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건예찬,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에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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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건예찬,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에스테이트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6.01.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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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선 택시도 벤츠라지만, 벤츠 왜건은 아직 많이 낯설다. 물론 CLS 슈팅브레이크가 지난 2013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정통 왜건인 에스테이트가 국내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 개인적으로 CLA 슈팅브레이크 도입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예상을 깨고 C클래스 에스테이트가 두 번째 벤츠 왜건 자리를 가져갔다. 
 

세단의 지붕을 뒤쪽까지 늘려 뒷좌석 바로 뒤에 화물칸을 설치한 승용차를 왜건이라고 통칭하지만, 각 메이커별로 고유 명칭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BMW는 투어링(Touring), 아우디는 아반트(Avant), 폭스바겐은 바리안트(Variant), 푸조는 SW(스테이션 왜건)라고 한다. 벤츠는 에스테이트(Estate)라고 부른다. 볼보는 왜건 모델에 V로 시작하는 이름을 쓰고 있다. 
 

왜건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화물 적재공간을 바탕으로 한 실용성. 왜건의 트렁크 용량은 세단보다 훨씬 크고, 체급이 한 단계 높은 차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크기도 하다. 

흔히 SUV의 적재공간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대형 SUV가 아닌 이상 트렁크 공간은 동급 세단보다도 작은 경우가 부지기수. 세단보다 트렁크가 큰 왜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례로, 현대 i40의 트렁크 용량은 리어 시트가 모두 제 위치에 있을 때 534L. 참고로 투싼은 513L, 싼타페는 516L다. 
 

왜건의 또 다른 장점은, 덩치가 더 큰 SUV보다 넓은 화물칸을 가지면서 세단의 장점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SUV는 지상고가 높아서 승하차가 어렵고, 트렁크에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기도 불편하다. 세단에 비해 뒷자리 승차감이 불편하고, 무게중심이 높아서 핸들링이 안 좋다. 고속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한, 무게가 무겁고 바람저항도 강해 동급 세단 대비 연비도 나쁘다. 
 

높은 시야와 넉넉한 머리 공간을 제외하곤 좋은 점을 찾기 힘들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SUV가 인기를 끄는 데는 젊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왜건은 독보적인 실용성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생활 밀착형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서도 왜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비인기 차종인 것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도로에서 왜건을 제법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왜건의 인기가 대단히 높아서 모든 세단에 왜건형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며, 메르세데스-벤츠도 S클래스를 제외한 모든 세단 모델에 파생모델로 왜건을 갖추고 있다. CLA 45 4매틱 슈팅브레이크부터 CLS 63 S 4매틱 슈팅브레이크까지 AMG 라인업도 충실하다. 아우디는 RS4와 RS6을 아예 왜건으로만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왜건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왜건을 살펴보면 i40(2천547만~3천146만원)부터 CLS 250 블루텍 4매틱 슈팅브레이크(8천460만원)까지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C 220d 4매틱 에스테이트가 추가됐다.

가격은 C 220d 4매틱 세단보다 200만원 비싼 6천20만원. 주요 경쟁모델로는 볼보 V60 D4 R-디자인(5천510만원)과 BMW 320d 투어링 M 스포츠(5천610만원)가 있다. V60이 앞바퀴굴림, 320d 투어링이 뒷바퀴굴림인 것과 달리, C 220d 에스테이트는 네바퀴굴림. 320d 투어링에도 네바퀴굴림 모델이 있었지만, 현재 국내에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 
 

C 220d 4매틱 에스테이트는 기본적으로 세단의 익스클루시브 트림과 구성이 같다. 그래서 클래식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달렸고, 보닛 끝에는 삼각별이 우뚝 서 있다. 개인적으로 벤츠 세단에는 클래식 그릴이 제격이라고 생각하지만, 왜건은 쿠페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그릴이 어울리는 것 같다. 고풍스럽고 중후한 얼굴이 라이프스타일 모델인 왜건에서는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하긴 ‘실용적인 벤츠’도 한 문장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표현이긴 하지만…. 
 

C클래스는 초대 190시리즈(W201)부터 전통적으로 ‘S클래스 축소판’의 이미지를 계승하고 있고, 이는 현행 4세대 C클래스 세단(W205)도 마찬가지다. S205라는 코드네임을 쓰는 에스테이트는 기본적으로 B필러까지는 세단과 같고, 그 뒤쪽부터 다르다. 세단에서 보여준 우아한 디자인을 왜건에서도 능숙하게 표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큰 화물칸을 갖춘 왜건은 생활의 냄새가 진동하는 촌스러운 실루엣이 되어버리기 십상. 길고 네모난 모양 탓에 장의차 같다는 소리도 듣곤 했지만, 최신 왜건들은 저마다 늘씬한 몸매를 뽐내고 있다. C클래스 에스테이트도 느긋한 실루엣으로 왜건답지 않은 우아한 모습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뒤쪽이 뭉툭해 보이기도 하는 세단에 비해 시원한 비례. 세단보다 길어 보이지만 길이는 4.7m로 같다. 
 

