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시승기] 레인지 로버 스포트 vs 포르쉐 카이엔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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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시승기] 레인지 로버 스포트 vs 포르쉐 카이엔 터보
  • 맷 프라이어
  • 승인 2013.10.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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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2개와 직선코스 하나면 충분했다. 아마 험악한 노면의 직선코스 하나라도 되지 않을까? 혹은 한둘의 캠버. 그리고 등마루와 내리막 하나를 끼워 넣는다면? 어쨌든 이들의 의도를 가늠하기에는 필요한 전부였다. 메이커들이 처음 그들을 개발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 가운데 첫째—우리가 여기 나온 이유—는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트.

‘여기’는 이른 아침 런던에서의 모임을 가리킨다. 윈체스터 휴게소에서 황당하게 비싼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M3을 타고 A303과 웨스트 컨트리로 가는 장거리 여행을 앞뒀다. 장거리 시승이었고, 우리가 찾아갈 해변은 정사신의 배경으로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 다음 웨일스로 방향을 틀었다. 웨일스의 도로는 단거리 고난도 테스트 코스로는 최적. 게다가 그곳은 액션 사진의 무대로 뛰어났다.

그럴 때는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그곳에 갈 필요가 없었다. 불가피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게 레인지로버 스포트. 이 차는 우리가 이미 상당한 거리를 몰아본 모델과 같은 스펙이었다. 우리는 신차발표회에서 한 대를 슬쩍해 며칠 동안 몰아봤던 차와 똑같은 슈퍼차저 버전의 바로 그 차였다.

따라서 넓게 말해 얼마나 좋은지를 잘 알고 있었다. 상큼하게 좋았다. 게다가 라이벌로 내세울 수 있는 모델은 사실상 단 하나밖에 없었다. 최고의 대안, 반쯤 기회를 줘도 스포트를 혼줄 낼 차. 바로 포르쉐 카이엔 터보. 제법 손쉽고 오래된 물건이었다. 각자의 스펙은? 일부는 비슷하고, 다른 부분은 아주 달랐다. 둘 다 V8 엔진. 명칭이 말해주듯 슈퍼차저 또는 터보를 달았다.

스포트는 배기량 5.0L, 그에 비해 카이엔은 ‘겨우’ 4.8L. 그러나 출력은 같거나 비슷하다. 스포트의 510마력 vs 포르쉐의 500마력. 토크는 카이엔의 71.3kg·m에 비해 레인지로버는 기껏 63.7kg·m. 그렇다, 63.7kg·m. 이래서야 어떻게 맞설 수 있나? 둘 다 8단 자동박스지만 여기서 기술 스펙이 살짝 벌어졌다. 기술적으로 고급 스펙 모델이 그렇듯 이 레인지로버는 저비율 트랜스퍼 박스를 달아 기어비를 거의 3이나 낮췄다.

초저속 오프로드 달리기에 유리했다. 카이엔은 그렇게 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했다. 카이엔은 강철 모노코크. 그와는 달리 스포트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고가차 트렌드를 따라 알루미늄 모노코크를 받아들였다. 스폿 용접을 하지 않고 리벳과 접합방식을 사용했다.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밀도가 낮아 랜드로버의 자랑거리가 될 수는 있었다.

한데 전체적으로 무게를 줄이는 데 유리했을까? MIRA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저울에 달아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메이커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놀랄 일이 아니다. 현대의 대다수 강철 모노코크의 경우처럼 카이엔의 모노코크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위치에 따라 강철의 성질이 다르고, 핵심부분에는 고장력강을 썼으며, 다른 곳에는 강도가 낮고 더 얇은 소재를 썼다. 알루미늄 보디패널처럼 서로 다른 금속도 이용했다. ‘혼합금속 방식’이다.

레인지로버에 따르면 슈퍼차저 스포트의 무게는 2,310kg부터. 포르쉐는 카이엔 터보의 무게가 2,170kg이라고 했다. 포르쉐는 4mm 짧지만 56mm 넓고 78mm 낮다. 둘 다 앞뒤 좌석과 트렁크가 크다. 서남부 런던의 좁을 도로에 나가자 그런 숫자가 영향을 줬다. 물론 길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레인지로버가 복잡한 도로에서 좀 더 수월하게 다닐 수 있었던 건 차폭이 좁아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두 가지가 어우러졌다.

