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EXE, 야성적인 성능과 쇼퍼 드리븐의 이중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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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EXE, 야성적인 성능과 쇼퍼 드리븐의 이중 매력
  • 안민희
  • 승인 2014.02.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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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 터보 이그제큐티브는 2세대 파나메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모델이다. 파나메라의 휠베이스를 150mm 늘려, 뒷좌석 다리 공간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뒷문이 길어졌다. 납작하게 엎드린, 금세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디자인 비율을 깨트릴 정도는 아니다. 다만 늘어난 뒷문을 의식하게 된다. 쇼퍼-드리븐의 느낌이 짙다.

운전석에 앉았다. 좋은 소재로 화려하게 멋을 부렸음에도 차분한 감각이 감돈다. 기본적인 디자인이 단순해서다. 아무리 봐도 질리거나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천천히 곳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공을 들여 멋지게 다듬은 티가 난다. 실내를 감싼 연한 커피색 가죽과 밝은 나무 트림의 조합이 멋스럽다. 은은한 분위기가 차 안에 감돈다. 문 손잡이, 에어컨 송풍구, 스피커 테두리 등을 감싼 알루미늄은 포인트를 더하는 요소다.

뒷좌석은 아주 호화스럽다. 늘어난 다리 공간과 편의 장비 덕분이다. 센터터널에는 에어컨 조절 및 여러 버튼을 달아 뒤에서 편히 다룰 수 있다. 단 둘을 위한 뒷좌석의 착좌감은 스포츠카와 같다. 살짝 조이는 느낌이다. 살짝 튀어나온 사이드 불스터와 허벅지 받침 덕분이다. 뒷좌석이지만 웬만한 스포츠카의 것 이상이다. 크게 뒤로 젖혀지진 않는다.

대신 다리 공간이 충분해 다리를 맘대로 놀리기 편했다. 조수석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도 있어 다리 공간을 추가로 더 확보할 수도 있다. 다만 조수석을 앞으로 숙일 경우 모니터를 보기가 조금 불편했다. 모니터는 여객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비슷한 크기다.

시동을 거는 순간 우렁차게 우는 엔진이 존재감을 일깨운다. V8 특유의 고동감이 가득하다. 파나메라 터보 이그제큐티브의 엔진은 V8 4.8L 트윈터보다. 6000rpm에서 최고출력 520마력을 내고, 2250~4500rpm에서 71.4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오버 부스트를 요구하면 78.6kg·m까지 뛰어오른다.

자동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짝지어 네 바퀴 모두를 굴린다. 터빈 압력은 크게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가속에서 최대 0.6바를 기록했다. 빠르게 압력을 채워 돌진하는 성능에 익숙하지 않다면 두려울지 모른다. 공차중량 2,145kg의 무게를 4.2초 만에 시속 100km로 튕겨낸다.

일상적으로 몰 때는 언제라도 넉넉한 힘을 내주는 편안한 감각이다. 절로 느긋해졌다. 컴포트 모드에 맞추고 느긋하게 달렸다.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활강을 즐겼다. 차의 움직임을 수시로 살펴 충격에 맞춰 댐퍼의 반발력을 조절하는 서스펜션 덕분이다.

스포츠 버튼을 누른다. 이제 성질을 부려볼 때다. 페달과 긴장을 팽팽하게 세운 듯 엔진의 반응이 빨라졌다. 실내에는 엔진이 부르는 노래가 들이닥친다. 바이패스 통로를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를 키웠고, 머플러 또한 더욱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땔 때면 연달아 축포가 터져 나온다.

가속 페달이 딸깍일 때까지 끝까지 밟으면 묵직하게 몸을 뒤로 떠민다. 순식간에 치고 오르는 타코미터와 흩날리듯 지나가는 풍경은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다. 터보차저 특유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와 함께 엔진이 아우성친다. V8의 그르렁대는 소리를 더욱 짙게 바꾼 묵직한 바리톤의 소리다. 더 높은 음을 내는 고회전형 엔진과는 다른 특유의 감성이 있다.

묵직하게 몸을 떠밀며 타코미터는 7,000rpm을 향해 튀어 오른다. 가속에 앞이 살짝 들리는 것이 보인다. 기어 변속을 거듭하고 나니 가속감이 조금 옅어졌다. 이미 속도는 상당히 오른 상태다. 그럼에도 노면을 붙잡는 차체의 감각은 아주 믿음직하다. 불안감도 없고, 서투른 움직임도 없다.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감각을 믿고 빠른 속도로 순항할 뿐이다. 속도를 아무리 올려도 가속감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가속을 이어갈 듯한 기분이다.

강력한 가속성능만큼 감속도 인상적이다. 브레이크를 밟는 힘에 비례해 정확히 속도를 줄인다. 절로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예상보다 더욱 강하게 속도를 줄여나간다. 그럼에도 차체의 기울임을 남기지 않고 바닥에 붙기라도 한 듯 빠르게 코너로 진입한다.

코너에서 파나메라 2세대에서 진화한 네바퀴굴림 시스템의 이점이 드러났다. 1세대 파나메라에서는 늘 네 바퀴로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코너를 돌아나갈 때면 앞바퀴의 저항감이 조금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2세대 파나메라에서는 앞바퀴의 저항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코너를 파고들 때쯤 앞에서 차를 안으로 당기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한결 똑똑해진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구동력을 배분하며 안을 파고든다. 그래서 느낌이 더욱 자연스러웠다.

새벽이 밝아올 때 운전을 끝냈다. 아니, 야간 비행이 끝났다. 하룻밤 동안 4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렸지만 피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여행의 끝이 아쉬웠다. 파나메라 터보 익스클루시브는 비행기의 일등석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어딘가 달랐다. 편안함만을 강조하는 다른 차와는 달리 운전의 매력과 야성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그래서 계속 운전석을 탐내게 된다. 그럼에도 뒷좌석과 운전석을 계속 넘나들게 된다는 점이 특별하다.

과장을 더하면, 이 차는 개인용 제트 여객기의 합리적인 대안이다. 뒷좌석에서 눈을 감는 순간 평범할지도 모르는 여정을 여행으로 바꿔주는 매력이 있다. 단 하나, 바다를 건너 날지 못한다는 점을 빼면.

글: 안민희 기자

PORSCHE PANAMERA TURBO EXECUTIVE
가격: 2억5천690만원
크기: 5165×1931×1425mm
휠베이스: 3070mm
무게: 2145kg
최고시속: 305km
0→시속 100km 가속: 4.2초
엔진: V6, 4806cc, 바이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520마력/6000rpm
최대토크: 71.3kg·m/2250~4500rpm
복합연비: 7.3km/L
CO₂ 배출량: 249g/km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P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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