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쏘나타, 문제는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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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쏘나타, 문제는 엔진이다
  • 최주식
  • 승인 2014.05.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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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 쏘나타는 달라진 스타일만큼 주행감각도 견고해진 인상이다. 하지만 더불어 엔진 성능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많은 이름들이 명멸해간 국내 자동차 모델사에서 30년 동안 하나의 이름을 유지해온 쏘나타는 분명 남다른 존재다. 1990년대 중반부터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라 중형차로서는 이례적으로 국민차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한 듯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의 출시와 동시에 1세대부터 7세대에 이르는 전 차종을 한자리에서 전시하는 쏘나타 모터쇼를 개최해 향수를 자극했다. 1세대가 등장한 때는 1985. 그리고 오늘, 7세대로 등장한 LF 쏘나타를 만난다.

7세대 쏘나타는 이전보다 각진 스타일로 견고해진 느낌이다. 보닛과 프론트 그릴이 분리되고 뭉툭한 앞모습이 다부진 인상을 준다. 전체적으로 선의 흐름을 단순하게 해 간결해진 이미지. 뉴 제네시스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이다. 차체 크기는 이전 모델보다 길이 35mm, 너비 30mm, 높이 5mm 커지고 휠베이스는 10mm 늘어났다. 그런 한편 무게도 45kg 증가했다.

엔진 라인업은 휘발유 2.0L CVVL 168마력, 2.4L GDi 193마력, 그리고 2.0L LPi 151마력 세 가지. 디젤과 터보 모델은 하반기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덧붙여 30주년 에디션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라인업에서 눈여겨볼 점은 지난 세대 사라졌던 2.4L가 새로 진입한 데 비해 2.0L 터보가 빠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현대차의 설명은 2.4L를 감당할 만큼 섀시가 충분히 단단해졌다는 것. 설명은 알 듯 말 듯하다.

오늘 처음 만나는 시승차는 주력인 2.0 모델이다. 누우 2.0L CVVL 엔진은 YF에 쓰인 것과 같은 엔진인데, LF에 와서 최고출력이 172마력에서 168마력으로 줄었다. 차체 무게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최대토크는 20.5kg·m을 똑같이 유지했다. 사실 풀 모델 체인지에서 엔진의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출시와 더불어 불거진 연비 논란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최근 세계적인 트렌드는 차체가 커지더라도 연비효율은 높아지는 추세이고, 엔진 다운사이징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LF 쏘나타의 경우 이러한 트렌드에서 비켜나 있는 셈이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선다. 우선 도어가 닫히는 소리가 둔탁하지 않고 좋아졌다. 실내 레이아웃 구성은 센터 페시아가 예전의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보편적인 독일 차 분위기와 흡사하다. 스위치와 버튼류는 큼직하고 위치가 분명해 직관적이다. 그리고 센터 페시아 아래 널찍한 수납공간은 현대차의 장기를 잘 살리고 있다. 기어 레버를 다루면서 컵홀더와 간섭되지 않게 처리했고, 계기판에서도 내비게이션이 표시되는 점이 마음에 든다. 스티어링 휠을 감싸는 바느질은 약간 거칠다.

출발하면 제법 묵직한 감각이 전해진다. 초기 가속력은 가뿐하다. 전반적으로 저중속대에서 가속응답성을 높인 세팅이다. 중속을 지나 고속으로 올라가는 영역에서 가속력은 좀 더딘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 무게는 저속에서 가볍고 고속에서 무거워지는 무게감의 전이가 적당하다. 가속은 부드럽게 이루어지지만 풀 드로틀을 시도하면 비명을 지른다. 시속 6080km 가속보다 80100km 가속이 좀 더 버겁다. 시속 100120km 가속도 한 박자 늦은 반응이다. 다만 꾸준하게, 액셀러레이터를 사정없이 다그치면 좀 정신을 차린다. 스포트 모드로 바꾸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때 연비도 사정없이 나빠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엔진 브레이크의 반응은 빠른 편이다. 레드존은 6,500rpm에서 가차 없다. 최고속도는 시속 180km에서 머뭇거리다 190km까지 겨우 도달한다.

중속으로 달릴 때는 하체로부터의 소음이, 고속에서는 풍절음이 커졌다. 18인치 금호타이어를 신은 시승차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비교적 조용했지만 시멘트 도로에서는 소음이 크게 들렸다. 하체는 속도에 따라 부드러웠다 딱딱해지기도 하는데 한쪽에 치우친 세팅은 아니다. 무난함을 추구하는 패밀리 세단의 성격에 맞춘 탓이다. 무게감은 확실히 커졌다. 가볍게 튀지 않고 묵직한 맛을 선호하는 이에게는 어필할 만한 감각이다.

뒷좌석 레그룸은 여유 있고 헤드룸도 주먹 하나 정도 여유가 있다. 등받이의 기대는 각도도 적당하다. 웨이스트 라인이 앞좌석보다 높게 설정되어 어깨선을 맞추고 있다. 운전석 도어 패널이 움푹 들어간 데 비해 뒷좌석은 좀 더 두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다. 도어 콘솔 구성은 좀 빈약하다. 뒷좌석용 송풍구도 따로 조절 장치는 없다. 암 레스트를 내리면 두 개의 컵홀더만 있는 심플한 구조. 플라스틱 스키 스루 구멍이 보인다.

트렁크는 골프백 4개를 넣을 만큼 널찍하지만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다. 천을 대충 잘라 덮어놓은 느낌. 엔진룸은 일단 잘 정돈되어 보이지만 엔진 커버를 열고 뒷면을 보면 흡음재를 붙인 모양이 좀 조악하다. 전선을 감싸고 있는 테이프도 깔끔하지 않다. 워셔액 주입구도 좀 모양이 좋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의, 이런 디테일에 좀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7세대 쏘나타는 운전자 중심의 인터페이스와 이전보다 묵직해진 주행감각, 안정적인 코너링, 고속안정성 등 한층 향상된 주행성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엔진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는 소홀했다. 무난함을 지향하는 패밀리 세단에 이 정도면 괜찮다는 안이함이 다른 많은 장점들, 그를 위한 모든 노력들을 희석시켰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세대의 변화만큼이나 기술도 진보되었지만 소비자들의 요구도 달라졌다. 그 요구는 시대의 흐림이나 분위기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의 요구는 성능과 효율성이다. 그 둘은 다르지 않다. 다르다고 생각하면 그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엔진이다.

글: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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