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시빅 유로, 달라진 외피만큼 탄탄해진 주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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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빅 유로, 달라진 외피만큼 탄탄해진 주행감
  • 김태천
  • 승인 2013.03.1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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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된 시빅 유로는 이름 그대로 유럽시장을 대상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5도어 해치백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이 차는 디자인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외형에서 풍기는 기본적인 느낌과 형태는 이전 모델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흔적이 남아 있지만,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던 8세대에 비해 지금의 디자인이 훨씬 정갈하게 다듬어졌다고 하겠다.

시빅 유로는 혼다의 인터내셔널 디자인팀에 의해 탄생되었다. 그런데 이 차의 탄생 과정에서 혼다는 상당히 어려운 결정들을 했다. 일단 유로 시빅은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미국형이나 일본형과는 완전히 다른 만큼 외피(판금 형태)가 다르고, 리어 서스펜션과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차별화를 두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플랫폼에 관한 부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혼다는 시빅의 플랫폼을 매우 다양한 차종에 공용해왔는데, 시빅 유로는 사이즈가 큰 2.2L 디젤 엔진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해 프론트 프레임 레일을 일반적인 시빅의 플랫폼보다 더 키웠다. 단순한 모델 베리에이션이라기보다는 플랫폼 하나가 더 만들어진 셈이며, 결과적으로 큰 비용이 들어간 결정이었다.

또한 2011년 3월 지진해일의 여파로, 당시 일본 도치기에 있는 혼다 R&D센터의 유러피언 시빅 디자이너들은 생산 공장이 있는 영국 스윈던으로 옮겨가면서까지 차의 개발을 늦추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쓰나미에 이어 부품 공급기지의 하나인 태국의 침수로 인해 생산 일정을 맞추지는 못했다. 이렇게 우여곡절도 컸지만 혼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차라는 의미를 가진 차다.

일단 0.27이라는 공기저항계수, 전체적인 모양과 디테일 등에서 최근 혼다가 공기역학적으로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스탠스에서는 다운사이징을 십분 고려했다. 구형에 비해 휠베이스가 30mm 정도 짧아졌는데도 실내공간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또 다른 핵심.

그러면서 다른 차종에 사용했던 아이템들도 적절히 수용했다. 예를 들어 리어 서스펜션에 콤팩트 토션 빔을 유지하면서 유러피언 강성은 더 높였다. 또 혼다의 재즈나 피트처럼 연료탱크를 차의 중앙(앞좌석 아래)에 배치했다. 이에 따라 배기 매니폴드 이후 미드 파이프의 레이아웃도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의 센터 터널은 사라진 대신 미드 머플러와 파이프라인이 조수석 아래의 바깥쪽을 타고 돌아간다.

더불어 뒤쪽 플로어에 생긴 여유를 이용해 매직 시트(뒷좌석 등받이를 레버 하나로 손쉽게 접을 수 있고, 숨겨진 팁업(Tip-up) 기능으로 방석 부분을 들어 올리면 등받이에 딱 붙게 수직으로 세워져 애완견과 동승하거나 부피가 큰 화물의 적재가 용이한 공간을 형성)라는 아주 특별한 공간 구성이 가능했고, 트렁크 용량도 470L나 된다. 특히 이처럼 혁신적인 공간 구성은 유럽시장의 요구에 따라 마련된 것이라고 한다.

도어트림까지 연결되며 다분히 입체적인 레이아웃을 가진 대시보드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계기판은 멀티플렉스 미터(디지털 속도계와 트립컴퓨터가 보이는 모니터)를 더 멀리 전방에 배치하고, 운전자와 가까운 후방에는 수온계, 타코미터, 연료계의 아날로그 트리플미터의 2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쪽으로 크게 기울이면서 버튼류의 배치도 매우 심플하게 처리했다.

달리는 동안 전방 멀티플렉스 미터의 디지털 속도계 좌우의 컬러바는 주행 상황에 따라 컬러를 바꾼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가속상황에서는 푸른색을 띄다가 정속 주행으로 연비가 좋아지면 녹색으로 바뀌는 식으로. 또 계기판 왼쪽에 있는 ‘ECON’ 버튼을 누르면 엔진, 변속기, 에어컨 등을 자동으로 연비에 최적화시켜 컨트롤되어 연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엔진은 현재 1.4, 1.8, 2.0L의 휘발유와 2.2L 디젤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한국에는 5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룬 1.8L 가솔린 엔진(혼다 R18시리즈) 버전이 들어왔다. 국내 수입된 엔진의 배기량이나 성격이 아주 파워풀한 것은 아니지만, 토크밴드가 비교적 넓고 가감속 반응이 매끄럽다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또한 NVH 성능을 한층 높인 것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2단에서 최대 시속 120km에 도달하는 것을 보면 기어비의 보폭이 넓은 편이다. 아무래도 시대적인 흐름이 연비 중심인 만큼 가속력보다는 크루징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R18 엔진들의 특성상 VTEC의 고회전영역이 4,800rpm부터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4단부터는 3,000~4,800rpm까지의 도달, 그러니까 이 중간 부근의 속도 상승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디게 느껴진다.

핸들링 반응은 스티어링 인풋 대비 실질적인 아웃풋 모션의 결과가 아주 빠르게 나타난다. 또한 코너를 돌아나가는 동안 차의 방향전환이 꼬리뼈를 통해 잘 전달된다. 사람에 따라 이 느낌이 좋게 또는 나쁘게 느낄 수도 있는데, 피드백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나쁘지 않다고 판단된다. 다만 직진 주행에서의 스티어링의 센터감은 약간 부족하다. 주행 중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으면 노면의 구배와 거의 상관없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감이 있다.

라이드 퀄리티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속에서 약간 거친 노면을 통과할 때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도로와 고속도로에서는 범프와 리범프의 연결 동작들이나 미시적인 움직임에서 아주 세련되고 모던한 감각이다.

시빅 유로는 전체적으로 자신의 포지션에 매우 충실하면서도 디테일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변화의 시기마다 그런 스스로의 노력을 잘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혼다의 장점이기도 하다.

Honda Civic Euro 1.8
가격: 3천150만원
크기: 4300×1770×1475mm
휠베이스: 2605mm
중량: 1345kg
엔진: 직렬 4기통, 1798, 휘발유
최고출력: 141마력/6500rpm
최대토크: 17.7kg⋅m/4300rpm
연비: 13.2km/L
변속기: 자동 5단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05/55 R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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