고, 993 RS 스펙의 캠, 실린더 배럴과 피스톤을 가져왔다. 생산라인에서 갓 나왔을 때의 저회전대 거친 반응을 손질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배기의 요란한 저음은 우리 취향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 얼마나 경이적인 구동계란 말인가! 토크전달은 아주 매끈했고, 4,000rpm에서도 반동이 없었다. 그 이상으로 올라가자 깊이 울부짖는 소리와 경탄할만한 기세로 7,000rpm까지 타고 올랐다. 5단 수동박스는 미끈했고, 브레이크는 힘차고 점진적이었다. 파워 스티어링은 그에 못지않게 매끄러웠고, 잔잔한 반동이 있었다.

승차감이 기본형 964보다 한층 나긋했다. 한데 웨스트서식스의 물결치는 아스팔트에서는 고속에서 불안하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 때문에 이 차의 ‘투어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다. 조절형 빌스타인 서스펜션을 손보면 될테다. 하지만 964의 불편한 운전위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레트로 투어링 R은 강력한 패키지를 내놓았다. 빠르고 재미있고 개성이 강하다. 그리고 호사스러운데다 지극히 탄탄하다. 말할 수 없이 탐나는 물건이다. 가격은 약 3억4천900만원 정도.

 

◆ 이들 중 최고의 차는?

이들 5개 현대화된 클래식카 가운데 재규어가 제일 철저한 수술을 받았다. 모두 쓸모가 좋았고, 현대적이다. 그래서 이 차들을 타기 위해 운전을 다시 배울 필요도 없다. 어느 하나도 싸진 않지만,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면 갈아 치울수도 있다. 그리고 잘 돌보면 세월이 흘러도 최신 모델을 사는 것보다 중고값이 훨씬 덜 떨어질 것이다. 아쉬운 약점은 브레이크다. 업그레이드 중에서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다.

그렇다면 최고는? 여기서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아무튼 포르쉐가 제일 완벽한 패키지다. 현대화에 앞선 치밀한 고증의 승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구체적으로 여러분과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만든 차다. 실로 감동적인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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