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국적인 SUV, 포드 익스플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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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미국적인 SUV, 포드 익스플로러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11.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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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거듭난 ‘2016 뉴 익스플로러’를 타고 장거리를 달렸다. 훌륭한 구성 속에 담아낸 미국적 가치가 돋보였다

포드를 대표하는 SUV. 포드가 익스플로러를 설명하는 문구다. 미국 포드의 익스플로러는 25년간 약 700만대가 넘게 팔린 수작. 익스플로러는 1990년에 첫 등장했다.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프레임 방식의 단단한 뼈대, 튼튼한 V6 엔진의 조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담은 ‘탐험가’란 이름이 딱 어울렸다. 세대를 거듭하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SUV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의 유니보디 방식의 SUV가 득세하는 상황에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포드는 익스플로러를 이름만 놔두고 완전히 뜯어고쳤다. 5세대 익스플로러는 프레임 방식을 버리고 시리즈 최초로 유니보디 방식을 사용했다. 뼈대를 나눈 형제는 포드 토러스와 링컨 MKS. D3 플랫폼을 SUV에 맞춰 바꾼 D4 플랫폼을 사용해 승용차를 뛰어넘는 승차감을 노렸다. 뒷바퀴굴림 기반의 세로 엔진 배치 구조도, 앞바퀴굴림 기반의 가로 엔진 배치 구조로 바꾸며 배기량도 확 줄였다. V6 4.0L 엔진을 버리고 딱 절반 배기량인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을 달았다. 바뀌지 않으면 미래를 볼 수 없다는 포드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수작이었다. 그 결과 익스플로러는 2011년 미국 올해의 트럭에 당당히 올랐다. 미국은 SUV를 트럭 범주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경쟁이 쉬울 것 같다고? F-150, 실버라도 등 전통적인 픽업들을 제치고 승리한 SUV는 흔치 않다. 
 

4년이 지난 지금. 익스플로러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2016 뉴 익스플로러’로 거듭났다. 가볍게 디자인 바꾼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엔진 배기량을 2.3L로 올려 최고출력, 최대토크 모두 끌어올렸다. 포드 머스탱에 얹히는 2.3L 에코부스트 엔진과 같다. 뉴 익스플로러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디자인의 변화가 제법 크다. 새로운 디자인을 보는 재미가 있다. 커다란 헤드램프와 그릴로 살짝 귀여운 느낌이 들었던 기존 모델에 비해 한층 공격적이다. 직선 위주로 마무리한 디자인은 세련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포드는 밝혔다. 멋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루프랙 높이를 낮추고 리어스포일러로 공기역학을 개선했다.
 

실내는 큰 변화가 없다. 간결함을 살려 기능적으로 정리한 실내의 구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가운데 센터 페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대칭형 디자인은 화려한 맛은 부족할지언정, 볼 때마다 익숙한 편안함을 안긴다.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소니 오디오 시스템의 조합도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적은 공간에 많은 기능을 담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큰 차체에 힘입어 실내공간이 아주 넉넉하다. 키 180cm의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도 넉넉하게 느껴진다. 등받이를 슬쩍 기울여 편히 앉을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도 있다. 특이한 것은 좌석의 크기가 아주 넉넉하다는 것. 미국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차다보니, 공간이 상당히 여유롭다. 220V 콘센트와 USB 충전단자를 갖춰 뒷좌석에서 전자기기 쓰기도 쉽다.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모바일 기기로 넘어간 지금, 옳은 선택이란 생각이다.
 

3열 좌석은 전자동이다. 버튼 하나로 펼쳐진다. 마찬가지로 버튼을 눌러 접거나 바닥 아래로 숨겨 넣을 수도 있다. 평소에 많이 쓰는 좌석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펼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수동 방식의 줄을 당기고 좌석을 드는 과정이 아주 번거로운 일은 아니지만, 물건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쓰기에는 까다로운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런 부분에서 섬세하게 사용 환경을 고려한 부분이 만족스럽다. 
 

뉴 익스플로러의 엔진은 직렬 4기통 2.3L 휘발유 터보 ‘에코부스트’. 페이스리프트 전 모델에 비하면 배기량은 0.3L 올랐을 뿐이지만, 그 변화는 확실하게 드러난다. 최고출력은 243마력에서 274마력으로, 최대토크는 37.3kg·m에서 41.5kg·m로 올랐다. 터보차저의 응답성 또한 빠르게 다듬었다. 회전수 따라 힘을 끌어내는 속도 차이는 있지만 가속페달 응답성은 뛰어나다. 자동 6단 변속기의 변속 속도는 평균적이지만, 엔진과 단단히 맞물리는 록업 기능이 뛰어났다. 
 

