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640d xDrive, 유려한 디자인, 연비 좋은 디젤 엔진, 안정적인 네바퀴굴림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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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640d xDrive, 유려한 디자인, 연비 좋은 디젤 엔진, 안정적인 네바퀴굴림의 조합
  • 안민희
  • 승인 2014.03.28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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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철저한 소비자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특히 자동차야말로 그렇다. 자동차를 고를 때 가장 많이 반영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아름다움의 가치는 놀랍다. 우리는 더 아름다운 차에 기꺼이 돈을 쓴다. 마음이 꽂히는 순간 이성은 한발 뒤로 물러난다.

BMW 6시리즈 그란 쿠페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보는 순간 ‘럭셔리’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5시리즈 세단과 플랫폼, 파워 트레인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으면, 이성은 휙 날아가 버린다. 이미 마음속에선 5시리즈의 편을 드는 이성과 6시리즈 그란 쿠페의 편을 드는 감성이 싸움을 시작했다.

유려한 디자인에 반했다면, 이젠 내면에 반할 차례다. 겉모습만큼 속도 예쁘다.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실내 곳곳을 세밀히 감쌌다. 명품 가방의 안감이 생각날 정도다. 짙은 우드 트림과 검은색/갈색 가죽의 투톤 실내의 대비가 멋지다. 특징이 있다면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디자인. 센터페시아 바깥쪽을 따라 휘는 선을 그었다.
 

이는 조수석과 운전석을 명확하게 나눈 듯한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의 영역이니 조수석에서 손대지 말란 기분이다. 그만큼 운전자의 차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디자인 효과가 있지만, 조수석이 조금 좁아 보이는 단점도 있다.

멋을 잔뜩 부린 실내지만, 인체 공학에는 딱딱 들어맞는다. 기어노브 옆에는 자주 쓰는 버튼들을 모아놓았다. 전동식 사이드 브레이크, 오토 홀드, 주행 모드 셀렉터, 전면 양쪽 카메라, DSC 해제, 주차용 어라운드 뷰 카메라다. 특히 좁은 길목 빠져나갈 때 어라운드 뷰 카메라가 있어 장애물 거리 확인에 용이했다.

뒷좌석 착석감은 약간 딱딱하다. 뒷자리 가운데는 이어져 있지만 2명을 위한 자리다. 꼭 3명을 태워야 할 일이 생기면 앉을 수는 있을 정도다. 다리 공간은 긴 휠베이스에 비춰 짧게 느껴진다. 등을 제대로 맞춰 좌석에 앉으면 머리 공간이 빠듯했다. 유려한 지붕선 디자인 때문이다.
 

보닛을 열면 엔진이 꽤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엔진을 차체 가운데로 밀어낼수록 무게 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엔진은 직렬 6기통 3.0L 디젤 엔진. 최고출력 313마력을 4,400rpm에서 낸다. 최대토크는 64.3kg․m로 1,500~2,500rpm에서 나온다. 자동 8단 변속기를 맞물린다. 이는 535d에도 쓰이는 엔진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모두 같다. 하지만 535d는 서킷에서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며 호쾌하게 달리는 뒷바퀴굴림. 640d 그란 쿠페 x드라이브는 노면을 잡고 버티는 네바퀴굴림이라는 점이 다르다.

더욱 다른 점은 주행 감각이다. 그란 쿠페의 거동은 우아한 GT다. 그럼에도 쿠페 특유의 스포츠 감각이 더해진 기분이다. 본격적인 스포츠카의 감각만큼 자극적이진 않다. 언제든 거친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낸다. 세련된 느낌이다. 대신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살짝 성질을 부린다.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져 안정감을 키운다. x드라이브 네바퀴굴림 구동계의 안정감도 한몫을 한다. 고속으로 엉망인 노면을 달려, 서스펜션이 살짝 뜨고 노면이 요동칠 때도 능수능란하게 노면을 붙잡았다.

BMW의 주특기가 뒷바퀴굴림이라지만 무조건 뒷바퀴굴림을 찾을 필요는 없다. 긴장과 짜릿한 주행은 분명 뒷바퀴굴림이 낫다. 하지만 원하는 라인을 향하며 강하게 가속하며 빠져나갈 수 있는 네바퀴굴림의 매력은 서킷이 아닌 도로에서 더욱 빛난다.

엔진의 회전 질감은 날카롭기보다는 묵직하다. 무거운 것을 빠르게 돌릴 때의 느낌과 닮았다. 디젤이지만 고회전을 원한다면 수동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5,000rpm까지 쓸 수 있다. 가속은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이어진다. 0→시속 100km 가속에는 5.3초가 걸린다. 직렬 6기통 3.0L 터보 엔진을 다는 640i와 같다.

강한 토크의 디젤과 자동 8단 변속기의 조합은 만족스럽다. 시속 110km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는 1,600rpm이다. 방음이 잘 되어 있어 편안한 순항이 가능하다. 엔진을 고회전으로 몰아칠 때는 엔진음 유입이 커지지만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청각 자극이 적은 편이다. 여유롭게 순항을 즐기려면 에코 프로 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속 페달을 밟는 것에 비해 힘을 적게 낸다. 연비를 최대한 늘리려는 것이다. 고속 연비는 14.6km/L지만 그 이상을 충분히 낼 수 있다.

BMW 6시리즈 그란 쿠페 640d x드라이브의 가격은 1억1천580만원이다. 535d M 스포츠의 9천820만원에 비해 1천760만원 비싸다. 네바퀴굴림과 특별함을 더한 대가다. 이성은 535d M 스포츠를 사서 서킷에서 뒷바퀴를 태우라 한다. 하지만 마음이 그란 쿠페 쪽으로 기운다. 더욱 세련된 디자인과 실내의 고급스러움, 우아한 몸놀림 때문이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고민이 남는다. 이성과 감성의 대결에선 매력을 앞세운 감성이 이겼다. 하지만 좀 더 돈을 쓰면 ‘디젤 M5’라는 별명의 M550d x드라이브를 살 수 있다. 똑같은 감성으로 치자면 우아함과 과격함의 대결. 과연 어느 쪽 손을 들 것인가? 

글: 안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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