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AH! MY GODD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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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AH! MY GODDESS!
  • 안민희
  • 승인 2013.10.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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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Deesse)는 프랑스어로 여신을 뜻한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신. 그렇다면 날개를 단 작은 여신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여신 견습생?

날개를 단 여신이 왔다.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다. 차가 어떻게 여신이 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DS(Deesse)의 뜻은 프랑스어로 여신이다. 현재는 시트로엥의 고급 라인에 붙는 이름이지만, 그 뜻은 1955년 등장해 1975년까지 프랑스의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은 여신, 오리지널 DS에서 따온 것이다.

그 이름을 따온 DS3는 작은 소형차다. 2010년 처음 등장했고, 작은 차지만 고급스러움을 더해 미니와 알파로메오 미토를 겨냥했다. 유럽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시트로엥의 주력 모델로 자리 잡았다. 아마 앙증맞은 외모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장난감 같은 감각이 살아 있다. 다양한 차체 색상과 대비되는 지붕 색상, 다양한 색으로 갈아 끼울 수 있는 대시보드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특히 DS3 카브리오는 그 매력을 한층 더했다. 지붕을 천으로 바꾼 캔버스탑 모델. 필러는 그대로 두고 천으로 된 지붕만 접어 운전자와 하늘을 잇는다. 접힌 지붕은 날개옷처럼 뒤에 가지런히 둔다. 날개를 단 여신이라고 부를 만하다. 외모는 귀여워도 성능은 암팡지다. 잠들어 있던 성능을 일깨워 WRC에서 시트로엥 팀 세바스티앙 로브와 함께 2011년부터 참전했고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그 레이싱 감각은 실내에도 일부 스며들었다. 작은 소형차에 세미버킷 시트를 달았다. 몸을 잡아주는 감각이 다부지다. 좋은 가죽을 썼고, 사이드 불스터가 단단하다. 와인딩 시에도 왼발로 풋레스트를 꽉 밟고 버틸 수 있다. 고급스러운 감각을 내기 위해선 멋도 부려야 한다. 그래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유광 검정 소재를 사용해 멋을 부렸다. 반면 구성은 단순하다.

대시보드 가운데를 차지한 터치스크린 아래로 에어컨 조작부와 멀티미디어 조작부를 달았다. 그 아래는 수납공간으로 쓴다. 멀티미디어 조작부는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과 연동돼 바로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까다로웠다. 그래서 패들시프트 아래 달린 오디오와 크루즈 컨트롤을 조종하는 레버를 주로 썼다.

시동을 걸어 잠을 깨웠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 최고출력 92마력을 4,000rpm에서, 최대토크 23.5kg·m을 1,750rpm에서 낸다. 출력은 적지만 대신 효율성이 좋다. 복합 연비 19km/L에 CO₂ 배출량이 100g에 불과하다. 변속기는 싱글 클러치 기반의 자동 6단 변속기다. 전통적인 토크 컨버터 방식과 달리 클러치를 떼고 잇는다. 장점은 높은 효율성과 구조의 간단함, 단점은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처럼 몰면 클러치를 떼고 잇는 과정 중 울컥거리는 것이다.

수동의 감성을 지닌 변속기다. 변속에 맞춰 가속페달을 떼고 밟거나, 수동 모드로 변속하며 클러치 없는 시컨셜 기어처럼 운전하면 된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은 좋다. 1,700rpm 아래 저회전 영역에선 힘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1,800rpm을 넘어가면서 힘을 채우고 토크를 끌어올려 3,000rpm까지 힘 있게 이어간다. 그 이후로는 살짝 힘이 줄었지만 4,000rpm까지 꾸준히 힘을 내준다. 엔진의 회전 상승은 빠르진 않아도 살짝 묵직하게 회전하는 엔진의 회전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질감이 느껴지는 엔진은 운전자와 차 사이의 교감의 폭을 넓힌다. DS3 카브리오의 운전 감각은 옛 차와 닮은 구석이 있다. 낮은 속도에서도 기분을 내며 속도를 즐길 수 있다. 스릴과는 다르다. 안정감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주행의 즐거움과 신형의 편안함을 섞어냈다. 가속은 조금 더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11.3초가 걸린다. 하지만 엔진의 질감을 느끼며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지붕을 열었다. 바람이 살랑이며 어깨를 간질인다. 운전석에서는 하늘을 보기 어렵다. 필러가 접혀 실내를 완전히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방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장점도 있다. 지붕을 열고 달려도 바깥에서는 실내를 쉽게 볼 수 없다. 수줍은 이라면 반길 것 같다. 또 다른 장점은 필러가 접히지 않으니 강성 확보에 유리하다. 게다가 시속 120km까지는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사실 지붕을 열 때 최고의 자리는 뒷좌석이다. 비록 공간은 좁을지언정 완전히 열린 지붕 사이로 비치는 달빛을 온전히 볼 수 있다. 바람도 크게 들이치지 않아 여유롭다. 숲길을 달릴 때면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붕 하나 바꿨을 뿐이지만 감성의 차이는 크다. 반면 여유가 아닌 속도에 취하긴 힘들다. 속도를 한껏 올리니 들이치는 풍압이 커져 귀가 아팠다.

