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부활, 아우디 로제마이어 콘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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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부활, 아우디 로제마이어 콘셉트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7.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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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젤펑크 스타일의 콘셉트 카로 부활한 1930년대 전설적 영웅 - 

폭스바겐 그룹이 4억3천500만 유로(약 5천163억원)를 들여 건설한 아우토슈타트 개장과 함께 지난 2000년 5월 첫선을 보인 아우디 로제마이어는 양산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개발한 콘셉트 카다. 아우디 디자인의 정수를 담은 순수 디자인 콘셉트로서 아우디 브랜드의 기술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역할이었다. 

로제마이어의 디자인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당시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 현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인 그는 지난 2012년에 연 생애 첫 개인전 '인사이드 아웃'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는데, 구상화는 항공기를 모티브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자동차 그림은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로제마이어가 유일했다. 
 

로제마이어는 아우디 디자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성적이고 간결한 세부요소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곱게 결을 낸 알루미늄 차체와 바깥으로 노출된 볼트로 인해 매우 견고하고 공업적인 인상을 주며, 1930년대 아우토우니온의 경주차 타입 C를 연상시킨다. 

헤드램프를 덮은 금속판은 스위치를 켜면 위로 올라가며, 닫혔을 땐 헤드램프 하단의 가느다란 방향지시등 부분만 노출시킨다. 루프에 툭 튀어나온 작은 카메라는 사이드미러를 대체한다. 전체적으로 디젤펑크(1930년대 기계장치를 미래적으로 재해석하는 서브컬처의 일종) 스타일이다. 
 

경주차 느낌이 강한 겉모습과 달리, 알루미늄, 카본파이버, 가죽, 퀼팅 처리한 노맥스(Nomex·내열성 합성섬유) 등으로 고급스럽게 꾸민 실내는 안락한 GT의 분위기다. 시트 뒤 유리를 통해 630마력을 발휘하는 W16 8.0L 엔진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모형이다. 

로제마이어라는 이름은 독일 모터스포츠 역사와 아우토우니온의 전설적 영웅인 베른트 로제마이어(Bernd Rosemeyer)에서 가져왔다. 1909년 독일 니더작센 주(州) 링겐에서 태어난 로제마이어는 1936년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설계한 아우토우니온 타입 C로 3개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하며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1937년 10월 타입 C 슈트롬리니어로 아우토반에서 시속 401.9km로 달린 그는 일반도로에서 시속 400km를 돌파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아우토우니온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상 최고속도 기록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1938년 1월 28일 오전, 메르세데스-벤츠의 루돌프 카라치올라가 W125 레코르트바겐으로 아우토반에서 시속 432.7km의 신기록을 세웠고, 이어 로제마이어가 오전 11시47분에 기록 도전에 나섰다.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타입 C 슈트롬리니어가 옆바람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기록 주행에 반대했으나, 팀은 그에게 알리지 않고 도전을 강행했다. 
 

로제마이어를 태우고 아우토반을 질주하던 타입 C 슈트롬리니어는 도로 양옆에 나무가 빼곡하게 늘어선 구간을 지나 사방이 탁 트인 입체교차로 지점에 들어서자마자 옆에서 불어 닥친 돌풍에 제어를 잃고 도로를 벗어나 수차례 굴렀다. 로제마이어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그 차는 옆바람에 몹시 민감하기 때문에 바람이 강한 것을 알았더라면 결코 도전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경주팀을 이끌던 알프레드 노이바우어는 훗날 자신의 저서에서 알루미늄 차체가 풍압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 사고 원인이라며, 뛰어난 기량의 로제마이어라도 사고는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사고 현장 근처 숲속에는 작은 추모공원이 있다. 매년 1월 28일이면 시장 및 지방의회 대표, 아우디 관계자 등이 이곳에 모여 고인을 기리는 추도식을 연다. 로제마이어가 태어난 도시 링겐에는 그의 이름을 딴 거리(베른트 로제마이어 스트라세)가 있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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