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파일럿, 당당한 체형과 매력적인 라이드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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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파일럿, 당당한 체형과 매력적인 라이드 퀄리티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1.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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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처음 선보인 혼다 파일럿은 원래 미국시장을 겨냥해 만든 7인승 대형 크로스오버 SUV였다. 일본과 호주에 이어 서서히 중동, 러시아, 동남아까지 판매 영역을 계속 넓혀 오다가 최근에는 한국시장까지 진출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시장의 분위기를 봤을 때 조금 늦은 감이 있고, 더욱이 휘발유 엔진을 적용한 모델밖에 없다는 점에서 판매량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순수하게 혼다 파일럿의 성능이나 기능 자체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는 않다. 우선 개성이 부족했던 1세대 파일럿에 비해 2세대에서는 스타일링에서 크게 차별화되었다. 대담하게 다듬은 보디라인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앞모습과 옆모습이다. 특히 B필러를 블랙으로 처리하면서 A필러와 C필러 사이의 측면 유리창이 아주 길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볼드한 이미지는 은근히 허머와 닮은 구석도 있다.

 
   
 
 
 
물론 전체적인 실루엣을 보면 파일럿만의 개성은 있다. 예를 들어 A필러의 연장선이 지면과 만나는 지점이 차의 앞부분과 거의 일치하는데, 그만큼 엔진이 있는 앞부분이 짧다. 엔진룸 길이가 짧다는 것은 차의 총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내공간이 크다는 얘기다. 파일럿의 외형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아주 큰 차로 인식된다. 물론 이런 인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보는 이들로부터 외형적으로 대담한 볼륨감을 준다는 것은 장점이겠지만, 운전하면서 시각적으로 가려지는 부분이 그만큼 커지면서 여기서 갖는
부담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차 문을 열고 차안으로 들어설 때 문턱이 예상보다는 높지 않다. 그래도 운전석에 앉아 전방을 내다보면 각진 상태로 올라와 있는 좌우 모서리가 아무래도 차폭에 대한 부담감으로 존재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크게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지만, 수납공간의 구성이나 시트 변화 방식을 보면 매우 지능적이고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센터콘솔을 보면 앞쪽과 뒤쪽(팔걸이 겸용, USB 아이팟 연결 단자 내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앞쪽의 콘솔은 필요에 따라 열림이 3단계로 구분되며 컵홀더도 내장되어 있다. 버튼이나 스위치, 또는 레버의 경우 운전자에게서 가장 가깝고 편리한 위치에 있고, 굳이 설명서 없이도 ‘이런 기능은 여기 있겠지!’하는 곳에 여지없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의 인지 능력을 많이 고려했다는 느낌이다.

2열 시트의 경우 시트 등받이만 숙이는 레버가 어깨 부근에, 슬라이딩까지 한 번에 이루어지는 레버 옆구리에 위치한다. 3열 탑승자가 타고 내리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3열은 트렁크로 만들었다가 시트로 만들기 쉽다. 트렁크에서 시트 잠금장치의 해제와 동시에 끌어 올리거나 등받이를 다시 접을 때도 이 레버 하나면 된다. 조작 방법에서 상당히 합리적인 방안이다. 다만 3열 등받이를 바닥에 접어 넣었을 때 뒤쪽이 높고, 앞쪽은 높게 바닥이 약간 기울어져 있다는 건 약간 아쉽다. 대신 트렁크 바닥에 마련된 수납공간은 이리저리돌아다닐 수 있는 물건들을 잘 보관할 수 있게 처리되어 있다.

무엇보다 파일럿을 타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라이드 퀄리티였다. 이는 단순히 승차감이 말랑말랑하게 부드럽다는 뜻만은 아니다. 굴곡이 많은 커브에서 차가 쉽게 휘청거리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거동이 편하다는 의미다. 서스펜션이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게 해석된다. 혼다는 언제나 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에 매우 충실했다. 라이드 & 핸들링에서 최대한 중립적인 성향을 지니려는 노력에는 덩치가 큰 파일럿의 입장을 고려해 서스펜션 세팅 역시 그 수준에 어울리게 설정되어 있는 셈이다.

이 차의 파워트레인은 혼다가 자랑하는 3.5L i-VTEC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엔진(J35Z4 타입)과 5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VTM-4®(Variable Torque Management® 4-wheel drive system)이라는 완전 자동 네바퀴굴림장치로 조합되어 있다. 크기로 짐작할 수 있듯이 ‘공차중량만 2톤이 넘는 차에 3.5L 257마력의 휘발유 엔진으로 넉넉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운전하는 동안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힘이 넘칠 정도는 아니고 초반부터 고속까지 아주 고성능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적합한 수준이다.

엔진의 기본 특성은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고회전 영역에 설정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용영역인 저회전에서의 효율도 괜찮은 셈이다. 오늘날 8단까지 올라간 다른 변속기에 비해 전체적인 토크감을 고려했을 때 현재 적용된 5단 자동변속기와의 매칭도 나쁘지는 않다. 실제로 어느 영역이든 가속이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시간이 조금 소요될 뿐 고속, 고회전 영역도 마찬가지다. 최고시속이 180km라고 되어 있는 것은 일종의 책임감이 포함된 부분일 수 있다. 누군가 ‘SUV는 빨리 달리면 안 되는 차’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적어도 속도에 대한 책임감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자세다.

곳곳에 쌓인 눈들이 얼음으로 바뀐 곳을 찾아다니며 VTM-4라는 네바퀴굴림 장치의 성능도 시험해봤다. 왼쪽은 빙판, 오른쪽은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언덕길에서 가속 페달을 빨리 밟으면 왼쪽의 타이어가 슬립하면서 전진하지 못하지만, 가속 페달을 천천히 밟아주면 별 무리 없이 차가 전진한다. 네바퀴에 전달되는 토크를 지능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VTM-4에는 힐 어시스트 컨트롤 시스템과 리어 디퍼렌셜 잠금 기능도 있다. 어떤 4WD 시스템이든 디퍼렌셜 록을 선택했을 경우 차마다 브레이킹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 타이트 코너 브레이킹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파일럿은 1단과 2단, 후진 기어에서만 작동하며 기본적으로 저속 운행만을 요구한다. 오프로딩이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험로 탈출을 위한 기본 이상의 자격요건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한가로운 외곽지역에 살지 않는 이상,도심 운행 구간이 많을수록 무게만큼이나 연료비로 써야 하는 비용이 크다는 것은 한국적인 현실에서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글: 김태천, 사진: 김동균 기자

HONDA PILOT 3.5
가격: 4천890만원
크기: 4875×1995×1840mm
휠베이스: 2775mm
무게: 2080kg
엔진: V6, 3471cc, 휘발유
최고출력: 257마력/5700rpm
최대토크: 35.4kg‧m/4800rpm
복합연비: 8.2km/L
CO2 배출량: 217g/km
변속기: 5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 / 디스크
타이어: 235/60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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