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3 레이싱, 도로에서 느끼는 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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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3 레이싱, 도로에서 느끼는 스릴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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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를 지향하며 성공한 게 BMW그룹의 미니(Mini) 브랜드를 통해 나오는 차들이고, PSA그룹에선 시트로엥의 DS(Different Spirit의 약어) 시리즈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미니 쿠퍼 중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고성능 모델로 ‘미니 존 쿠퍼 웍스(R58)’가 있는데, 시트로엥은 마치 미니를 롤 모델로 한 것처럼 ‘DS 레이싱’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지만 시트로엥의 접근 방법은 남들과 조금 달랐다. 시트로엥은 WRC(World Rally Championship)을 비롯해 다양한 랠리에서 언제나 선두권을 차지하는 메이커다. 여러 레이싱 중에서도 그들의 특화된 영역인 랠리 레이싱을 모티브로 고성능 모델을 더한 것이다.

디테일에서도 고성능 차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다. 블랙과 오렌지의 투톤 컬러, 프론트 립 스포일러와 디퓨저를 비롯해 곳곳에 사용된 리얼 카본. 이런 분위기는 실내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오렌지 컬러의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주변 및 도어 트림의 카본 장식, 운전 자세를 잘 잡아주는 버킷 시트까지.

사실 DS 레이싱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2010년 제네바모터쇼에서였는데, 이 차는 시트로엥의 랠리 스펙 버전인 DS3 R3의 로드 버전이다. DS 레이싱은 이미 개인화에 성공한 DS3을 더 특화시킨 것인데, 이를 위한 판매 전략도 조금 특이하다. 세계적으로 1천대만 만들어 판다는 것이고, 그중에서 한국에는 단 5대만 들어왔다. 이렇게 희소성이 큰 차를 한국에서 누가 구입할지는 모르지만, DS 레이싱을 운전하려면 적어도 수동변속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어야 한다. 완전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DS 레이싱에 올라간 가솔린 1.6L THP200 엔진은 최고출력 200마력/5,800rpm, 최대토크 28kg‧m/1,700rpm를 낸다. 그런데 이 엔진은 롤 모델이자 실질적인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미니 존 쿠퍼 웍스와 같은 엔진이기도 하다. 제원상은 최대토크가 1,700rpm부터 나오지만, 실제로 운전하다보면 아무래도 저회전 구간에서는 힘이 부족하고, 2,000rpm을 넘어서야 제대로 파워가 살아난다.

이는 기어비와도 관계가 깊다. 엔진의 레드존은 6,500rpm에 맞춰져 있는데, 레드존까지 쓰면서 가속하면 1단에서 시속 75km, 2단에서 시속 110km, 3단은 시속 150km를 넘는다. 엔진 회전수만 조금 올리면 저단부터 아주 훌륭한 가속력을 얻을 수 있다. 저단의 기어비가 작게 세팅되어 있는 것인데, 경량화된 차체에 지금의 엔진 파워도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고단에서는 기어비의 보폭이 가까워진다. 4단의 경우 시속 180km를 넘고, 5단에서 시속 200km를 넘길 수 있으며, 최고속도(시속 235km)가 6단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모든 기어 영역에서 엔진의 풀파워를 거의 대부분 끌어내 쓰는 셈이다. 물론 순간 가속보다는 토크와 출력이 꾸준하게 뿜어져 나오는 타입이다. 만약 한국의 도로 설정이 더 좋았더라면 지금보다 이 차의 성능과 가치가 더 빛났을 것이다.

게다가 파워와 토크가 높은 앞바퀴굴림 방식인데도 토크 스티어가 거의 없다. 토크 스티어가 크면 정지 상태에서의 급출발이나 다운 시프트를 이용한 저속 영역에서의 급가속 시 출력축과 가까운 휠에 상대적으로 큰 토크가 먼저 실려 바퀴가 한쪽으로 돌아가며 조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속 시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리프트에 차를 띄워 확인한 결과, 이 차는 등속 조인트와 드라이브 샤프트의 구성에서 이미 토크 스티어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급가속 시 앞부분이 살짝 일어나는 것과 오르막길 주행에서 앞부분이 가벼워지면서 스티어가 가벼워지며 조향에 영향을 주는 현상은 있다. 물론 이것도 일반 모델에 비해 파워가 세지면서 약간 더 두드러진 부분이지만, 고속을 포함해 전반적인 핸들링 능력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핸들링 성격 역시 아주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앞/뒤 트레드를 30mm씩 넓히고, 차고는 15mm 낮추었는데, 이 과정에서 스프링과 댐퍼의 튜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노면이 그저 평범한 골목길 도로를 천천히 거닐 때 댐핑이나 스트로크가 부드러운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조금 거친 노면을 만나면 스트로크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급격한 코너링이나 고속 주행에서 서스펜션 세팅이 생각보다 훨씬 스포티하면서도 안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 ‘어디 더 세게 해봐?’라는 식으로 핸들링 퍼포먼스의 한계치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실제로 스프링의 높이나 스토퍼(스프링의 한계를 감안해 바운스 시 차체와 맞닿아 스프링이 더 눌리는 것을 방지하는 기구)와 차체의 간격도 가만히 보면 짧은 편이다. 스프링 스토퍼와 차체의 간격만 봐선 스트로크가 크지 않을 것 같지만, 정작 차를 몰아보면 천천히 갈 때는 부드럽게 반응하다가도 코너에서는 차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잘 제어한다.

차의 움직임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스프링에 의해 차체가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아래쪽 움직임에 더 여유를 둔 것 같다. 결국 이 차는 스프링보다는 댐퍼의 잠재력이 풍부했던 것이다. 스프링보단 용량이 넉넉한 댐퍼의 역량이 돋보였다. 월등한 댐퍼의 능력으로 차의 전체적인 댐핑을 잘 제어했던 것인데, 코너든 고속 영역이든 정말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다.

파워와 핸들링 이상으로 브레이크도 강력하다. 고속 주행 능력이 뛰어난 만큼 브레이크 세팅의 중심도 고속 영역에 맞춰져 있는데, 상대적으로 저속에서는 너무 예민하게 여겨질 정도다.

한국에는 올해 처음 DS3이 소개되어 아직도 눈에 익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마디로 미니처럼 곳곳에서 독특한 디자인에 남다른 개성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차다. 그래서일까. 자칭 자동차 마니아에 속한다는 사람들조차도 이 독특한 DS 레이싱에 대해선 잘 모른다. 물론 그들이 만날 기회도 없었고, 직접 경험해볼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한번 몰아본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차인지 금방 알게 될 것이다.

1.6L 직분사 터보 엔진의 놀라운 잠재력,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세팅 등이 로드 버전임에도 지금 정도라면 일반도로에서도 레이싱의 스릴을 느끼기에 충분할 듯하다. 새삼 세팅의 여하에 따라 차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글: 김태천, 사진: 김동균 기자

Citroen DS3 Racing
가격: 4천950만원
크기: 3950×1720×1480mm
휠베이스: 2464mm
최고시속: 235km
0→시속 100km가속: 6.6초
엔진: 직렬 4기통, 1598cc, 휘발유
최고출력: 200마력/5800rpm
최대토크: 28kg‧m/1000rpm
복합연비: 13.4km/L
CO2 배출량: 129g/km
변속기: 6단 수동
서스펜션(앞/뒤): 모두 스트럿
브레이크(앞/뒤): 모두 V 디스크
타이어: 215/40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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