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007 스카이폴 - 애스턴 마틴 D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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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007 스카이폴 - 애스턴 마틴 DB5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2.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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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 지붕 위에서 두 남자가 싸운다. 서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한 남자는 무언가를 갖고 도망치는 중이고 다른 남자는 그가 갖고 있는 것을 빼앗으려 추격한다. 두 남자의 격한 싸움은 급기야 기차 지붕을 뜯어내기에까지 이르고 지붕에서 객실로 떨어진 남자는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벌떡 일어서더니 멋진 수트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곧바로 추격전에 들어간다. 아아, 멋지다. 그렇다. 그는 바로 본드. 제임스 본드. 살인면허 00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요원 중 넘버 7을 달고 있는 007 제임스 본드.

그런데 이게 웬일? 영화가 시작되고 화려한 오프닝 시퀀스가 눈과 마음을 앗아가더니 곧바로 타앙, 총소리와 함께 제임스 본드는 아득한 절벽 아래 물속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던 M의 얼굴이 굳어진다. MI6 사상 최대의 위기, M을 위협하는 최강의 적 실바, 그리고 사망으로 추정되는 007. 이런, 이 난국을 누가, 어떻게 헤쳐 갈까? 007이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시리즈물. 그동안 숀 코너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 개성 있는 제임스 본드들을 거쳐 50주년 기념작이자 23번째 시리즈물인 <007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는 전작 두 편에 이어 가장 제임스 본드답다는, 브리오니 수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라는 평을 받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다.

확실히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가 되면서 007 시리즈는 진화했다. <007 카지노 로얄>에서 007 넘버를 받기 전 전사를 다루면서 인간적인 면과 애절함을 드러내며 ‘그도 인간이다’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강렬하게 등장한 새로운 제임스 본드는 <퀀텀 오브 솔라스>를 거치면서 화려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액션 장면을 기대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번 작품 <007 스카이폴>에서도 오프닝을 통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등장하는데 다소 충격적인 오프닝 시퀀스에 뒤따르는 오프닝 타이틀은 글자 그대로 ‘007’이다. 아델의 짙은 음색으로 들려지는 주제가 <sky fall>은 딱 007 주제가다우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주제가에 깔리는 배경 또한 007 시리즈의 맥을 세련되고 황홀하게 이어준다.

<007 스카이폴>은 한마디로 ‘클래식’이다. 추억이며 회상이며 아련함이다. 이제는 본드도 M도 나이를 먹었고 본드는 체력도 달리고 사격솜씨도 엉망이다. 그것이 애틋함을 자아내며 ‘007’이 우리와 함께 나이를 먹어왔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게다가 존 배리답기까지 한 아델의 주제가며, 오프닝 타이틀은 물론이고 신무기 개발로 매번 즐거움을 더해주던 Q는 젊디젊은 Q로 돌아왔고 ’본드 카‘로 불리는 애스턴 마틴 DB5 도 돌아왔다. 전편에서 보였던 미끈하게 잘 빠진 현대적인 DBS의 세월을 거쳐 올라간 DB5 ! 이것으로 007 50주년은 완결된다.

최강 악당 실바에게 위협받는 M. 아무리 물어도 꼭 다문 입술은 열리지 않고 요지부동인 M. 그녀를 데리고 도피하는 제임스 본드는 그녀를 재규어에서 끌어내려 다른 차로 인도하는데 철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차는 다름 아닌 본드 카, 애스턴 마틴 DB5. 잊혀진 세월만큼 먼지를 살짝 덮어쓴 클래식 카, 그것은 50년의 세월과 007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삽시간에 기억시킨다.

하지만 애스턴 마틴 DB5가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에 젖어 청승을 떨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애스턴 마틴 DB5는 007 시리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하나의 시그니처가 아닐까. 만만하지 않은 50년의 시간과 그동안 거쳐 간 제임스 본드들과 그들을 사랑했던 관객들과 007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아우르는 시그니처. 그것이 바로 애스턴 마틴 DB5인 것이다.

글: 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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