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카이맨 GTS
상태바
포르쉐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카이맨 GTS
  • 임재현
  • 승인 2014.10.24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승차에는 보스(Bose) 오디오가 달렸다. 보스 오디오는 음의 해상력이 뛰어난 장점이 있지만, 저음부가 강조된 성향 탓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왜 갑자기 오디오 이야기냐고? 카이맨 GTS에서 호불호가 나뉠 부분은 오디오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이맨 GTS는 스포츠카로서 모자람이나 흠이 없는 완전한 자동차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만난 빨간 카이맨 GTS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시승차 색상은 포르쉐 GTS 모델의 대표색상이라 할 수 있는 ‘카민 레드.’ 특수 색상으로 분류된 카민 레드는 그 이름처럼 암적색으로, 기본 색상인 ‘가드 레드’보다 약간 어둡고 장밋빛을 띈다.

   
   
 

다른 카이맨 모델에서 옵션인 ‘스포트디자인 패키지’가 기본 적용돼 한층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스모크 처리된 헤드램프가 입체적인 형상의 검정색 에이프런을 두른 앞 범퍼와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만든다. 시승차는 기본사양인 20인치 ‘카레라 S' 휠에 검정색 도색 옵션이 적용돼 휠까지 검정색이다. 전체적으로 빨간색과 검정색이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문을 열면 구석구석 가죽과 알칸타라로 꼼꼼히 감싸고 빨간색 스티치로 멋을 낸 실내 전경이 펼쳐진다. 시트에 앉으면 승차고가 워낙 낮아서 마치 차체 바닥에 앉아 있는 듯하다. 단지 시트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감각이다. 이는 일반 세단이나 쿠페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 작고 납작한 차체, 2인승, 미드십 엔진, 뒷바퀴굴림… 이 가격대에 이런 구성을 갖춘 차는 극히 드물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위치한 키 박스에 키를 꼽고 돌리면 등 뒤의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이 숨을 토해내며 깨어난다. 일상 주행에서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PDK는 마치 2,000rpm을 넘기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부지런히 변속을 진행해 저회전을 유지하며 연비를 챙긴다. 시속 100km 항속 시 7단에서 1,800rpm 언저리를 유지한다.

카이맨 GTS의 수평대향 6기통 3.4L 엔진은 기본적으로 카이맨 S의 것과 같다. 하지만 흡기 캠샤프트의 밸브 타이밍을 미세 조정해 15마력을 더 끌어냈다. 그 결과 7,400rpm에서 최고출력 340마력을 발휘한다. 세단에도 600마력에 가까운 엔진이 들어가는 오늘날, 340마력의 스포츠카는 그리 인상적일 것이 못 된다. 하지만 카이맨 GTS는 운전의 재미가 반드시 엔진출력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카이맨 GTS는 전자식 적응형 댐퍼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과 코일스프링이 기본사양이다. 하지만 시승차에는 더욱 단단하게 튜닝된 스프링과 댐퍼로 차체를 20mm 낮춘 ‘스포츠 섀시’ 옵션이 들어갔다. 카이맨 GTS에는 스포츠 섀시 옵션이 무료. 스포츠 섀시를 선택하면, 대신 PASM이 빠진다.

스포츠 섀시가 적용된 카이맨 GTS의 승차감은 매우 단단한 편이다. 단단함과 딱딱함 사이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이 3cm 이하로 묶인 듯 대단히 타이트한 세팅으로 인해 간선도로나 고속도로에서의 고속주행은 쾌적하지 않다. 거친 승차감 탓에 고속 안정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형편없는 노면상태를 탓하자.

굽이진 길은 카이맨 GTS의 놀이터다. 고속주행 시 불만이었던 꽉 조여진 서스펜션은 구불구불한 길에서 장점으로 바뀐다. 스포츠 섀시와 다이내믹 트랜스미션 마운트(적응형 안티롤바)가 극도로 롤을 억제하고 물리학의 법칙마저 거스른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PSM(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이 유연해져 보다 적극적인 주행을 돕는다.

PSM을 해제하면 액셀러레이터 반응에 따라 코너링 특성이 변모한다. 코너링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앞머리가 안쪽을 향하고, 다시 발을 가져가면 뒤쪽이 바깥으로 흐른다. 스티어링 조작 없이 가속페달만으로 방향을 바꾸는 재미가 짜릿하다. 날을 바짝 세웠지만 작은 실수에도 쉽게 베일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 거동 변화가 급작스럽지 않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절대적인 그립을 유지하며 코너를 너무나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는 911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한계를 명확히 예측하기 힘든 형과 달리, 동생은 보다 활기차고 솔직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카이맨은 단순히 911보다 저렴한 차가 아니다. 카이맨은 911과 다른 차다.

일상 주행에서 2,000rpm 이상을 모르던 PDK는 스포츠 플러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돌변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활성화되는 ‘레이스 코스’ 기능으로 무장한 PDK는 5,500rpm 이하의 영역을 잊는다. 자로 잰 듯 회전한계인 7,800rpm에서 변속되며, 수동 모드에서는 8,000rpm까지 돌린다. 최고출력이 발생되는 7,400rpm을 넘어도 연료가 차단될 때까지 엔진을 정성스레 돌린다.

3단이 시속 165km 언저리까지 커버하는 기어비 탓에 일반도로에서는 회전한계까지 쓰며 3단 이상으로 변속할 일은 거의 없다. PDK는 나무랄 데 없이 작동하지만, 수동 모드에서 패들 및 레버 조작 후 변속되기까지의 시간차가 다소 거슬린다. 다른 차에서라면 충분히 빠른 반응속도지만, 카이맨 GTS에서는 아쉬운 부분으로 다가온다. 카이맨 GTS에는 수동변속기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스포츠 배기가 기본으로 적용된 카이맨 GTS는 회전수에 따라 다양한 음색을 들려준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2,000rpm 부근에서는 중저음이 강조됐는데, 마케팅 부서의 입김이 작용한 듯한 다소 과장된 사운드다. 3,000rpm을 넘으면 점차 울림이 적어지고, 배기음에서 엔진음으로 무게가 실린다.

6,000rpm을 지나면서 안개가 걷히듯 소리가 청명해지고, 높은 음조의 건조한 금속성 사운드가 주변의 대기로 곧게 퍼져 나간다. 고회전으로 돌아가는 포르쉐 수평대향 자연흡기 엔진만이 낼 수 있는 호쾌한 사운드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 순간 지구온난화는 잠시 잊게 된다.

가속중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배기파이프에서 퍼버벅 하는 블리핑 사운드가 연출되는데, 행여나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아닌지 밖에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반면, 시프트다운 시에는 별다른 사운드 연출이 없어 심심하다.

버튼보다 터치가 익숙해진 시대에도 기계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본 화가이자 작가인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그의 저서 〈나의 클래식카메라 탐닉〉에서 ‘혈중 금속 농도’라는 표현을 썼다. 금속으로 된 기계식 카메라에 열광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은 혈중 금속 농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카이맨 GTS의 사운드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카이맨 GTS는 카이맨 S보다 1천410만원 더 비싸다. 하지만 카이맨 GTS의 기본사양에 맞춰 카이맨 S에 옵션을 넣으면 그보다 금액이 훨씬 추가된다. 카이맨 S의 주행 관련 옵션들을 세트로 묶어 기본사양으로 넣고, 더 저렴하게 내놓은 것이 카이맨 GTS다. 15마력 강력해진 엔진과 다이내믹 트랜스미션 마운트는 덤으로 끼워줬다. 누가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

글‧임재현
사진‧김위수(스튜디오 폴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