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뱅퀴시는 강성이 훨씬 높은 제4세대 적응형 VH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를 도입했다. 2003년 DB9에 사용된 바로 그 섀시다. 아울러 완전히 새로 손질한 애스턴의 6.0L V12 엔진을 받아들였다. 또한 가변 밸브 타이밍, 신형 헤드, 더 큰 흡기 밸브와 드로틀 보디, 그리고 출력과 토크를 강화하는 신형 매니폴드를 갖췄다. 이 엔진은 앞으로 나올 미국의 환경규제를 통과할 수 있다. 최대시장이 미국인 뱅퀴시로서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실내에 들어가면 여전히 두드러진 센터콘솔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콕핏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아울러 더 가볍고 더 작은 윈드실드, 환기구와 하이파이를 비롯한 일련의 신형 하드웨어를 자랑한다. 계기들은 하이테크 스타일의 아날로그 다이얼을 달았다. 대시보드는 볼륨을 줄여 승객과의 거리가 20mm 멀어졌고, 따라서 공간이 더 넓어졌다. 애스턴은 트림의 수제 느낌을 지키려 노력했다. 손바느질을 했고, 윤택한 컬러와 고급 소재를 그대로 썼다.
V12 엔진은 섀시 안에서 높이를 종전보다 19mm 낮춰 보행자와 충돌에서 보닛과의 완충거리를 상당히 넓혔다. 게다가 차의 무게중심을 10mm 낮춰 안정감을 높였다. 엔진도 여러모로 손질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중 가변 밸브 타이밍.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크게 키우고, 모든 회전대에서 토크 4.1kg․m를 추가했다.
최고출력은 565마력(기본형 510마력)/6,750rpm으로 올라갔고, 최대토크는 63.0kg․m/5,500rpm를 뿜어낸다. 파워는 카본파이버 테일샤프트(와 합금 토크튜브)를 통해 ZF 6단 자동변속기로 전달된다. 새 변속기는 구형보다 30%나 변속이 빠르다. 뱅퀴시는 그랜드 투어러이기 때문에 레이스형에 가까운 자동제어 수동변속기가 아닌 완전한 자동변속기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최고시속은 294km,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1초다.
서스펜션은 네 바퀴 모두 단조 더블위시본이고, 적응형 댐퍼를 달았다. 여기에 3개 모드로 조절할 수 있는 최신 섀시 안정 시스템과 트랙션 컨트롤을 갖췄다. 속도감응형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은 다른 2도어 모델의 17:1이 아닌 4도어 래피드에 처음 사용한 15:1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한층 민첩한 느낌을 준다.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는 소음을 줄이고, 제동력을 5% 끌어올렸다.
애스턴은 신형 뱅퀴시가 회사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를 향해 나아갈 것만은 분명하다. One-77은 차세대의 스타일을 이끌어나갈 것이고, V12 엔진을 철저히 손질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애스턴은 노선을 바꾸지 않고 모델을 꾸준히 현대화하는 작업에 도전한다.
뱅퀴시의 가장 뛰어난 특징은 무엇인가?
차안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우리가 기울인 정밀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엔진 위치를 20mm가 아니라 19mm를 낮췄다고 했을 때, 정확히 그대로 했다. 그만큼 정확하다.
모든 시장에 통할 수 있는 단일 버전을 만들 것인가?
우리의 의도는 그렇지만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가마다 다른 보행자 보호 기준에 맞추려고 할 때 어려움이 생긴다.
앞으로 언제까지 V12 엔진이 생산되나?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업계는 엔진의 덩치를 줄여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슈퍼차저 엔진이 반응이 더 좋았지만 터보가 급속히 따라잡고 있다.
뱅퀴시는 진정한 신형 애스턴인가?
그렇다. 애스턴은 신형 뱅퀴시에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단 하나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다만 새 모델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증명된 부품(대표적으로 단조 합금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은 그대로 사용했을 뿐이다.
제품 총책 이언 미나즈에 따르면 뱅퀴시는 (종전의 어느 애스턴 시리즈보다 내부 구조와 외부 보디에 카본파이버를 많이 쓴) VH 플랫폼의 4세대 버전에서 태어난다. DB9가 1세대를 사용했고 DBS와 밴티지 V8이 2세대, 4도어 래피드가 3세대에서 나왔고, 뱅퀴시가 4세대를 받아들였다.
글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