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0년 만에 나온 '4기통 포르쉐', 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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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0년 만에 나온 '4기통 포르쉐', 마칸
  • 임재현
  • 승인 2014.10.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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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4기통 마칸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하는 전략모델이며,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본지는 이미 6월호와 8월호에서 각각 마칸 터보와 마칸 S 디젤을 소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시승은 포르쉐에 처음 들어간 새로운 4기통 엔진의 특성과 마칸과의 궁합을 확인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했다.

마칸에는 직렬 4기통 2.0L 터보 휘발유 엔진이 들어간다. 포르쉐 시판차에 4기통 엔진이 들어간 것은 1995년 968 단종 이후 처음이며, 거의 20년 만에 나온 ‘4기통 포르쉐’다. 포르쉐는 새로운 엔트리 모델을 위해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에서 3세대 2.0L EA888 엔진을 가져왔다. 7세대 골프 GTI를 비롯해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엔진이다.

사실상 골프 GTI에 들어간 것과 같은 엔진이지만, 포르쉐는 최고출력을 20마력 올렸다.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골프 GTI 퍼포먼스 모델에 비해서는 10마력 높다. 포르쉐 버전의 EA888 엔진은 골프 GTI의 4,500~6,200rpm보다 높은 5,000~6,800rpm에서 최고출력 237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35.7kg·m으로 골프 GTI와 같다.

EA888 엔진은 골프 GTI에서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마칸은 골프 GTI보다 훨씬 크고, 네바퀴굴림이며, 자그마치 400kg이나 무거운 차다. 20마력 더 강해졌지만 그것으로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저·중속에서의 토크감이 풍부하고, 제원표 수치에 비해 제법 펀치력이 있다. 3~4단에서의 느낌이 특히 좋고, 일상주행에 스트레스가 없다. 다만, 고속으로 갈수록 활력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여준다. 정지가속보다는 추월가속이 경쾌하고, 가속페달을 한 번에 끝까지 밟는 것보다 점진적으로 강하게 밟아나가는 것이 가속에 유리하다. 시속 100km 항속 시 7단에서 1,850rpm 언저리를 유지한다.

아쉬운 것은 소리다. 엔진음과 배기음은 음량이 작고 음색도 평범해서 존재감이 없다. 특히, 배기음은 포르쉐에 으레 바라게 되는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포르쉐 기술진은 4기통 마칸을 개발하면서 연비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마칸은 평소에도 엔진 회전수를 비교적 높게 쓴다. 마칸의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PDK는 적극적으로 엔진을 돌려 EA888의 힘을 모조리 뽑아 쓸 기세다. 성능 중시형인 덕분에 견인력이 좋고 엔진을 돌리는 맛도 있지만, 연비에서 손해를 봤다. 마칸의 복합연비는 8.9km/L. 시승 기간 동안의 평균연비는 리터당 8km대 초반으로 공인연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마칸은 상급모델의 섀시를 그대로 물려받은 덕분에 주행감각에는 차이가 없다. 시승차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에어 스프링과 3가지 드라이빙 모드(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를 지원하는 전자식 적응형 댐퍼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이 달렸다. 마칸의 에어 스프링은 꽉 조여진 감각이며, 수축과 팽창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이고 일관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에어 스프링은 차고를 조절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운동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반면, PASM은 승차감과 운동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비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지만, 스포트나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는 한계성능이 더욱 높아진다. 마칸을 코너에 내던지면 약한 언더스티어로 돌아나간다. 짜릿함보다 신뢰감에 초점을 맞춘 세팅으로 재미는 덜하다. 마칸의 타겟층과 용도를 감안하면 수긍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SUV를 과격하게 몰아붙이면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반면, 마칸은 낮은 무게중심과 견고한 차체, 단단한 섀시 덕분에 마치 소형 해치백을 모는 느낌이다. 도로에 점처럼 흩어져 있는 차들 사이로 사뿐사뿐 차선을 이동하며 짧게 치고나갈 때의 감각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제동성능도 훌륭하다. 제동력 자체도 믿음직스럽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제동 시의 차체 제어능력이다. 빠른 코너링 중 급제동을 하면, 뒤가 급격히 가벼워지면서 앞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마칸은 그러한 현상 없이 스티어링 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완전히 멈춰 선다.

시승차에는 21인치 옵션 휠이 달렸다. 커다란 휠에 끼워진 앞 265mm, 뒤 295mm 타이어는 4기통 마칸에 버겁다. 더 강력한 엔진을 품은 상급모델도 20인치 이하의 휠과 조합됐을 때 더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또한, PASM 세팅에 따른 반응이 더 솔직하고, 승차감과 운동성능의 변화폭도 더 크다. 20인치 이하 휠에는 사계절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마칸의 가격은 7천560만원으로 포르쉐 전 차종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물론 이것은 기본가격이므로 실제 구입가격은 이보다 높아진다. 참고로, 호화옵션이 잔뜩 들어간 시승차에는 1억1천31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었다. 이처럼 옵션에 욕심을 많이 내지 않는다면 1억원 이내로 가격을 맞출 수 있다.

마칸 구입을 고려한다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2.0L 엔진이라고 걱정하지 마라. 부족하지 않다. 둘째, PASM을 넣어라. 170만원의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셋째, 21인치 휠은 잊어라. 보기에는 멋지지만 잃는 것이 많다.

글·임재현

FIRST VERDICT
여러 옵션을 넣고도 1억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는 문 4개 달린 포르쉐. 엔진은 마칸을 움직이기에 부족하지 않고, 섀시는 완벽에 가깝다

SO GOOD
탁월한 섀시와 뛰어난 주행감각
포르쉐의 가치에 걸맞은 고품질 내장재

NO GOOD
존재감 약한 엔진음과 배기음
옵션을 더하면 부담스러운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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