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40 D2, 엔진은 작아졌지만 가격대 가치는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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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V40 D2, 엔진은 작아졌지만 가격대 가치는 더욱 커졌다
  • 안민희
  • 승인 2013.12.20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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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디젤 해치백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부는 바람이다. 고급성을 강조했던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소형 해치백을 내놓았다. 볼보의 V40도 그중 하나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V40 D2는 1.6L 디젤 엔진인 ‘D2’ 엔진을 얹고, 편의 장비를 줄여 문턱을 한층 낮춘 모델이다. V40의 멋진 디자인은 그대로 두고 경제적인 엔진을 달았다.

볼보는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가고 있다. 그 변화의 시작점은 V40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모델답게 미래적인 감각이 맴돈다. 날렵한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날카로운 선으로 빚어낸 도도함이 감돈다. 실용성을 제일과제로 꼽는 해치백이라지만 멋을 부려 나쁠 것은 없다. 가운데로 파고드는 헤드램프와 맞물려 살짝 튀어나온 그릴, 보닛을 가로지르는 두 줄의 선이 만나 쐐기형의 앞모습을 빚어낸다. 범퍼는 구멍을 크게 뚫지 않고 선을 그어 모양을 강조했는데, 이는 R-디자인을 위한 포석이다.

옆모습은 후방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창틀과 캐릭터라인이 자연스레 뒷부분에 시선을 모은다. 옆면을 타고 오른 선과 연결된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볼보 특유의 개성을 드러낸다. 테일램프 위에는 리어 스포일러도 달아 스포티한 감각을 더했다. 투명한 유리 부분을 강조한 트렁크 덮개가 매력적이다. 다만 트렁크 입구가 살짝 좁게 느껴진다. 트렁크 크기는 335L로, 뒷좌석을 접고 가로로 물건을 넣으면 길이 180cm에 달하는 물건도 손쉽게 넣을 수 있다.

시승차의 경우 검정색과 연갈색의 플라스틱으로 실내를 감쌌다. 직물시트와 맞물려 검소한 분위기가 감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재질은 매끄러운 편이다. 실내 구성은 작은 해치백에 걸맞다. 살짝 높은 대시보드는 가파르게 호를 그리며 아래로 향한다. 실내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크게 보이려는 노력이 아니었나 싶다. 휠베이스는 2,645mm로 길이의 약 60%. 소형 해치백으로는 평균이다. 다만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보닛 길이가 조금 늘어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LCD 계기판이다. 3개의 창으로 나뉜 LCD는 테마 선택에 따라 배경색, 구성, 띄우는 정보를 바꾼다. 테마는 엘레강스, 에코, 퍼포먼스로 나뉜다. 엘레강스의 경우 옅은 회색 배경을 쓰며, 가운데 큰 창은 속도, 오른쪽 창은 rpm을 보여준다. 에코로 바꿀 경우 옥색으로 배경색을 바꾸고 왼쪽이 연비운전을 위한 에코 가이드로 바뀐다. 퍼포먼스는 제일 화려하다. 배경색을 붉게 바꾸고 가운데 창에 rpm과 속도를 크게 표기한다. 오른쪽은 출력 사용 게이지로 바뀐다.

뒷좌석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시트를 크게 키우지 않고, 끄트머리의 양쪽 받침에 살짝 홈을 팠다. 조그만 소지품을 둘 수도 있는 아이디어다. 또한, 뒷좌석 가운데에 있는 끈을 당기면 좌석 아래 숨었던 컵홀더가 튀어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공간 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인 D2다. 최고출력 115마력을 3,600rpm에서 내고, 최대토크 27.5kg․m을 1,750rpm부터 2,500rpm까지 낸다. 절대적인 힘은 약할지 몰라도 회전수를 높여가며 달리는 맛이 쏠쏠했다. 1,500rpm 이하의 저회전 구간에서는 약간 툴툴대는 구석이 있다. 단단하게 맞물린 자동 6단 듀얼클러치가 슬립을 허용하지 않아서다. 때문에 살짝 울컥거리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떼어주면 된다. 하지만 시내 주행에서 지키기는 조금 어렵다. 빠르게 가속하고 순항을 이어나가는 방식의 주행이 가장 잘 어울렸다.

저회전에서 까다롭게 굴 때도 있지만, 회전수를 높이면 1,800rpm부터 활기를 찾는다. 어느새 탄력이 붙는다. 회전수를 빠르게 높이지만 속도는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다. 각단 사이의 폭이 짧기 때문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12.1초가 걸린다. 절대적인 속도는 느릴지언정, 엔진의 질감을 느끼며 즐겁게 달렸다. 시속 110km로 정속주행을 하자 회전수는 2,000rpm에 고정된다. 이때 실내로 들이치는 엔진음은 적절한 수준. 노면 소음 및 약간의 소음은 유입되지만, 이 차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쉽게 납득할 수 있을 정도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조. 세팅은 볼보 특유의 부드러운 성격을 살리면서도 조금 더 역동성을 살렸다.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낸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활동 폭을 충분히 여유롭게 잡고, 서스펜션의 탄성을 잘 조절한다면 충격을 부드럽게 거슬러내면서도 타이어를 노면에 제대로 누를 수 있다. 코너링 성향이 특히 그렇다. 차체는 약간 기울다 그 상태를 유지하고 코너를 돌아나간다. 경쟁자로 비교되는 폭스바겐 골프가 기울임 없는 탄탄한 코너링을 자랑한다면, V40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쪽이다.

D2 엔진을 얹은 V40은 합리적인 가치를 뽐낸다. D2 스탠더드 모델의 가격은 3천290만원이다. 같은 배기량의 골프에 비해 300만원 비싸다. 하지만 그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골프는 해치백 세그먼트의 리더다. 합리적인 사고, 정직한 구성이 강점이다. V40은 방향이 조금 다르다. 안정성, 새로운 디자인, 여유로운 주행감각, 뛰어난 연료 효율성을 내세운다. 두 모델 모두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선택은 나뉜다.

벤츠 A-클래스와 비교할 때는 볼보의 장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공교롭게도 A-클래스와 V40의 성격은 겹친다. 둘을 냉정히 비교한다면 어떨까. 벤츠의 브랜드 값을 고려한다고 해도, 200만원 더 싼 V40 D2는 A-클래스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 시스템 등의 장비는 D2에서 누릴 수 없지만,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를 기본으로 달며, A-클래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의 장비를 단다.

볼보코리아는 V40 D2를 내놓으면서 D4 엔진에 비해 값을 확연히 낮췄다.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의 안전한 차를 찾는다면 꼭 염두에 둬야 할 차로 거듭났다. 번쩍이는 실내와 화려한 편의장비를 갖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필요한 것을 정확히 담아낸 구성과 여유로운 주행감각, 낮아진 가격이 맞물려 이 차의 가치를 높였다. 곁에 두고 오래도록 탈 수 있는 차다.

글: 안민희 기자

VOLVO V40 D2
가격: 3천590만원
크기: 4370×1800×1440mm
휠베이스: 2645mm
엔진: 직렬 4기통, 1560cc, 터보디젤
무게: 1485kg
최고출력: 115마력/3600rpm
최대토크: 27.5kg·m/1750~2500rpm
복합연비: 17.7km/L
CO₂ 배출량: 110g/km
변속기: 6단 듀얼 클러치 자동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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