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마칸 S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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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마칸 S 디젤
  • 안민희
  • 승인 2014.08.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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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차가 무지막지한 성능을 자랑할 필요는 없다. 허나 포르쉐라면? 그 이름값에 맞춰 엄청난 성능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순식간에 도로를 박차고 뛰쳐나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코너를 돌 수 있는 짜릿함. 귓가를 자극하는 포르쉐 특유의 소리. 이 모든 것은 포르쉐를 꿈꾸는 이들의 낭만과도 같다.

허나 조금 더 자세하게 파고들어 보자. 과연 그 무지막지한 자극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매일 모는 차가 엄청난 자극 덩어리라면 출근길에 지쳐버릴 것이다. 그래서 마칸, 카이엔, 파나메라 등의 ‘일상용 포르쉐’는 쉽게 몰 수 있는 순응력이 돋보인다. 400마력 넘는 성능을 부드럽고 쉽게 끌어내고, 아무리 빠른 속도에서도 불안함 없이 편안하게 달린다.

마칸 디젤 S 또한 마찬가지다. 알파벳 ‘S’ 때문에 꽤나 자극적인 달리기를 기대할 법하지만, 상당히 부드럽고 매끄럽게 달린다. 물론 이 부드러움은 어디까지나 포르쉐 기준이다. 도로를 장악하고 빠르게 속도를 올리는 차지만, 숨어 있는 여유가 있어서다.

디자인은 참으로 절묘하다. 단정하면서도 특유의 존재감을 오롯이 뿜어낸다. 911과 카이엔을 절묘하게 비벼낸 느낌이랄까. 차체를 감싼 미묘한 곡선과 비율 속에 숨어 있는 911이 보인다. 실내는 기능을 앞세운 디자인이 돋보인다. 어설픈 선 그어 화려함을 쫓지 않았다. 눈에 쉽게 익는 직선을 앞세운 단정한 모습이다. 화려한 감각을 부여하는 것은 오직 가죽의 몫이다. 실내 곳곳을 가죽으로 싸매 윤택한 기분이 든다.

시트는 몸을 꼭 잡아주면서도 편안하다. 다리와 허리의 사이드 불스터를 꽉 죄니 몸이 흔들리지 않는다. 값비싼 버킷시트만큼 그 값을 한다. 내비게이션은 국내에서 덧씌운 것이다. 다루기는 편하지만 계기판 오른쪽 창에 띄우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쓰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상하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배라도 타고 갈까란 생각이 들었다.
 

마칸 디젤 S의 엔진은 V6 3.0L 터보 디젤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59.18kg·m이다. 촘촘하게 엮은 7단 듀얼 클러치 PDK 변속기와 짝을 이뤄 네 바퀴를 굴린다. 항상 네 바퀴를 굴리며 상황에 따라 전자식 클러치 플레이트를 맞물려 앞바퀴로 전하는 동력을 조절한다. 계기판 오른쪽의 4.8인치 스크린을 통해 얼마나 앞바퀴에 힘을 보내고 있는지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앞에 15~20% 정도의 동력을 보낸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앞으로 약 50% 정도의 동력을 보내며 숨 가쁘게 가속한다. 0→ 시속 100km 가속은 6.3초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옵션으로 달면 0.2초 줄일 수 있다. 가속 페달에 발을 댈 때마다 강력한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숨 가쁠 만큼 가속하나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이후로는 속도의 상승이 더디다.

속도를 한껏 높여도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승차감 또한 상당히 훌륭했다. 포르쉐의 가장 큰 장점은 도로 장악력이 아닐까.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쉽게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고속주행을 여유롭게 즐기기에 좋다. 수동 모드로 바꿔 7단 기어에 맞물리면 낮은 회전수로 순항을 이어가기도 편했다. 엔진 회전수는 시속 100km에서 1,500rpm, 시속 120km에서 1,800rpm 정도다.

마칸의 서스펜션 세팅은 3가지로 나뉜다. 기본형은 스틸 스프링이다. 앞뒤 모두 멀티링크 방식을 쓴다. 앞은 5링크, 뒤는 사다리꼴 링크 방식이다. 옵션을 더하면 스틸 스프링에 PASM 시스템을 더할 수 있다. 최상급 옵션은 에어 서스펜션이다. 시승차의 경우 스틸 스프링에 PASM 시스템을 더했다. 그래서 버튼을 눌러 차체 세팅을 고를 수 있었다. 종류는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의 3가지다.

컴포트는 노면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이 컸다. 허나 달릴 때면 흔들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포르쉐 특유의 감각이 느껴졌고, 충격 흡수력도 아주 뛰어났다. 스포트는 서스펜션의 위아래 폭 움직임이 더 줄었다. 그래서 쉽게 기울지 않는다. 충격 흡수력은 여전히 뛰어나 승차감이 가장 좋게 느껴졌다. 특히 빠르게 달리기에 좋았다. 스포트 플러스는 롤링이 거의 없이 단단하게 도로를 누르나 엉망인 노면에서 불편했다.

마칸 디젤 S는 빠른 차의 거의 모든 것을 충족한다. 허나 아쉬운 것이 있다. 너무 조용하다. 거칠게 가속할 때도 상당히 정제된 소리를 들려줬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순항할 때는 엔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포르쉐 특유의 주행 감각은 그대로다. 가슴 후비는 소리와 자극이 아닌 일상을 위한 유연함이란 재능을 더한 차다.

굽이진 거친 도로를 달리며 진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차를 믿고 스티어링 휠을 자유롭게 꺾으며 내달렸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상당히 자연스러웠고, 서스펜션 또한 코너링에서 든든하게 버텼다. 가속 페달을 밟으며 차를 정점으로 붙이는 재미에 길들여진다. 의도한 바를 그대로 따르는 움직임이다. 종합적인 완성도와 뛰어난 균형 감각이 돋보였다. 어디서든 쏜살같이 내달리건만, 그 과정이 무섭지 않다. 일상용의 편안한 포르쉐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맛깔스러운 핸들링과 승차감의 균형을 즐기며 수백km를 내달렸다.

진지하게 마칸 S 디젤의 가치를 고민했다. 911로 대표되는 포르쉐의 환상적인 자극은 없지만 일상을 함께할 차로는 차고 넘친다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가격 차이도 고려해봐야 한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을 따지면 앞으로 나올 4기통 엔진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V6의 고동감에는 못 미칠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더욱 마칸 S 디젤이 갖고 싶다.

가족을 위한 차에 한발 더 가까워진 마칸 S 디젤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마칸은 최고의 차가 될 것이다. 합목적성에 아주 충실하게 만들어진 차다. 포르쉐를 매일 편안하게 타고 싶다면 아주 반길 차다. 게다가 운전이 편안하고 부담이 없어 가족 중 누가 몰아도 좋을 정도다. 성능과 편안함 사이의 절묘한 균형이 돋보인다. 경제성 좋은 디젤을 선택하는 이들을 위한 연비와 훌륭한 주행성능, 조용함이 맞물린 차다.

글 · 안민희

FIRST VERDICT
편안하고, 여유롭고, 다루기 쉽다. 제작 의도가 분명한 차다

SO GOOD
여유롭고 매끄러운 주행감
승차감과 핸들링의 균형

NO GOOD
자극 없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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