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맨은 첫선을 보인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능적으로 좌표를 설정했고, 그렇게 한 포르쉐는 용감하다. 몇 달 전 우리는 카이맨과 맞세울 두 라이벌을 점찍었다. 당시 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한번 맞붙여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포르쉐가 일을 망칠 가능성이 있었다. 부어오른 카이맨 혹은 스티어링 반응이 뒷걸음쳐 스포츠카로는 역부족인 무엇이 나올 수도 있었다.
로터스의 경우 그건 분명했다. 그 차가 파로에 도착했을 때 드라이버의 얼굴을 일그러뜨린 피로의 기색이 많은 것을 알려줬다. 그는 로터스를 몰고 2,400km를 달렸다. 좌석은 뒤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창문은 제대로 밀봉되지 않았고, 와이퍼는 윈드실드에 완전히 달라붙지 않았다. 게다가 290km마다 주유소를 들락거리느라 심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엑시즈가 인근 산길에 들어갔을 때의 거동으로만 심판하기로 했다.
영국 BMW에는 M3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시승차는 독일 뮌헨의 BMW 본사에서 달려왔다. 따라서 불행히도 어쩔 수 없이 겨울 타이어를 신고 와야 했다. 이 시기에 바이에른 지방의 고약한 날씨 탓이었다. 만일 휠이 영양실조에 걸려 보인다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18인치 휠에 딱 벌어진 타이어를 신겼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환골탈태한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 블랙 시리즈는 건장한 스포츠 쿠페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게다가 산길로 올라갈 때 그럴 수 없이 편안한 동반자였다. 나는 여전히 수동박스가 마음에 들었다. 한데 S 고객 대다수는 2 페달 버전을 고를 터. 그 까닭을 알고 남을 만큼 좋았다. 우리가 시승한 카이맨에는 그밖에도 옵션이 있었다. 이런 차에는 어지간한 옵션이 따르게 마련. 그중 일부는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부는 이 차의 역동적 성격을 크게 바꿔 일일이 지적할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기본형을 시험한 뒤 벌써 5만 파운드(약 8천200만원) 중반을 넘어선 찻값을 더 보탤 필요가 있을까 주저하기 쉽다. 하지만 품위 있는 실내를 북돋우고, 최신 포르쉐 스타일과 감각에 안락성을 더한다. 영국 런던에서 포르투갈 파로까지 달릴 때 로터스보다 훨씬 좋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밤에는 실내가 어둡다는 것 못지않게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여기서 엑시즈 S를 약간 깎아내려야만 했다.
슈퍼차저 V6의 출력은 350마력. 포르쉐는 구형보다 약간 가볍지만 324마력에 1,350kg. 그런 항목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밖에는 카이맨이 동급의 모든 라이벌을 짓밟고 만다는 불가피한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MW는? 세상에 나온 뒤 실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실내는 즐겁다. 여기서 4명을 앉힐 수 있는 유일한 모델. 그래서 확실히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심지어 뒷좌석도 분할 접이식이다.
우리 카이맨의 옵션인 스포츠 배기관(내가 아까 말했나? 이건 1천473파운드(약 240만원)의 웃돈이 붙는다)을 달았을 때 도로소음, 그리고 바람소리가 좀 더 크다. 장거리 여행에는 좀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그들만을 따질 때 저울대는 M3으로 살짝 기울었다. 한데 지금 나는 현미경을 들이대고 시시콜콜 따지고 있는 셈이다. 장거리 여행을 한 뒤에도 카이맨이 더 힘들지 않았다.
기본을 갖췄지만 정확성과 자신감이 없어 허물어졌다. 아쉬웠다. 조금 전만해도 이런 도로에서 M3이 얼마나 상큼하게 달릴까를 상상했기 때문이다. 시야가 좋은 2, 3단 코너와 수많은 단거리 직선코스에 급제동과 급가속 기회가 수두룩했다. 그리고 투박한 타이어(모두 235/40R18)에도 이날 많은 즐거움을 안겨줬다. 엔진은 기꺼이 회전대를 타고 올랐고, 앞 엔진 뒷바퀴굴림의 긴 차체는 신뢰성과 밸런스를 타고 났다.
