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가 자동차는 타임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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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가 자동차는 타임머신이다
  • 안민희
  • 승인 2013.07.29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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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1일까지 가장 비싼 차의 맨 꼭대기에는 페라리가 자리해왔다. 순수한 경주차를 그대로 도로에 옮겨온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F1의 현자, 위대한 장인 '후안 마뉴엘 판지오'가 몰고 우승을 거둔 벤츠가 2013년 7월 12일부터 세계 최고가 자동차의 자리에 올랐다.

이 차는 벤츠의 1954년 F1 그랑프리 경주용 차다. 이것만으로도 이 차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벤츠가 F1을 나가기 위해 만든 순수한 경주차이며, 현재 10대중 9대의 차는 벤츠가 가지고 있거나 또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차는 단 이 한 대 뿐이다.

하지만 이 차를 더욱 빛나게 하는 귀중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 차는 F1의 위대한 현자, 후안 마뉴엘 판지오가 타고 승리를 거둔 차다. “판지오..” 그의 이름을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는 정녕 위대한 레이서였다. 1950년대 자동차 경주를 지배한 서킷의 현자였다.

1950년 등장, 1958년 은퇴 선언을 할 때까지 F1의 월드 챔피언을 5번이나 따냈다. 지금껏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선수는 F1 월드 챔피언 7회를 기록한, ‘황제’ 미하일 슈마허를 빼고는 전무하다. 하지만 시대가 다르다. 속도는 빨랐고, 위험은 그보다 더 심각했다. 그 시대에 거둔 월드 챔피언이란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1954년 메르세데스-벤츠로 이적, 이 차를 탔다. 그리고 그는 이 차로 더블 월드 챔피언에 오른다. 이후 그는 메르세데스로 트리플 월드 챔피언을 기록했다. 그는 은퇴 후에도 그의 레이스 인생 최고의 차를 메르세데스-벤츠로 꼽았다.

이 차의 경매가는 한화로 약 355억 원이다. 자동차 한 대에 30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은 비현실적으로 비춰질지 모른다. 호사가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를 샀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는 다르다. 이 차는 단지 비싼차로만 볼 수 없는 의미를 안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걸출한 레이서 중 한 명이, 이 차를 몰고 값진 승리를 거뒀다. 그 시트에 앉아 달리며 그가 느꼈던 감각을 느끼고 싶다. 무거운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빡빡한 페달을 밟으며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면 어느새 1950년대의 거친 F1 그랑프리 무대에 도착할 것이다. 355억 원?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값이지만, 시간을 넘나드는 타임머신의 값으로는 어떨까 싶다. 60년 정도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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