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는 지난 4월의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F-타입을 보고 마음을 뺏겼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F-타입을 시승하러 가는 길에 비행기 몇 번쯤 갈아타는 일은 대수가 아닐 터이다. 파리를 거쳐 버밍햄 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 공항에 도착한 때는 5월 4일 토요일 아침이었다. 여기서 바로 F-타입의 키를 건네받고 나바라 서킷(Navarra circuit)까지 달리는 것으로 일정은 시작되었다.
마치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처럼. 롱 노즈 숏 데크의 보디는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비례에 충실하면서도 콤팩트하게 다듬었다. 보닛에서 이어지는 유려하면서도 날카로운 사이드라인은 C, D, E타입의 헤리티지를 잇는 중요한 실루엣이다. 스페인의 뜨거운 햇살 아래 반짝이는 그 간결함과 디테일의 텐션이 매우 농밀하게 다가왔다.
달리다가 리어 미러로 흘깃 그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움찔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전체를 보면 우아하다는 데 F-타입의 미적 감각이 있다. 공기역학적 균형을 위한 리어 스포일러는 시속 100km가 넘으면 올라왔다가 시속 60km 이하가 되면 내려간다. XF에서 시작된 재규어의 새로운 인테리어는 다시금 신선한 변화를 거쳤다. 대시 패널 상단에서 솟아나는 팝업식 송풍구는 실내 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적 장치다.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위쪽이 시프트 다운, 아래쪽이 시프트 업인 것은 BMW와 같은 방식이다.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다. 위는 하늘이므로 양이다. 당연히 +가 되어야 하고, 아래는 음이므로 -가 되어야 한다. 주역에 따르자면 그렇다. 이런 경우 패들 시프트를 위주로 사용한다. 1+1이라고 하지만 동반석의 공간이 작은 것은 아니다. 레그룸은 여유가 있어 글러브박스를 열어도 무릎에 걸리지 않는다.
네 바퀴 모두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받쳐주는 섀시는 경쾌하면서도 견고하다. 서킷으로 가는 동안의 노면은 약간 거칠었지만 F-타입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이성적인 승차감을 유지하며 어떤 노면이라도 즐긴다는 듯이 뛰쳐나갔다. 그립의 안정감이 기대 이상이어서 오히려 속도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았다.
코너 인식기능(Coner Recognition)은 코너에 진입한 것을 탐지하고 출구로 나갈 때까지 기어를 지킨다. 추월상황에서도 이어지는 코너에 대처하기 위해 저속 기어를 유지한다. 나바라 서킷에 도착했다. FIA GT 시리즈 등이 열리는 서킷으로 급격한 헤어핀 코너 등 만만치 않은 코스다. 여기서는 F-타입 S를 탄다. 헬멧을 쓰고 택시 드라이브로 2랩을 돌고 서킷을 익힌 다음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 옆에서 가속과 브레이킹 포인트, 코너에서는 3단을 유지하라는 등 기어 단수를 코치한다.
서킷 주행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 다시 F-타입 S를 탈 수 있었다. 일반도로에서 기본형과 차이를 느껴보라는 배려다. F-타입 S는 40마력이 높은 380마력으로 0→시속 100km 가속 4.9초로 0.4초 빠르다. 그리고 S부터는 액티브 배기시스템을 단 것이 차이점이다. 급가속 때 후방의 바이패스 밸브를 열어 배기음을 한층 풍부한 고음으로 올려준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바이패스 밸브를 항상 열어두어 이 배기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론치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S부터.
다음날 아침, F-타입 V8을 탄다. 마지막 일정이다. V6 S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은 같다. 한 가지 뚜렷한 차이는 양쪽 사이드로 2개씩 배치한 머플러. 뒤에서 보면 존재감의 차이가 뚜렷하게 와 닿는다. 국내 판매 예상가격은 1억6천만원이다. V8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특히 브레이크를 밟아 붉은 등이 들어올 때 포효하는 재규어의 얼굴이 나타난다.
V8은 한층 묵직한 느낌으로 가속이 좀 더 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오르막 코너에서 확실히 밀어주는 힘이 좋다. 브레이크는 강력하고 부드럽게 원하는 지점 앞에 원하는 만큼의 속도로 줄여준다. 다시 속도를 올릴 때 이 연결감이 빠르다. 이게 V8을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루프를 연다.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고도 루프를 열고 닫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F-타입은 강력한 속도를 낼 때도 그렇지만 천천히 달릴 때도 모터링의 미학을 드러내는 차. F-타입에 매료되는 것은 세팅된 기계에 의존하는 느낌보다 직접 차를 컨트롤해나가는 드라이빙 감각에 있다. 그러면서도 매우 안정적이고 플랫한 승차감을 유지한다. 단지 과거의 명성에 기대는 게 아니라 그 명성을 뛰어넘어나가는 브랜드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F-타입은 그것을 보여주는 눈부신 성과물이다.
글: 최주식
F-TYPE V6
가격: 1억400만원
크기: 4470×1923×1296mm
휠베이스: 2622mm
엔진: V6 DOHC, 2995cc, 슈퍼차저
최고출력: 340마력/6500rpm
최대토크: 45.9kg·m/3600~5000rpm
0→시속 100km 가속: 5.3초
최고시속: 260km
변속기: 자동 8단
서스펜션: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모두 V 디스크
타이어(앞, 뒤): 245/45 R18, 275/45 R18
F-TYPE V6 S
가격: 1억2천만원
크기: 4470×1923×1296mm
휠베이스: 2622mm
엔진: V6 DOHC, 2995cc, 슈퍼차저
최고출력: 380마력/6500rpm
최대토크: 46.9kg·m/3500~5000rpm
0→시속 100km 가속: 4.9초
최고시속: 275km
변속기: 자동 8단
서스펜션: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모두 V 디스크
타이어(앞, 뒤): 245/45 R19, 275/35 R19
F-TYPE V8 S
가격: 1억6천만원
크기: 4470×1923×1319mm
휠베이스: 2622mm
엔진: V8 DOHC, 5000cc, 슈퍼차저
최고출력: 495마력/6500rpm
최대토크: 63.8kg·m/2500~5500rpm
0→시속 100km 가속: 4.3초
최고시속: 300km
변속기: 자동 8단
서스펜션: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모두 V 디스크
타이어(앞, 뒤): 255/35 R20, 295/30 R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