실내는 디자인, 소재, 질감 등 모든 면에서 라이벌을 멀찍이 따돌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세대 C클래스로 업계 기준을 한껏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금속 질감의 스위치류는 고급스러움에 있어서 다른 메이커의 플래그십과 견주어도 부족하기는커녕 오히려 능가하는 부분이다. 센터 페시아와 도어 트림에는 오픈포어 공법으로 자연 그대로의 나뭇결을 살린 우드 트림을 적용해 따스한 감각이다. 
 

세단 대신 왜건을 구입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적재공간. 테일 게이트는 전동식으로 여닫히고, 뒤 범퍼 아래에 발을 넣어 열 수도 있다. 세단은 트렁크 입구가 다소 좁게 느껴지지만, 에스테이트는 짐을 싣고 내리는 데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트렁크는 지면으로부터 590mm 높이. 참고로 GLK는 705mm다. 트렁크 바닥 아래에는 접이식 플라스틱 박스가 있다. 마트에서든 캠핑장에서든 유용하게 쓸 것 같다. 
 

리어 시트는 40:20:40으로 분할되어 편리하고, 시트 등받이 옆 어깻죽지 언저리와 트렁크 입구 양옆에 달린 방아쇠 같은 버튼을 당겨서 한 번에 좌석을 모두 접을 수 있다. 전동식은 아니고 기계식으로 릴리스 되는 방식. 간편하긴 한데 등받이가 우당탕하고 접히는 모양이 고급스럽진 않다. 리어 시트가 모두 제자리에 있을 때 트렁크 용량은 세단보다 10L 큰 490L. 시트를 모두 접으면 1,510L로 3시리즈 투어링이나 V60보다 넓다.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하는 직렬 4기통 2.1L 터보디젤. 전자제어 가변 플랩을 적용한 2스테이지 터보를 달았다. 이는 터보 래그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자연흡기 엔진 같은 자연스런 파워 전개를 내기 위한 것. 

주유구 옆에는 애드블루(AdBlue) 요소수를 보충하기 위한 구멍이 있다. C 220d는 애드블루에 의한 화학 반응으로 배출가스를 정화해 미세먼지(PM)와 질소산화물(NOx)을 저감하는 클린 디젤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를 블루텍(BlueTEC)이라고 부른다. 
 

엔진은 반응이 빠릿빠릿하고, 힘의 배출이 자연스럽다. 토크가 확 밀려오는 느낌보다는 차곡차곡 쌓이는 감각으로 가속감이 부드럽고 진중하다. 대신 라이벌에 비해 토크감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C 220 d와 320d, V60 D4는 최대토크가 모두 40.8kg.m으로 같다. 

몸무게는 세단보다 45kg 무거운 1,820kg으로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지만, 빠른 변속 제어를 보여주는 7단 자동변속기 7G 트로닉 플러스와의 조합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7.9초로 320d 투어링보다 0.5초 느리고 V60보다는 0.3초 느리지만, 최고시속은 233km로 가장 빠르다. 
 

정숙성은 3시리즈와 V60을 완전히 능가한다. 공회전 때는 물론이고, 가속과 항속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조용하다. 디젤차라는 것을 실감하게 될 때는 처음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 때와 오토 스타트-스톱이 작동할 때뿐이다. 노면 소음과 바람소리도 잘 억제해 실내가 매우 쾌적하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로 다섯 가지. 표준 모드는 컴포트다. 모드 선택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스티어링, 오토 스타트-스톱, 공조장치 세팅이 바뀐다. 인디비주얼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각 항목을 별도로 세팅할 수 있으며, 어댑티브 댐퍼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에코, 컴포트, 스포츠 모드는 차이가 크지 않아 효용성이 다소 떨어진다. 대신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선 스포츠성이 두드러진다. 3시리즈처럼 노골적으로 스티어링이 무거워지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고, 변속 제어가 공격적으로 바뀌어 적극적으로 단수를 낮추는 모습도 만족스럽다. 

승차감은 매우 부드럽고,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한다. 고속 주행 시 편안한 자세로 달리는 안정감, 굽이진 길에서는 리어가 잔잔한 리듬으로 기분 좋게 따라오는 벤츠다운 주행감각이다. 최신 네바퀴굴림 시스템답게 덜떨어진 언더스티어를 보이지도 않는다. 가속만큼 핸들링도 경쾌하다. 
 

정부 공인 복합연비는 13.5km/L(도심 12.1km/L, 고속도로 15.6km/L). 평범한 주행으로 출퇴근에 이용했을 때는 공인 연비와 비슷한 수치를 냈고, 테스트를 위해 스포츠 주행을 한 날에도 여간해선 10km/L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1.8톤이 넘는 무게와 네바퀴굴림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표다. (트립 컴퓨터 기준) 

우아하고 세련된 외관, 고급스러운 실내, 조용하고 매끈한 파워트레인, 안심하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안정감, 넓은 적재공간, 충실한 안전장비를 갖춘 C 220d 4매틱 에스테이트는 모든 면에서 레저용 또는 가족용 차로 나무랄 데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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