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는 신형 RCZ R이 포르쉐 카이맨과 폭스바겐 시로코 R만큼 설득력 있는 경쟁자들과 승부를 벌일 만한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 차에 3만1천995파운드(약 5천550만원)라는 가격표를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푸조판 TT의 고성능 버전을 구입하면 어떤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며, 그만한 가치가 과연 있는 것일까?
보닛 아래에는 보통 RCZ의 동력원인 1.6L 터보 엔진을 대대적으로 손질한 버전이 들어 앉아 있다. 이 차는 6,000rpm에서 270마력, 1,900rpm에서 33.6kg·m이라는 파격적인 힘을 낸다. 무게 1,355kg인 R 모델을 5.9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것은 물론 제한된 최고속도인 시속 250km까지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최소한 처음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직선구간에서 RCZ R은 나란히 경쟁할 때에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엔진이 일반 도로에서 사용하기에는 거의 한계에 이르도록 튜닝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말이다.
섀시를 살펴보면, 엔진과 비슷하게 내용의 설득력은 있어 보인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았지만 스프링은 더 단단해졌고, 댐퍼는 더 높은 규격을 사용했으며 안티롤바는 더 묵직해진데다가, 무엇보다도 앞 차축에 새로운 토센(Torsen) 디퍼렌셜이 쓰여 전부는 아니더라도 270마력의 힘 대부분은 제멋대로 튀지 않고 노면으로 확실하게 전달된다.
또한 R 모델은 일반 모델보다 차체가 10mm 낮고 앞뒤 트랙이 더 넓으면서, 앞쪽 캠버 설정은 더 공격적이고 앞뒤 바퀴에 더 큰 브레이크 디스크를 달았다. 그와 새로운 공기역학 특성 향상을 위한 손질과 무광 검정색 지붕과 더불어, 크롬 스포츠 배기 파이프와 검은색, 빨간색, 흰색, 회색의 네 가지 맞춤 색상으로 아랫급 RCZ들과 차별화했다.
그러면 이제 민감한 질문을 던져보자. 주행 감각은 어떠한가? 답은 놀랍도록 차분하다는 것이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섀시와 엔진에 상당히 큰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스티어링에서는 일반 버전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풍부한 즉답성을 지니고 있고, 성능은 겨우 1.6L 엔진이 보닛 아래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강력하다. 또한 승차감에서도 우리가 이 차를 시승했던 프랑스 남부의 제법 부드러운 도로에서는 분명히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다. 서스펜션에 수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으면서도 이 차는 여전히 괜찮은 세련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점은 달릴 때 적절히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가속은 강력하고, 배기음은 알맞을 만큼 달콤하면서 변속은 깔끔하고 정확하다. 차체의 움직임 역시 긴장감과 정확함이 살아 있고, 디퍼렌셜은 가속할 때에 특히 제 역할을 잘하면서도 아주 사소한 정도의 토크 스티어만 만들어낸다. 카이맨만큼 사람과 기계 사이의 상호작용이 뛰어난 차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동특성 면에서 무미건조한 차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잘 꾸며진 RCZ R을 몰면 재미와 속도를 모두 실감할 수 있다.
푸조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약 300대의 R 모델을 판매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전체 RCZ 판매의 약 10%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푸조는 수요가 있다면 생산량을 유연하게 늘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국보다 더 부드러운 도로에서 경험한 아주 간단한 증거만 놓고 본다면, 푸조는 회사의 능력을 좀 더 펼쳐 특별한 모델을 한두 종류 더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RCZ R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차다.
글: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PEUGEOT RCZ R
0→시속 100km 가속: 5.9초
최고시속: 250km(제한)
복합연비: 15.9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145g/km
무게: 1355kg
엔진: 4기통, 1598cc, 터보, 휘발유
구조: 프론트, 가로, FWD
최고출력: 270마력/6000rpm
최대토크: 33.6kg·m/1900rpm
변속기: 6단 수동
연료탱크: 55L
트렁크: 321L
휠: 9J×19in
타이어: 235/40 ZR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