코너링 감각은 만족스럽다. 약간의 롤링이 있지만 그 폭은 좁으며 충분히 납득된다. 올곧게 자세를 잡고 자연스럽게 돌아나간다. 브레이크는 초반부터 제동력을 이끌어내며 쉽게 적응된다. 스티어링 휠의 반발력도 적당해 원하는 대로 주행선을 그리기 좋다. 불안함 없이 정직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반면 타이어는 친환경 타이어라 급격히 꺾어지는 길에서는 시속 60km를 넘기면 슬슬 힘들어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가속 페달을 밟고 놓으며 라인을 부풀리거나 좁힐 수 있지만, 가속 페달을 뗐을 때의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이는 rpm 하락 속도가 늦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애초에 빠른 차는 아니니 예민할 필요는 없다. 연비만 따졌을 때는 경제성이 상당히 좋다. 일반적인 항속 속도인 시속 100km에서 엔진회전수는 2,000rpm이다. 기어비를 계산하면 시속 130km에서 2,500rpm, 시속 150km에서 3,000rpm을 낸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넘나들며 내키는 대로 달렸다. 그럼에도 연비는 24.4km/L를 가볍게 넘어섰다.

고속주행을 하자 연비가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와인딩과 고속 주행을 포함해 740km를 달린 총 연비는 16.4km/L를 기록했다. 승차감은 슈퍼미니답지 않게 부드러웠다. 마치 한 체급 위의 차를 타는 기분이었다.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삼켜 운전자에게 전한다. 정확한 스티어링 응답성과 승차감의 이점을 고루 잡았다. 고속 안정성도 뛰어났으며 장거리를 운전해도 괜찮았다. 반면 고속주행 시 소음 유입은 아쉬웠다. 천으로 바꾼 지붕 때문에 소리가 DS3보다 조금 더 들이쳤다.

하지만 낭만을 위해서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행을 마치고 셀프 주유소에 들렸다. 주유기가 꽂아지지 않는다. 잘 살펴보니 저속 주유기를 이용하라고 쓰여 있다. 혹시나 싶어 레버를 살살 당기니 연료가 흘러들어간다. 하지만 레버를 세게 당기니 아까운 기름을 확 뱉어낸다. 그때 깨달았다. 어찌 감히 여신과 식사를 허겁지겁 할까. 신사답게 여유를 부려야지. 결국 레버를 살살 잡고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었다.

만일 DS3 카브리오를 산다면 미니를 염두에 둘 것이다. 둘을 비교할 때 좀 더 강한 운전의 즐거움을 원한다면 미니다. 귀엽게 생긴데다 역동적인 엔진과 거센 서스펜션은 도로를 놀이터 삼아 뛰어놀기 딱 좋다. 하지만 DS3 카브리오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지붕을 열고 달리는 감각은 상쾌했고, 마치 차와 함께 발맞춰 걷는 기분이 든다. 출력을 끌어내 달리기 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락한 승차감, 좋은 연비는 어디든 떠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여행을 자주 떠난다면 DS3 카브리오를 고르겠다.

글: 안민희 기자

DS3 CARBRIO 1.6 e-HDi So Chic Plus
가격: 3천630만원
크기: 3950×1720×1480mm
휠베이스: 2465mm
무게: 1205kg
0→시속 100km 가속: 11.3초
엔진: 4기통, 1560cc, 디젤
최고출력: 92마력/4000rpm
최대토크: 23.5kg·m/1750rpm
복합연비: 19.0km/L
CO₂ 배출량: 100g/km
변속기: 6단 EGS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플렉서블 빔
브레이크(앞/뒤): 벤틸레이티드 디스크/디스크
타이어: 195/55 R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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