첫째 운전위치가 더 높았고, 둘째 더 평평하고 네모진 보닛과 한층 쉽게 볼 수 있는 옆구리 덕분이었다. 토니 쿠르크는 자기 회사가 만드는 브리스틀에 대해 으레 이런 말을 했다. 차가 어디서 끝났는지 분명히 볼 수 있다. 그래서 몰기 쉽다고. 적어도 브리스톨에 대해 그 말은 정곡을 찔렀다. 아무튼 랜드로버는 쓸데없이 대문자를 써가며 요란하게 부르는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을 갖췄다.

말을 바꿔, 드라이버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 우쭐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러니까. 아울러 실내를 시원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랜드로버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토어카드 꼭대기를 승객 쪽으로 내려가게 만들었다. 따라서 바깥에서 보면 유리 면적을 가장 작게 보이도록 처리했고, 반면 실내에서는 유리 면적이 가장 크게 보이는 기교를 부렸다.

포르쉐? 그런 데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도어카드가 A필러 쪽으로 약간 쓸고 올라갔다. 때문에 큼직한 센터콘솔까지 합세해 비행갑판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두 모델의 도어 톱 처리방식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내용을 깔끔하게 담아냈다.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느긋하고 시원했다(녹색은 의무적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형차에서 민감한 센터스크린을 가져왔다.

구형에 비해 버튼을 50%나 줄였고, 완전 디지털 다이얼(일부 버전은 아날로그형을 고를 수 있다)이었다. 한편 포르쉐는 그와 대조적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카이엔의 실내처리 방식을 좋아했다. 한데 포르쉐의 실내가 훨씬 복잡하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카이엔과 스포트는 둘 다 엄청난 기계장비를 갖췄다. 한데 레인지로버가 배열이 한층 정교하다.

터치스크린이 거의 모든 일을 해낼 뿐 아니라 성능이 뛰어나다(아마도 열선 시트는 약간 투박하지만). 한편 지형적응장치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TRS)은 콘솔에 깔끔히 자리 잡은 다이얼로 조작한다. 한편 포르쉐는 터치스크린이 있는데도 어떤 기능이든 각자 다른 버튼을 사용한다. 스티어링 뒤에 5개—자그마치 5개 다이얼이 꽉 들어찼다(다만 제일 오른쪽 내비게이션 조작 다이얼은 아주 멋지다).

요컨대 카이엔 실내는 마감이 아주 뛰어났으나, 동작이 한층 복잡했다. 그에 비해 가격 대비 레인지로버 스포트가 한결 특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로에 나가서도 카이엔이 더 분주했다. 적어도 우리 시승차의 21인치 옵션 휠의 승차감은 좋지 않은 노면에서는 요란했다. 기본형 에어스프링을 컴포트 모드에 넣어도 덜덜거리고 건너뛰었을 뿐 거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 동시에 묵직한 스티어링을 통해 대단히 안정되게 노면을 움켜잡았다. 독일에서 개발된 차가 틀림없었다. 거기서 레인지로버는 거의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카이엔의 승차감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 사실 이 차만을 따로 떼어볼 때 상당히 빨리 자취를 감춘다. 그에 비해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레인지로버 기본형이나 디스커버리보다 그립이 강하고 역시 옵션인 21인치 휠을 달았다. 카이엔과 레인지 스포트와의 차이는 뚜렷했다. 스포트는 거동이 훨씬 쉬웠고 더 가벼웠다. 게다가 스티어링이 정확하고 매끈했다. 나아가 기어박스도 잘 맞아 들어갔다.

저속에서 한층 예측 가능했고, 액셀을 밟고 가속하기가 훨씬 쉬웠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원스럽게 정속주행에 들어갔다. 스티어링은 정확했고, 노면소음은 낮았다. 시가지에서는 운전하기 쉽고 느긋했다. 탁 트인 도로, 고속도로에서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카이엔을 깨끗이 따돌렸다. 포르쉐는 좀 더 힘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힘을 들이면 그만한 보상이 있었다. 가령 스펙은 아니라도 철학과 제작기법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둘 다 에어서스펜션을 달았다. 롤링을 최소화하기 위해 둘 다 가변 댐퍼를 갖췄다. 둘 다 지능적인 네바퀴굴림으로 적절하게 파워를 배분했다. 둘 다 제한슬립 리어 디퍼렌셜을 받아들였다. 얼핏 보기에 낮은 그립 상황에서 트랙션을 깨고 코너를 돌아가기 위한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텅 비고 습한 산길에서도 알맞은 장비였다.

