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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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 구상 교수
  • 승인 2016.06.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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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신형 말리부

2016년형 완전변경모델 말리부가 나왔다. 새로 등장한 말리부의 첫인상은 차체가 준대형급으로 보인다. 차체 길이가 58mm 늘어난 4,925mm에 축거는 무려 91mm 늘어난 2,830mm로 차체 길이는 그랜저보다 길고 축거도 그랜저와 15mm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신형 말리부는 커진 차체만큼 캐빈의 비중도 높아졌다. 2012년에 나왔던 말리부가 전반적으로 쉐보레 카마로 쿠페를 모티브로 한 스포티한 이미지였음에도 후드와 캐빈, 트렁크가 명확히 구분되는 정통 세단의 이미지를 주는 디자인이었고 후드도 긴 편이었다. 그렇지만 신형은 차체 길이가 늘어나는 만큼의 공간이 그대로 캐빈의 확장으로 이어져서 후드는 상대적으로 짧아진 24%로 거주성 중심 차량의 비례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트렁크의 길이 비례를 10%로 줄이면서 뒤 유리를 크게 눕혀서 차체 뒷부분은 스포티한 쿠페의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한편 신형 말리부의 앞모습은 이전 모델과는 확연히 달라진 이미지를 보여준다. 쉐보레 브랜드 특유의 굵은 막대가 가로지르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드와 그릴의 중앙을 뾰족하게 날을 세운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전의 말리부가 조금은 경직된 이미지의 상자형 구성이었다면, 신형 말리부는 다양한 방향성을 가진 형태 요소들이 입체적으로 맞물리면서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범퍼 양측의 LED 주간주행등은 다시 튀어나온 형태 속에 기역(ㄱ)자 형태로 만들어져 있고 후드 윗면의 캐릭터 라인도 A-필러 아래쪽의 흐름이 후드로 연결되면서 두 갈래로 갈라져 후드의 전체 면을 만드는 흐름과 다시 안쪽에서 샤프한 에지를 한 번 더 만드는 흐름으로 구성돼 있다. 다채로움을 강조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다소 복잡해 보이기도 한다. 신형 말리부의 뒷모습도 이전 모델에서 크게 변화했다. 이전 말리부의 테일 램프와 트렁크 리드는 카마로 쿠페의 디자인을 차용한 이미지였지만, 새 모델에서는 카마로와는 전혀 다르게 변화했다. 오히려 윗급 임팔라의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실내의 인상을 좌우하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도 일신했다. 센터 페시아에 마치 아이패드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배치하면서 아래쪽 콘솔과 완전히 분리하고, 수평적 이미지의 크러시 패드를 돋보이도록 디자인해서 전체적으로 매우 넓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게다가 환기구 주변은 물론 크러시 패드를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크롬 몰드로 세련된 이미지도 강조했다. 환기구의 구성 형태 역시 차량의 앞 모습에서와 같이 다양한 각도의 조형 요소들로 파노라마처럼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신형 말리부는 중형 승용차에 대한 일반적 선입견을 넘어서는 크기와 디자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중형차시장에서 오랫동안 독주해온 쏘나타와 제대로 한 번 경쟁해보려는 다른 메이커들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경쟁이 사라졌던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이 시작되는 건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아우디 뉴 A4

완전변경모델로 등장한 9세대 아우디 A4가 나왔다. 1972년에 ‘아우디 80’ 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1세대 모델이 등장하고 1978년에 등장한 2세대 모델(B2)은 거장 디자이너 쥬지아로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그 이후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1986년에 B3 모델, 1991년에 B4 모델, 그리고 A4 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1994년에 나온 B5와 2000년에 나온 B6,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을 쓰기 시작한 2004년의 B7을 거쳐 2007년에 등장한 B8, 그리고 오늘 살펴보는 B9에 이르기까지 45년간 꾸준히 진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아우디의 디자인은 몇 번의 전환기가 있었는데, 먼저 1980년대 후반에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크게 변화했고, 이후 1990년대의 진화과정을 거쳐 2005년의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의 도입을 전후로 다시 한 번 크게 변화한다. 물론 이 때의 변화는 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변화였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을 정비하면서 조명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디자인으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차체의 조형 역시 더욱 더 팽팽하게 당겨진 곡면을 쓰면서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을 양립시키는 디자인으로 변화되고 있다.
 

