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을 따온 DS3는 작은 소형차다. 2010년 처음 등장했고, 작은 차지만 고급스러움을 더해 미니와 알파로메오 미토를 겨냥했다. 유럽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시트로엥의 주력 모델로 자리 잡았다. 아마 앙증맞은 외모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장난감 같은 감각이 살아 있다. 다양한 차체 색상과 대비되는 지붕 색상, 다양한 색으로 갈아 끼울 수 있는 대시보드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특히 DS3 카브리오는 그 매력을 한층 더했다. 지붕을 천으로 바꾼 캔버스탑 모델. 필러는 그대로 두고 천으로 된 지붕만 접어 운전자와 하늘을 잇는다. 접힌 지붕은 날개옷처럼 뒤에 가지런히 둔다. 날개를 단 여신이라고 부를 만하다. 외모는 귀여워도 성능은 암팡지다. 잠들어 있던 성능을 일깨워 WRC에서 시트로엥 팀 세바스티앙 로브와 함께 2011년부터 참전했고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대시보드 가운데를 차지한 터치스크린 아래로 에어컨 조작부와 멀티미디어 조작부를 달았다. 그 아래는 수납공간으로 쓴다. 멀티미디어 조작부는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과 연동돼 바로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까다로웠다. 그래서 패들시프트 아래 달린 오디오와 크루즈 컨트롤을 조종하는 레버를 주로 썼다.
시동을 걸어 잠을 깨웠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 최고출력 92마력을 4,000rpm에서, 최대토크 23.5kg·m을 1,750rpm에서 낸다. 출력은 적지만 대신 효율성이 좋다. 복합 연비 19km/L에 CO₂ 배출량이 100g에 불과하다. 변속기는 싱글 클러치 기반의 자동 6단 변속기다. 전통적인 토크 컨버터 방식과 달리 클러치를 떼고 잇는다. 장점은 높은 효율성과 구조의 간단함, 단점은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처럼 몰면 클러치를 떼고 잇는 과정 중 울컥거리는 것이다.
질감이 느껴지는 엔진은 운전자와 차 사이의 교감의 폭을 넓힌다. DS3 카브리오의 운전 감각은 옛 차와 닮은 구석이 있다. 낮은 속도에서도 기분을 내며 속도를 즐길 수 있다. 스릴과는 다르다. 안정감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주행의 즐거움과 신형의 편안함을 섞어냈다. 가속은 조금 더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11.3초가 걸린다. 하지만 엔진의 질감을 느끼며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지붕을 열었다. 바람이 살랑이며 어깨를 간질인다. 운전석에서는 하늘을 보기 어렵다. 필러가 접혀 실내를 완전히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방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장점도 있다. 지붕을 열고 달려도 바깥에서는 실내를 쉽게 볼 수 없다. 수줍은 이라면 반길 것 같다. 또 다른 장점은 필러가 접히지 않으니 강성 확보에 유리하다. 게다가 시속 120km까지는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코너링 감각은 만족스럽다. 약간의 롤링이 있지만 그 폭은 좁으며 충분히 납득된다. 올곧게 자세를 잡고 자연스럽게 돌아나간다. 브레이크는 초반부터 제동력을 이끌어내며 쉽게 적응된다. 스티어링 휠의 반발력도 적당해 원하는 대로 주행선을 그리기 좋다. 불안함 없이 정직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반면 타이어는 친환경 타이어라 급격히 꺾어지는 길에서는 시속 60km를 넘기면 슬슬 힘들어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가속 페달을 밟고 놓으며 라인을 부풀리거나 좁힐 수 있지만, 가속 페달을 뗐을 때의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이는 rpm 하락 속도가 늦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애초에 빠른 차는 아니니 예민할 필요는 없다. 연비만 따졌을 때는 경제성이 상당히 좋다. 일반적인 항속 속도인 시속 100km에서 엔진회전수는 2,000rpm이다. 기어비를 계산하면 시속 130km에서 2,500rpm, 시속 150km에서 3,000rpm을 낸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넘나들며 내키는 대로 달렸다. 그럼에도 연비는 24.4km/L를 가볍게 넘어섰다.
하지만 낭만을 위해서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행을 마치고 셀프 주유소에 들렸다. 주유기가 꽂아지지 않는다. 잘 살펴보니 저속 주유기를 이용하라고 쓰여 있다. 혹시나 싶어 레버를 살살 당기니 연료가 흘러들어간다. 하지만 레버를 세게 당기니 아까운 기름을 확 뱉어낸다. 그때 깨달았다. 어찌 감히 여신과 식사를 허겁지겁 할까. 신사답게 여유를 부려야지. 결국 레버를 살살 잡고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었다.
만일 DS3 카브리오를 산다면 미니를 염두에 둘 것이다. 둘을 비교할 때 좀 더 강한 운전의 즐거움을 원한다면 미니다. 귀엽게 생긴데다 역동적인 엔진과 거센 서스펜션은 도로를 놀이터 삼아 뛰어놀기 딱 좋다. 하지만 DS3 카브리오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지붕을 열고 달리는 감각은 상쾌했고, 마치 차와 함께 발맞춰 걷는 기분이 든다. 출력을 끌어내 달리기 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락한 승차감, 좋은 연비는 어디든 떠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여행을 자주 떠난다면 DS3 카브리오를 고르겠다.
글: 안민희 기자
DS3 CARBRIO 1.6 e-HDi So Chic Plus
가격: 3천630만원
크기: 3950×1720×1480mm
휠베이스: 2465mm
무게: 1205kg
0→시속 100km 가속: 11.3초
엔진: 4기통, 1560cc, 디젤
최고출력: 92마력/4000rpm
최대토크: 23.5kg·m/1750rpm
복합연비: 19.0km/L
CO₂ 배출량: 100g/km
변속기: 6단 EGS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플렉서블 빔
브레이크(앞/뒤):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디스크
타이어: 195/55 R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