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더 뉴 E클래스, 수입 승용 디젤 시장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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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더 뉴 E클래스, 수입 승용 디젤 시장을 노린다
  • 안민희
  • 승인 2013.08.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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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실물과 다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E-클래스를 실제로 마주하고 내린 결론이다. 사진으로 먼저 신형 E-클래스를 봤을 때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날카로운 선으로 엮은 고전과 현대의 만남을 잊고, 패밀리 룩을 따라 우락부락하게 다듬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디자인은 전혀 달랐다. 매력적이다. 시승차는 조금 더 스포티한 외관을 자랑하는 아방가르드 모델이다.

한층 젊어진 감각이 넘친다. 패밀리 룩을 따르며 스포티한 감각을 덧씌웠다. 가장 큰 변화는 앞모습이다. 네 개의 눈으로 불리는 트윈 헤드램프를 하나로 합쳤지만 빛나는 선으로 나눠 전통은 유지했다. 범퍼는 공기흡입구를 강조하듯 팽팽히 면을 당겨 마무리했다. 옆을 감싸는 캐릭터 라인은 한층 간결해졌다. 테일램프를 향해 뻗어나가듯 시원하게 선을 그었다. 한편, 옛 모델 ‘폰톤’에서 따왔던 뒤 펜더를 크게 감싸는 캐릭터 라인은 사라졌다.

실내는 기존의 디자인을 유지하되 세밀하게 다듬었다. 에어컨 송풍구는 장식의 일부처럼 녹아들었고, 계기판 왼쪽을 차지하던 시계는 센터 페시아로 옮겨 달았다. 작고 네모난 아날로그시계지만 앞좌석에서 볼 땐 시인성이 좋다. 시승차의 실내는 검정색 바탕에 갈색 가죽 시트, 알루미늄 장식을 맞물렸다. 어두운 실내와 맞물려 그윽한 분위기를 잡아내는 갈색 시트는 착좌감이 상당히 편하다. 오랜 주행에도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시승차는 E220 CDI 아방가르드다.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7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40.8kg·m로 1,400~2,800rpm에서 발휘한다. 여유롭게 달린다면 대부분의 구간을 최대토크로 달리는 셈이다. 변속기는 7단 자동변속기다. 주행 성향에 맞게 버튼을 눌러 E(에코)와 S(스포트) 모드로 바꿀 수 있다.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 3사는 모두 명확한 주행 특성을 가지고 있다. 크기와 종류에 상관없이 어떤 모델이던 그 특성이 드러난다. BMW는 반응성의 즐거움, 아우디는 네바퀴굴림의 안정감을 자랑한다.

이에 맞서 벤츠는 여유로움에서 오는 편안함을 자랑한다. 주행 내내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모든 것은 편안함을 위해 설계되고 세팅된 것만 같았다. 가속 초반에는 rpm을 끌어 쓴다. 1단과 2단에서 속도를 올려붙이고 이후 빠르게 윗단으로 변속해간다. 스트레스 없이 초반 가속을 하고 빠르게 변속해 연비를 아끼는 전략이다. 가속 감각은 부드럽지만 속도가 빨리 붙는다. 반응성 또한 좋다. 한 박자 쉬고 반응하는 것보다는 즉답적이지만 매끄럽게 반응하는 유형이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중립적이다. 예측한 대로 움직이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날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매우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오버스티어가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순식간에 차체를 바로 잡는다. 변속 모드를 스포트로 바꿨다. 변속을 미루고 엔진을 빨갛게 달궈 쓴다. 가속의 감각이 달라졌다. 커다란 토크를 앞세워 시원하게 달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4초 만에 가속한다. 속도를 높여 탄력 주행을 하기에 딱 알맞다.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절하는 기능은 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느 속도에서도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삼키고, 탄탄한 주행감각만 남긴다. 속도를 높이니 낮은 속도에서는 제법 들리던 엔진음이 잠잠해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들릴지언정 크지 않다. 속도를 한껏 올려도 불안함을 찾긴 힘들었다. 정속주행을 하면 시속 110km에서 변속기는 7단을 물고, 엔진은 1,600rpm으로 회전한다. 이대로 한참을 주행했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앞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크게 늘었다. 연료를 3/4 가까이 썼는데도 500km는 남았다. 복합 연비는 16.3km/L으로 공차중량 1,780kg를 염두에 둔다면 상당히 높다.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의 키는 180cm. 편하게 등을 완전히 붙이고 앉으려니 어느새 정자세가 됐다. 다리 공간은 적당하지만 크게 여유롭지는 않다. E-클래스의 휠베이스는 2,875mm다. 이는 독일제 프리미엄 라이벌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짧다. 이 부분이 아쉽다. 정자세로 앉아 이동하면서 안락함을 찾기는 어려웠다.

주행의 질을 높여줄 다양한 안전장비도 달린다. 운전자의 졸음운전 및 집중력 저하를 막기 위한 주의기능은 시속 60~200km 사이로 작동 범위가 넓어졌다. 또한 자동 주차 어시스트 기능은 직각 자동 주차 기능까지 추가해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장비는 분위기 잡기에 좋은 앰비언트 라이트, 열선 스티어링, 뒷좌석 열선 기능 등이 있다. 단 아쉬운 점은 통풍 시트가 없다는 것과 세분화된 주행 성향 변경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이코노믹과 스포트로만 나누기에는 주행의 즐거움이 너무 크다.

또한 커맨드 시스템과 연결된 내비게이션은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커맨드 시스템과 맞물려 잘 작동하지 않았다. 주행 중 내비게이션 기능을 껐을 경우에는, 정차 후 다시 시동을 켤 때까지 내비게이션은 종료 중 화면만 계속 띄웠다. 국산 내비게이션을 달아 이용자 편의를 증대시키려 한 노력은 보이지만, 내비게이션의 인터페이스 및 커맨드 연결성이 아쉬움을 남겼다.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다. 벤츠의 편안함, 매력적인 디자인과 디젤 엔진의 고연비라는 메리트까지. E220 CDI는 그간 라이벌 모델, 정확히 BMW 520d가 차지했던 수입 승용 디젤 세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경쟁이 될 것 같다.

글: 안민희 기자

MERCEDES-BENZ E220 CDI AVANTGARDE
가격: 6천230만원
크기: 4880×1855×1470mm
엔진: 직렬 4기통, 2143cc, 디젤
0→시속 100km 가속: 8.4초
최고시속: 227km
최고출력: 170마력/3000~4200rpm
최대토크: 40.8kg·m/1400~2800rpm
복합연비: 16.3km/L
CO₂ 배출량: 120g/km
변속기: 7단 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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