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길을 찾아 나서다, 닛산 패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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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길을 찾아 나서다, 닛산 패스파인더
  • 안민희
  • 승인 2014.03.1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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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패스파인더의 이름은 길을 찾는 자다. 잊었던 길도 찾을 수 있을까? 도심 속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아 닛산 패스파인더와 떠났다

닛산 패스파인더는 여행의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길을 찾는 자라는 이름이라… 그 의미를 떠올려본다. 어디든 갈 수 있어서일까? 가지 못하는 길을 갈 수 있는 오프로드 머신을 떠올릴 법하지만, 사실 패스파인더와 오프로드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 네바퀴굴림 기능을 갖춘 커다란 도심형 SUV에 가깝다. 오프로드를 갈 수 있는 네바퀴굴림 기능이 있지만, 아주 험난한 오프로드 도전보다는 편안하고 안락한 운전을 돕는 역할에 가깝다.

첫 인상은 아주 큼직했다. 길이가 5,010mm, 너비가 1,960mm에 높이가 1,770mm다. 웬만한 성인남자의 키보다 크고 너비가 넓은 덕에 제법 덩치가 있다. 패스파인더의 개발 콘셉트는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다. 그에 걸맞은 크기를 맞추려고 한 듯하다. 휠베이스도 2,900mm로 길다. 7명을 위한 좌석을 만들기에 충분한 정도다.
 

큼직한 디자인은 패스파인더의 핏줄과 관련이 있다. 패스파인더는 미국시장을 제대로 겨냥해 성공한 모델이다. 1986년 1세대 모델부터 지금까지 직선적인 강인한 디자인을 강조해왔다. 대가족을 위한 합리적인 SUV란 부분과 오프로드 성능을 맞물려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국내에 수입된 모델은 4세대 모델로 2012년 10월에 미국시장에서 먼저 선보였다. 2013년 11월까지, 약 1년간 미국시장에서 9만대가 넘게 팔렸다.

전면부의 인상은 직선적이다. 굳이 곡선을 더해 부풀리는 형식을 취하지 않았다. 큼지막한 마름모꼴 헤드램프 사이 커다랗게 그릴을 달았다. 범퍼는 살짝 둥글렸지만, 선이 간결하다. 서투른 기교는 부리지 않았다. 범퍼 아래는 보호대를 덧댔다. 오프로드에서 쓰이는 아이템을 달아 좀 더 강한 인상을 완성했다.

옆면으로 넘어가보면, 커다란 유리창이 돋보인다. 뒷좌석 승객의 개방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더불어 바람의 흐름처럼 유려하게 굴곡진 캐릭터라인을 적용해 멋을 냈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크롬으로 그은 선은 자칫 심심해보일 수 있는 옆면을 위한 포인트다.

뒷바퀴 펜더는 살짝 부풀렸다. 약간 솟구친 뒤 범퍼와 맞물려 뒤에서 볼 때 볼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뒤 범퍼 아래에도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덧대 오프로드 느낌을 내지만, 중요한 것은 범퍼 하단에 달린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다. 트레일러의 테일램프와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도 보인다. 최대 2,270kg까지 견인할 수 있어, 대부분의 캐러밴과 조합이 가능하다.

실내에 들어섰다. 시야가 상당히 넓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점도 있겠지만, 큼직큼직한 창과 더불어 잘 짜인 구성의 효과가 크다. 실내 구성은 일반적인 닛산의 모델과 비슷하다. 재밌는 점은 계기판 커버 위에 놓은 버튼의 배치다. 디자인 때문에 버튼의 수를 줄였지만, 닛산은 예전부터 계기판 커버 위에 버튼을 즐겨 달았다. 이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뗄 때 제일 가깝다. 게다가 시선이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꽤 장점이 많은 구조다.

센터페시아의 구성은 닛산 모델과 비슷하다. 제일 위에 터치스크린을 두고 아래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달았다. 그 아래로 오디오 조작부와 공조기 조작부가 자리한다. 그 아래는 수납공간으로 쓴다. 센터터널에는 기어 레버와 구동계 조절 다이얼, 앞좌석 냉난방 다이얼, 컵홀더를 달았다.

기어 레버와 이어진 구동계 조절 다이얼은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2WD, AUTO, 4WD LOCK이다. 2WD를 선택하면 앞바퀴만을 굴린다. 연비를 위한 선택이다. AUTO를 선택하면 네바퀴굴림으로 돌아간다. 주행환경에 맞춰 앞뒤의 구동력 배분을 자연스럽게 조절한다. 4WD LOCK를 선택하면 앞뒤의 구동력 배분을 5:5로 조절한다. 오프로드를 위한 기능이다.