메이커의 스펙에 따르면 포르쉐는 0→시속 100km 가속에 4.7초. 그에 맞서는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0→시속 97km 가속에 5.0초. 실제로는 그보다 더 큰 격차를 느꼈다. 아주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스포트가 더 무겁다는 느낌을 줬다. 보디 동작이 한층 큰 차였다. 무엇보다 랜드로버가 어느 모델이든 오프로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결과였다. 올해 초반에 랜드로버 기술진이 내게 한 말이었다. 그에 따르면 스포트의 스티어링은 회전거리가 길다. 깊은 물을 건널 수 있고, 인상적인 접근각, 돌파각, 이탈각을 과시했다.

따라서 거친 지형에서 더 예리하고 여유를 보이는 스포트는 실제로 꼬부랑 도로일수록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카이엔은 어떤가? 덩치, 무게, 높이에 비춰 카이엔의 코너링 자질은 실로 경이적이었다. 솔직히 놀라웠다. 가령 보통차의 조수석에 초보 운전자를 앉히고 코너를 고속으로 돌파한다고 하자. 요즘 가장 평범한 차라도 상당한 성능을 갖춰 섬뜩한 공포를 안겨준다. 한데 카이엔 조수석에 앉혀 전속으로 코너를 질주하면 깜짝 놀란다.

언더스티어의 기미조차 느낄 수 없을뿐더러 네바퀴굴림이 최고의 그립과 트랙션으로 네바퀴에 파워를 전달했고, 뒤 디퍼렌셜은 파워를 적절히 배분했다. 그러면 카이엔은 롤링과 보디동작을 가장 탄탄하게 억제하며 코너를 빠져나갔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SUV보다 뛰어났다. 그 기준에 따르면 스포트는 여기서 2위로 물러나야 했지만 그 격차가 아주 크지는 않았다. 보디동작이 더 크고 더 넓었을 뿐 아니라 회복이 더 느렸다. 카이엔과 똑같은 코너에 들어갔을 때도 스포트를 더 분주하게 조작해야 했다.

그대로 맡겨두면 언더스티어로 밀려나갔다. 한데 브레이크를 달래며 노즈에 무게를 실으면 멋지게 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디퍼렌셜이 연결될 때 액셀을 밟으면 자세를 바로잡고 코너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결국 포르쉐가 재미에서 한층 앞섰다. 극단적인 핸들링 머신으로 시골길을 폭주하는 재미를 보여줬다. 한데 그것만으로 대세를 돌려세울 수는 없었다.

포르쉐와 재규어 랜드로버의 또 다른 모델의 비교시승이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고객은 SUV를 스포츠카나 패밀리카로 쓰더라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 가운데 하나는 4×4의 목표를 한층 완전하게 담아냈다. 실제로 최대능력을 구사하는 고객은 극히 적지만 당연한 역할을 채워줬다. 그 격차는 아주 작았다. 여기 지극히 비범한 두 라이벌이 나왔기 때문이다.

글: 맷 프라이어(Matt Prior)

Range Rover Sport 5.0 Supercharged Autobiography Dynamic
0→시속 97km 가속: 5.0초
최고시속: 250km
복합연비: 7.8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98g/km
무게: 2310kg
엔진: V8, 4999cc, 슈퍼차저,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4WD
최고출력: 510마력/6000rpm
최대토크: 63.7kg·m/2500rpm
무게당 출력: 221마력/톤
리터당 출력: 102마력/L
변속기: 8단 자동
길이: 4850mm
너비: 1983mm
높이: 1780mm
휠베이스: 2923mm
연료탱크: 105L
주행가능거리: 764km
트렁크: 784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에어스프링, 액티브 안티롤바
              (뒤)멀티링크, 에어스프링, 액티브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80mm V 디스크
              (뒤)365mm V 디스크
휠: 9.5J×21in
타이어: 275/45 R21

Porsche Cayenne Turbo
0→시속 97km 가속: 4.7초(시속 100km)
최고시속: 278km
복합연비: 8.7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70g/km(복합)
무게: 2170kg
엔진: V8, 4806cc, 트윈터보,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4WD
최고출력: 500마력/6000rpm
최대토크: 71.3kg·m/2250~4500rpm
무게당 출력: 230마력/톤
리터당 출력: 104마력/L
변속기: 8단 자동
길이: 4846mm
너비: 1939mm
높이: 1702mm
휠베이스: 2895mm
연료탱크: 100L
주행가능거리: 653km
트렁크: 520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에어스프링, 안티롤바
             (뒤)멀티링크, 에어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90mm V 디스크
             (뒤)358mm V 디스크
휠: 8.5J×19in
타이어: 265/50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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