아우디의 차체 디자인, 특히 A4는 진화(진화)라는 의미에 가장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 채택 그 자체는 혁신적인 변화였지만, 그 이후 신형이 나올 때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의 노선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전 세대와의 차이점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두 세대 전의 모델들과의 디자인 차이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진화의 모습인 것이다. 사실 그다지 많은 변화가 없어 보이는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도 2004년의 것과 지금의 것을 비교하면 의외로 큰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초기의 것은 거의 사각형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육각형에 가까워졌다.
 

그렇지만 아우디의 가장 급진적 변화는 조명의 채택이다. 가장 먼저 LED 주간주행등을 전면부의 디자인 차별화 요소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그러한 조명 요소를 적극적인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헤드램프의 형상도 단순한 사각형에서 단차가 있는 형태로, 그 내부의 조명 역시 다양한 조형을 보여준다. 기술이 됐건 형태가 됐건 간에 독일 메이커들은 진화를 통한 진보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 진보는 사실 여러 세대를 한 번에 본다면 가히 혁신적 변화이다. 변화가 없는 듯이 보이는 급격한 변화, 이것이 아우디 디자인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롤스로이스 던

롤스로이스 던(Dawn)은 쿠페 모델로 나왔던 레이스(Wraith)를 기반으로 한 컨버터블 차량이다. 컨버터블 차량이라는 구분은 본래 지붕이 있던 차체에서 지붕을 잘라낸 개념으로, 처음부터 지붕이 없는 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로드스터(roadster)와 외형은 비슷해도 설계 개념은 다르다. 롤스로이스는 고스트(ghost; 유령, 귀신, 영혼)나 팬텀(fantom; 유령), 레이스(wraith;유령) 등 유령이나 귀신 등의 이름을 즐겨(?) 짓는 것이 보통인데, 던(dawn)은 그렇지 않다. 물론 이름 자체는 멋지다. 여명(黎明) 이라니….
 

롤스로이스 차량 중에는 이미 던(dawn) 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델이 있었는데, 실버 던(Silver Dawn)이 그것이다. 물론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쿠페나 세단, 컨버터블 등으로 여러 종류가 제작됐지만, 조금씩 다른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새로 등장한 던은 4인승 컨버터블 모델이다. 대개의 컨버터블은 2인승 쿠페를 기반으로 하는 게 보통이지만, 던은 2+2 쿠페 레이스를 기반으로 해서 지붕을 컨버터블 형태로 만든 것이어서 레이스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코치도어, 즉 앞쪽이 열리는 문을 가지고 있다.
 

앞모습과 뒷모습은 기반이 된 레이스와 거의 같은 구성이다. 롤스로이스와 같은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의 차량들의 특징은 내외장에 사용된 재질이 모두가 ‘진짜’ 라는 점이다. 가죽과 금속, 목재의 질감이 보이는 부분은 정말로 그 재료들로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일반 양산차에 쓰이는 인쇄 방식의 우드 그레인 질감도 실물에 필적할 만큼 질감이 리얼하지만, 진짜 나무가 주는 그 특유의 질감을 대하면 고개가 절로 흔들어지게 된다. 던의 내장재에서 보이는 목재와 가죽, 그리고 매끈한 금속 부품의 마무리 등은 명품 가구나 귀금속 액세서리에서 느껴지는 질감 그것이다.
 

5.3미터에 육박하는 길이와 소형 승용차 3대와 비슷한 2.5톤의 중량이 주는 압도적 위용은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보는 ‘보통차’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상을 준다. 동력성능이나 승차감에 대한 평가 자체가 필요치 않은 울트라 럭셔리 차량의 모습은 자동차가 단지 기계가 아니라, 사람들이 정말로 갖고 싶어 하는 물건임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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