2열 좌석에 앉았다. 앞뒤로 밀어 다리 공간을 조절할 수 있고, 레버를 당겨 뒤로 시트를 젖힐 수 있다. 젖히는 폭이 생각보다 크다. 여유롭게 기대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시트의 쿠션감은 적절했다. 단, 등받이 부분은 살짝 단단하게 느껴졌다. 2열 좌석을 위한 전용 공조기와 히팅 시트 버튼이 있다. 추운 겨울에 꼭 필요할 구성이다.

3열 좌석에 들어서기 위해선 2열 좌석을 조절해야 한다. 시트 옆의 레버를 누르면 시트가 숙여지고 앞뒤로 편하게 밀고 당길 수 있다. 더불어 시트를 쉽게 접을 수도 있다. 레버 하나로 언제든 편히 좌석 배치를 조절하고, 접을 수 있다는 점이 실용적이다.
 

3열 좌석은 키 180cm의 성인이 앉기에는 살짝 좁다. 시트의 쿠션감은 살짝 딱딱한 편이다. 아이들을 위한 전용 좌석이나 다름없다. 더불어 창문이 조금 위에 달린 구성이라 키가 작은 아이라면 옆을 쉽게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파노라마 루프는 3열의 아이들을 위한 장비 같다. 2열에서 볼 때보다, 3열에서 하늘을 볼 때의 만족감이 더 컸다.

패스파인더의 엔진은 6,400rpm에서 최고출력 263마력을 내는 V6 3.5L 자연흡기 엔진이다. 최대토크는 33.2kg․m로 4,400rpm에서 나온다. 무단 변속기(CVT)를 맞물린다. CVT를 선택한 것은 변속 충격을 없애고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 CVT는 톱니바퀴로 기어를 나누는 변속기와는 크게 다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벨트 구동 방식을 살펴보자. 엔진 쪽 도르래와 바퀴 쪽 도르래를 벨트로 묶어 힘을 전달한다. 하지만 단순히 도르래만 맞물려서는 1단 변속기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도르래의 지름을 바꿔야 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자전거에 달린 변속기를 떠올려보자.

자전거는 페달 축에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를 여럿 달고, 뒷바퀴 축에도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를 여럿 단다. 체인으로 둘을 묶어 달린다. 언덕을 오를 때면 페달 축 톱니바퀴를 작은 것으로 바꾸고, 바퀴 축 톱니바퀴를 큰 것으로 바꾼다. 빠르게 달릴 때면 페달 축 톱니바퀴를 크게, 바퀴 축 톱니바퀴를 작게 바꿔 빠르게 돌린다.

CVT도 마찬가지다. 원뿔 모양의 도르래를 반대로 겹쳐 사용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지름이 줄어드는 원뿔의 특성상, 반대로 겹치면 한쪽의 지름이 커질 때, 다른 한쪽의 지름은 작아진다. 이를 이용해 벨트를 시시각각 움직여 변속 없이 속도를 높인다. 무단변속기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각 제조사의 자동변속기 특성이 틀리듯, CVT 또한 각 제조사의 특성을 반영한다. 닛산의 CVT는 조금 더 역동적인 주행에 걸맞았다.

가속 페달을 느긋하게 밟으면 엔진 회전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부드럽게 속도를 높여나간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으니 실내는 고요하다. 넉넉한 힘을 내주는 엔진 덕분이다. 부드럽게 가속한 이후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 약 1,500rpm을 유지한다. 크루즈 컨트롤을 해제하고 가속 페달만 잘 다독인다면 더 높은 속도에서도 1,500rpm을 유지할 수 있다. 높은 연비를 만드는 비결이다.
 

기어 레버 옆에 달린 동그란 버튼을 눌러 스포트 모드로 바꿨다. 엔진 회전수를 더 높게 유지하려 든다. 평소 달릴 때 가속 페달을 뗄 때면 빠르게 엔진 회전수를 낮추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그 rpm을 유지하려 든다. 가속 페달을 천천히 꾹 밟으면 풀리와 풀리 사이를 꽉 옥죈 듯 엔진 회전수와 속도의 상승 폭이 같다.

다시 속도를 줄인 후 가속 페달을 딸깍일 때까지 꾹 밟았다. 엔진은 6,700rpm까지 확 튀어 올라 맹렬하게 회전한다. 엔진 회전수를 고정한 채로 속도가 빠르게 솟구친다. 회전수와 더불어 속도를 끌어올리는 재미는 없지만, 묵직하게 솟구치는 가속의 감각은 여전했다. 다만 rpm이 솟구치는 만큼 실내로 엔진음이 들이닥친다. 약 3,500rpm을 넘기면 귓가에 또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닛산 V6 엔진음의 특징은 기계적인 느낌이라는 것. 고속으로 회전하는 엔진의 질감을 귀로 느끼며 몰아칠 수 있다.