뉴 익스플로러의 네바퀴굴림 구동계는 가속 정도, 날씨, 노면 상황 등에 따라 앞뒤 바퀴의 구동력 배분을 알아서 조절한다. 평소에는 앞바퀴굴림을 유지한다. 언제나 네 바퀴 모두를 굴리는 네바퀴굴림과 비교한다면 탄탄하게 도로를 휘어잡는 맛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도로를 부드럽게 달려 나가는 맛이 크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이 크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뛰어난 만듦새에 빠르게 익숙해진다. 언제나 균일한 반응과 움직임을 보이니 적응이 쉽다.
 

흔히들 미국 차에 갖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뉴 익스플로러는 그런 편견을 계속 접게 만든다. 스티어링의 반응 속도는 적당한 축에 들고, 스티어링을 틀었을 때의 감각도 아주 일정하다. 굽어지는 산길을 마구 달리는 차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순응도는 상당히 높다. 서스펜션의 고속 안정성도 인상적이다. 도로의 충격을 부드럽게 거스르며 달리는 세련미가 돋보였다. 노면에 붙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차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세 변화를 쉽게 내는 것도 아니고 안정적으로 달린다. 
 

고속으로 달릴 때, 엔진의 성능도 주목할 요소. 터보차저가 부스트압을 채우는 속도가 빠르고, 온힘을 다해 달려 나가는 과정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넘치는 성능은 아니다. 공차중량을 생각하면 가볍게 달리기 딱 알맞은 정도. 성능을 끌어내는 과정이 균일하다. 그리고 엔진 소리가 독특하다. 다른 4기통 엔진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었던 브라스 소리가 울려 펴진다. 회전수를 올리면 올릴수록 소리는 선명해진다. V형 엔진의 울림은 아닐지라도 이와 비슷한 감각을 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부분이다. 
 

시속 110km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맞춰놓고 달렸다. 항속 주행 때 엔진회전수를 신경 쓰는 편인데, 그래픽 방식 타코미터의 크기가 작아 엔진회전수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점은 조금 아쉽다. 편의장비로 달린 앞좌석 마사지 기능을 눌렀다. 공기쿠션을 부풀리며 허벅지와 허리를 누른다. 다양한 패턴 제공하는 고급 제품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먼 길 달릴 때 상당히 유용했다. 나중에는 시동을 켜자마자 마사지 기능을 찾게 됐다. 
 

익스플로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가격과 차급을 뛰어넘는 다양한 안전, 편의 장비다. 2열의 안전벨트를 보면 꽤 두툼한데. 바로 안전벨트 에어백이 적용된 것.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충돌 경고 시스템이 달렸고, 주행 중 사각 지대를 살펴 경고하는 BLIS는 이제 주차 시에도 장애물 여부를 살핀다. 네바퀴굴림과 연계된 ‘지형 관리 시스템’(Terrain Management System)도 달렸다. 자동, 모래, 눈길 등 주행 상황에 맞게 다이얼을 바꾸면, 네바퀴굴림과 드로틀의 세팅을 바꿔 지형 돌파를 돕는다. 
 

만족도를 높여줄 편의 장비 목록 또한 상당하다. 전동식 3열, 마사지 기능 컨투어 시트 등은 동급에서 익스플로러가 유일하게 제공하는 기능들이라고. 또한 좁은 공간에서 앞을 살펴볼 수 있는 전방 카메라, 범퍼 하단에 발을 넣으면 트렁크 도어를 전동으로 여는 ‘핸즈프리 리프트 게이트’,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을 달았다. 이쯤 되면 5천600만원 하는 가격과 차급을 고려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뉴 익스플로러의 매력은 미국적 가치에 있다. 큰 차체로 만든 넉넉하고 편안한 실내공간. 편안하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서스펜션, 동급 최고 수준의 다양한 안전 장비와 편의 장비의 합은 부족함 없는 넉넉함으로 편안한 일상을 만드는 차가 된다. ‘크고 많으면 좋다’는 미국적 가치를 담은 가장 미국적인 SUV가 바로 익스플로러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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