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수 있는 슈트, 아우디 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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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수 있는 슈트, 아우디 A7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7.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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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는 감성에 변함없는 주행감각이라는 이성을 더한 아우디 A7은 세련된 슈트 같은 차다

두근거렸다. 마치 데이트 나가는 날처럼 신중하게 옷을 골랐다. 차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운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옷은 사람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자동차 또한 그렇다. 자동차의 성격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생각이다. 거대한 기함에 앉으면 세련된 도시 속 휴식처를 떠올리고, SUV에 오르면 호쾌하게 자연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것처럼. 
 

무슨 옷을 입을까 싶어 종류도 많지 않은 옷가지를 한참 뒤적이다 슈트를 꺼냈다. ‘음, 6월 날씨에 슈트가 어울릴까? 괜찮아. 에어컨과 통풍시트가 있겠지. 그리고 이 차에는 슈트가 어울릴 거야.’ 이제 어떤 슈트를 고르느냐란 문제가 남았다. 조금의 주저도 없이 이탈리아식 슈트를 택했다. 직선과 곡선을 맞물린 세련미로 몸을 감쌌다. 여기서 스스로 드는 의문. ‘차는 독일제인데? 아냐, 그래도 세련미는 이탈리아식 슈트랑 어울린다고.’

아무튼 아우디 A7에 이탈리아식 슈트를 떠올리는 이유는 둘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은근 모순된 면이 있다. 둘 모두 차분한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화려함을 더해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기 때문. 그것은 디자인의 힘 때문일 것이다. 
 

아우디 A7은 2010년 등장했다. 4도어 쿠페, 벤츠 CLS 클래스에 대한 아우디의 반격이었다. 5도어 스포트백 디자인을 내세어 차별화했다. A7의 등장으로 아우디 디자인은 한층 더 물이 올랐다. A6와 A7이라는 두 가지 선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으니, 그만큼 양쪽에 극단적인 차별화가 가능하다. 단순히 보면 디자인 차이겠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세단을 벗어난, 새로운 차급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 A6와 A7의 디자인은 같은 철학을 공유하되,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A7이 지향하는 스타일은 분명하다. 존재감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자동차. 묵직한 존재감에 놀랐다. 이전 A7에 비해 훨씬 낮고 넓게 깔린 느낌을 준다. 행여나 싶어 제원을 살폈다. 차체의 길이만 15mm 늘었을 뿐, 너비와 높이는 그대로다. 디자인 하나만으로 차의 크기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아우디가 프롤로그 콘셉트로 선보였던 묵직한 존재감의 이유는 비례였다. 이는 차체의 크기, 형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하지만 아우디는 농익은 디자인 실력만으로도 이를 넘어섰다. A7의 앞부분만을 바꿨을 뿐인데도 기존 모델과 다른 비례감과 존재감이 느껴진다. 
 

앞부분을 크게 차지한 싱글프레임 그릴의 디자인이 바뀌었다. 재정립되고 있는 아우디 패밀리룩에 맞추기 위해서다. 범퍼 또한 디자인을 바꿔 더욱 면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시승차는 S-라인 외장 패키지를 달아 더욱 스포티한 감각을 냈다. 옆면은 큰 변화 없지만 캐릭터 라인을 강조해 시선을 자연스럽게 뒤로 흐르게 했다. 테일램프 또한 변경됐는데, 방향지시등을 켤 때마다 안에서 노란 빛이 물결치듯 흐른다. 시승차에 적용된 매트릭스 LED 램프 또한 마찬가지. 섬세한 빛의 조절이 화려하다. 
 

실내는 여전히 아름답고 편안하다. 가장 먼저 눈에 차는 것은 시트. 시승차인 50 TFSI 스포트 트림은 S-라인 전용 시트를 단다. 시승차에 적용된 시트는 하얀색으로 시선을 끄는데다 퀼팅처리까지 더해 멋을 냈다. 다만 생각과 달리 통풍시트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앉으면 운전자를 포근하게 감싸는 실내의 구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대시보드 앞 끝자락을 둥글게 감싸며 층을 나눈 구조는 고급 요트 같은 구성이다. 균형을 중시한 가로배치 대시보드는 이미 눈에 많이 익은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새로워 보인다. 검은색 플라스틱에 은실을 더하듯이 마무리한 트림 때문. 도어트림을 감싼 하얀색 가죽과 검은색 트림의 조화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등받이의 기울임은 적당한 정도. 키 180cm의 성인이 앞뒤로 앉았을 때, 다리 공간은 평범한 수준. 머리 공간은 살짝 빠듯해, 지붕에 머리가 살짝 닿을 정도다. 아무래도 유려한 패스트백 스타일을 만들다보니 희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 뒷좌석 가운데는 홈을 파고 플라스틱으로 마무리해 물건을 놓을 수 있도록 했다. 물건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실용적이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A7 50 TFSI의 엔진은 V6 3.0L 슈퍼차저 엔진. 최고출력 333마력을 5,500rpm부터 6,500rpm까지 내고, 최대토크 44.9kg·m를 2,900rpm부터 5,300rpm까지 유지한다. 요즘 동급 모델과는 다르게 슈퍼차저를 얹는 남다른 선택을 했다. 엔진 동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슈퍼차저는 엔진회전수와 비례해 공기를 불어넣는다. 그만큼 엔진의 출력상승을 균일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력과 토크 그래프를 보면 자로 잰 것처럼 일정한 상승폭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슈퍼차저의 감각을 대배기량 엔진에 비교하기도 한다.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토크가 샘솟는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 
 