속도를 높이고 스포츠 모드를 끈 후,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매만지면 낮은 rpm을 유지하며 고속 크루징을 즐길 수 있다.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낮추니 실내는 더욱 조용해진다. 아쉬운 점은 패들 시프트나 수동 모드 변환이 없다는 점. 쥬크(Juke)의 경우 가상의 기어비를 만들어 달리는 맛이 쏠쏠했다. 가족을 위한 SUV에서 크게 기대할 부분은 아니지만, 달리는 즐거움을 키우기 위해 달았으면 하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과 승차감은 훌륭했다. 고속에서 유연하게 노면의 충격을 죄다 삼켜냈다. 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간만을 허용할 뿐이다. 탄탄한 감각을 기본으로 하되, 충격 흡수를 위한 유격 설정을 절묘하게 맞췄다. 덕분에 고속에서 안정적이고 안락하게 달릴 수 있다. 승차감을 위주로 세팅하되 고속의 주행 감각 또한 놓치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의 자동감도 더욱 뻑뻑해졌다. 속도에 맞춰 반발력을 키우는 차량 속도 감응형 전동식 스티어링 휠 덕분이다. 낮은 속도에서는 가볍게 움직이고, 높은 속도로 갈수록 반발력을 높여 묵직해진다.

속도를 낮춰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차고가 높아 노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울퉁불퉁한 노면도 무리가 없다. 약간의 충격을 전하긴 하지만 상당수를 걸러낸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정도만 아니라면 험로 주행에도 충분했다. 더불어 어라운드 모니터를 달아 좁은 길목을 통과할 때도 편했다. 버튼만 누르면 차체 주위를 카메라로 찍어 모니터에 비춰준다. 과신은 금물이라지만, 좁은 길에서 운전자의 감보다 믿을 만한 요소다.

험로를 헤치고 나와 잠깐의 휴식을 즐겼다. 2열과 3열 시트를 전부 접어 평평하게 붙이고 누웠다. 파노라마 선루프 너머에는 달이 보인다. 귓가를 간질이는 피아노의 선율이 선명하다. 음과 음 사이를 채우는 뭉툭한 베이스의 음이 퉁퉁거리며 발끝을 간질인다. 따뜻한 차 안에서 캠핑을 즐기는 기분이다. 하늘은 맑지만 서정적인 음악이 마음에 비를 내린다. 오디오는 잘 고르고 볼 일이다. 패스파인더에는 보스(BOS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달렸다. 13개 스피커와 더불어 서브 우퍼까지 달렸다. 음색을 취향에 맞춰 조절하면 일렉트로니카에서 재즈, 클래식까지 다양한 음악을 명료하게 들을 수 있다.
 

집으로 향하는 어두컴컴한 길을 내달리는 가운데, ‘오늘 하루는 여행이었나?’란 생각이 들었다. 콘크리트 도심을 잠깐 벗어났을 뿐이다. 어딘가로 향한다는 설렘은 없어도 이동하는 도중의 만족감은 컸다. 그렇다면 패스파인더를 살까? 큰 고민이 들지 않는다. 5천290만원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서다. 디젤 엔진이 없다는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부드러운 휘발유 엔진의 안락감은 충분했다. 
잃었던 ‘나의 길’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아마 어딘가로 순례의 길을 떠나야 할지 모르겠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찾으러 떠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할 때다. 언젠가 내 우주를 물려받은 아이가 생긴다면, 그때라면 꼭 패스파인더를 고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위한 차다. 매일 탈 수 있는 차지만, 가족과 함께할 때 더욱 빛날 것이다. ‘나’의 여행과, 행복을 우선시하는 가족 여행은 다르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고 싶은 길이니까…

글: 안민희 기자, 사진: 이근영(프리랜서)

NISSAN PATHFINDER
가격: 5천290만원
크기: 5010×1960×1770mm
휠베이스: 2900mm
무게: 2070kg
엔진: V6, 3498cc, 휘발유
최고출력: 263마력/6400rpm
최대토크: 33.2kg·m/4400rpm
복합연비: 8.9km/L
CO₂ 배출량: 201g/km
변속기: Xtronic CVT
서스펜션(앞/뒤): 독립식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V 디스크
타이어(앞,뒤): 235/55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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