게다가 빨랐다. 라이벌 중 직선 가속과 제동이 가장 빨랐다. 의문의 여지없이. 로터스에 따르면 0→시속 96.5km 가속에 4.0초 미만. M3의 4.6초와 포르쉐(스포트 크로노를 갖춘)의 4.7초와 좋은 대조를 이뤘다. 한데 쉬지 않고 긴박하게 몰아붙였을 때 실제로 그 간격은 더 큰 느낌을 줬다. 수동 6단의 변속기가 더 좋지 않다니 안타까웠다.
하지만 슬라이딩을 먼저 경고하는 쪽은 가벼운 앞 타이어. 브레이크를 슬쩍 밟으며 노즈를 코너에 집어넣으면 로터스는 기꺼이 중립으로 들어갔다. 한데 제한슬립 디퍼렌셜이 없어 테일 슬라이드의 재미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허세를 부리기에는 핸들링이 너무 숙성했고, 멍청한 스키드를 시도하기에는 너무 정확하고 예리했다. 나는 그걸 사랑했다.
사실 어찌 보면 스티어링은 약간 지나치게 정제됐다. 아마 파워 스티어링의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 엑시즈 S 다음으로 감각이 부족했다. 확실히 카이맨을 몰고 멀리 가면 갈수록 스티어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요컨대 카이맨은 어느 모로나 지극히 인상적이었다. 그 자태와 신뢰성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직관적인 도구였다.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정지가속 숫자보다는 느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빨리 달릴 때도 유달리 힘들지 않으면서 지극히 보람이 큰 차였다. 세련되고 찬란한 빛으로 갈고 다듬은 스포츠카였다. 한데 배기음, 엔진 반응과 고무적인 섀시 덕분에 지극히 감성적이었다.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갖춰 기꺼이 테일 슬라이드를 자랑했다. 그마저 예측가능하고 절도가 있었다. 궁극적으로 로터스만큼 전적으로 살갑게 다가올 수 있을까? 이 도로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간발의 차이로.
카이맨은 그 모두였다.
글: 맷 프라이어(Matt Prior)
Porsche Cayman S
0→시속 100km: 4.7초
최고시속: 282km
복합연비: 12.5km/L(복합연비)
CO₂ 배출량: 188g/km
무게: 1350kg
엔진: 6기통 수평대향, 3436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RWD
최고출력: 325마력/7400rpm
최대토크: 37.7kg·m/4500~5800rpm
무게당 출력: 240마력/톤
리터당 출력: 94마력/L
압축비: 12.5:1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380mm
너비: 1978mm
높이: 1295mm
휠베이스: 2475mm
연료탱크: 64L
주행가능거리: 800km
트렁크: (앞)150L, (뒤)162L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맥퍼슨 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30mm V 디스크
(뒤)299mm V형 디스크
휠: (앞)8J×20in
(뒤)9.5J×20in
타이어: (앞)235/40 ZR20
(뒤)265/35 ZR20
Lotus Exige S
0→시속 100km: 3.8초(시속 97km시)
최고시속: 274km
복합연비: 9.9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36g/km
무게: 1176kg
엔진: V6, 3456cc, 슈퍼차저,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RWD
최고출력: 350마력/7000rpm
최대토크: 40.8kg·m/4500rpm
무게당 출력: 297마력/톤
리터당 출력: 101마력/L
압축비: 10.0:1
변속기: 6단 수동
길이: 4052mm
너비: 1802mm
높이: 1153mm
휠베이스: 2370mm
연료탱크: 40L
주행가능거리: 396km
트렁크: 98L
서스펜션: (앞)더블 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더블 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50mm V 디스크
(뒤)332mm V 디스크
휠: (앞)7.5J×17in
(뒤)9.5J×18in
타이어: (앞)205/45 ZR17
(뒤)265/35 ZR18
BMW M3
0→시속 100km: 4.6초
최고시속: 250km(제한)
복합연비: 8.4km/L
CO₂ 배출량: 285g/km
무게: 1675kg
엔진: V8, 3999cc,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420마력/8300rpm
최대토크: 40.8kg·m/3900rpm
리터당 출력: 250마력/톤
무게당 출력: 105마력/L
압축비: 12.0:1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615mm
너비: 1976mm
높이: 1424mm
휠베이스: 2761mm
연료탱크: 63L
주행가능거리: 528km
트렁크: 430L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멀티링크,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60mm V 디스크
(뒤)350mm V 디스크
휠: 8J×18in(겨울용)
타이어: 235/40 ZR18(겨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