엔진의 회전감각은 아주 매끄럽다. 토크밴드를 강조한 엔진의 드라마틱한 감각은 없지만, 능률적으로 속도를 올린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5.3초다. 공차중량 1,924kg를 감안한다면 가속이 상당히 빠르다는 생각이다. 그 비결은 기어비와 엔진 세팅이다. 자동 8단 변속기의 기어비를 가깝게 붙여 쉴 새 없이 변속하며 가속하도록 했다. 1~4단의 기어비를 가깝게 붙여 가속이 경쾌했다. 이후 기어비를 조금씩 벌려가며 가속을 잇는다. 특이한 것은 어떤 단수에서 가속을 하더라도 그 감각이 일정하다는 것.
 

저회전부터 빠르게 토크를 채우는 엔진 또한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1,000rpm부터 최대토크의 60% 이상을 끌어내고, 2,000rpm에선 85% 이상을 끌어낸다. 이후 최대토크를 유지하며 매끄럽게 가속하는데, 그만큼 가속이 균일하다. 급격하게 힘을 쏟는 타입은 아니다. 침착하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빠르게 가속한다. 몸이 쏠리는 것에 비해 속도감은 크지 않다. 차분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속도를 올려도 풍절음은 크지 않고, 엔진의 소리도 희미하게 들린다. 박진감 넘치는 기분으로 달리는 차는 아니다. 일상 속 쓰임을 더 중시하는 차다. 
 

고속도로에서 특히 차분한 감각이 두드러졌다. 서스펜션은 충격은 거슬러내면서도 단단하게 노면을 눌러준다. 부드러운 것과는 좀 다르다. 정확히 도로를 읽어내면서도, 네 바퀴로 도로를 잡고 있다는 든든한 안정감을 안겨준다. 변속기를 8단에 물려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는 약 1,500rpm이다. 시속 100km에서 약 1,800rpm. 속도를 한껏 올려도 엔진회전수가 상대적으로 낮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시속 110km에 맞추고 약 80km 거리를 달렸다. 트립컴퓨터로 확인한 구간 연비는 15km/L를 넘겼다. 과급기 더한 V6 3.0L 엔진으로는 훌륭한 수준이다. 몰아칠 때는 속절없이 떨어지지만, 성능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 약 800km 넘게 달린 시승 구간 전체 연비는 7km/L를 기록했다. 
 

엉망인 도로에서도 승차감은 여전히 뛰어나다. 바퀴가 헛돌 법해도 절대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구불거리는 망가진 노면에서 빠르게 달렸다. 노면은 위아래로 물결치지만, 차체는 흔들림 없이 단단히 버틴다. 바퀴가 미끄러질 때도 눈치채기는 어렵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매끈하게 달린다. 그저 계기판에 경고등을 살짝 띄울 뿐이다.

수십 km 동안 굽이지는 길을 달렸다. 이 정도면 A7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전히 안정적이고 다루기 쉬운 세련미가 돋보였다. 특히 S-라인 전용 스포츠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의 기울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좌우 연속으로 몰아붙여도 쉽게 기울여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충격을 삼킨다는 것이 놀라웠다. 차를 아무리 급격하게 몰아붙여도 흔들리는 것은 운전자뿐이다. 왼쪽 발끝에 힘 꽉 주고 풋레스트를 밟으며 버텼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며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스티어링을 꺾는 양이 조금 더 늘어난다. 하지만 코너의 정점으로 차를 이끄는 것이 더 쉬웠다.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구동력을 세밀하게 배분하는 콰트로 시스템 덕분이다. 가속페달로 주행 궤적을 그려나가는 기본기 위에 적극적인 스티어링을 더한 셈. 코너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움직이는 기분은 적극적인 네바퀴굴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A7 50 TFSI는 특별한 존재감의 디자인, 스포티한 감각, 편안한 운전 모두를 아우른다. 처음에는 멋진 디자인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실내에 푹 빠져들게 됐다. 여기까지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감성의 영역이다. 반면 주행감각은 철저히 이성적이다. 언제든 예상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신뢰를 더한다.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A7이 더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기를 원한다면 S나 RS를 택해야 한다. 혈기는 재미를 부르지만, 재미가 꼭 혈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7은 편안함 위에 재미를 더했다. 얼마나 편안하냐고? 8시간 동안 연속으로 400km 넘는 길을 달렸음에도 몸이 가뿐했다. A7 50 TSFI는 아우디에 기대했던 모든 것을 채워주는 차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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