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 유로는 혼다의 인터내셔널 디자인팀에 의해 탄생되었다. 그런데 이 차의 탄생 과정에서 혼다는 상당히 어려운 결정들을 했다. 일단 유로 시빅은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미국형이나 일본형과는 완전히 다른 만큼 외피(판금 형태)가 다르고, 리어 서스펜션과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차별화를 두었다.
또한 2011년 3월 지진해일의 여파로, 당시 일본 도치기에 있는 혼다 R&D센터의 유러피언 시빅 디자이너들은 생산 공장이 있는 영국 스윈던으로 옮겨가면서까지 차의 개발을 늦추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쓰나미에 이어 부품 공급기지의 하나인 태국의 침수로 인해 생산 일정을 맞추지는 못했다. 이렇게 우여곡절도 컸지만 혼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차라는 의미를 가진 차다.
그러면서 다른 차종에 사용했던 아이템들도 적절히 수용했다. 예를 들어 리어 서스펜션에 콤팩트 토션 빔을 유지하면서 유러피언 강성은 더 높였다. 또 혼다의 재즈나 피트처럼 연료탱크를 차의 중앙(앞좌석 아래)에 배치했다. 이에 따라 배기 매니폴드 이후 미드 파이프의 레이아웃도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의 센터 터널은 사라진 대신 미드 머플러와 파이프라인이 조수석 아래의 바깥쪽을 타고 돌아간다.
도어트림까지 연결되며 다분히 입체적인 레이아웃을 가진 대시보드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계기판은 멀티플렉스 미터(디지털 속도계와 트립컴퓨터가 보이는 모니터)를 더 멀리 전방에 배치하고, 운전자와 가까운 후방에는 수온계, 타코미터, 연료계의 아날로그 트리플미터의 2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쪽으로 크게 기울이면서 버튼류의 배치도 매우 심플하게 처리했다.
엔진은 현재 1.4, 1.8, 2.0L의 휘발유와 2.2L 디젤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한국에는 5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룬 1.8L 가솔린 엔진(혼다 R18시리즈) 버전이 들어왔다. 국내 수입된 엔진의 배기량이나 성격이 아주 파워풀한 것은 아니지만, 토크밴드가 비교적 넓고 가감속 반응이 매끄럽다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또한 NVH 성능을 한층 높인 것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핸들링 반응은 스티어링 인풋 대비 실질적인 아웃풋 모션의 결과가 아주 빠르게 나타난다. 또한 코너를 돌아나가는 동안 차의 방향전환이 꼬리뼈를 통해 잘 전달된다. 사람에 따라 이 느낌이 좋게 또는 나쁘게 느낄 수도 있는데, 피드백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나쁘지 않다고 판단된다. 다만 직진 주행에서의 스티어링의 센터감은 약간 부족하다. 주행 중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으면 노면의 구배와 거의 상관없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감이 있다.
시빅 유로는 전체적으로 자신의 포지션에 매우 충실하면서도 디테일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변화의 시기마다 그런 스스로의 노력을 잘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혼다의 장점이기도 하다.
가격: 3천150만원
크기: 4300×1770×1475mm
휠베이스: 2605mm
중량: 1345kg
엔진: 직렬 4기통, 1798, 휘발유
최고출력: 141마력/6500rpm
최대토크: 17.7kg⋅m/4300rpm
연비: 13.2km/L
변속기: 자동 5단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05/55 R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