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쿠페를 가린다, AMG GT / 911 GTS / F-타입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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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쿠페를 가린다, AMG GT / 911 GTS / F-타입 R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 승인 2015.07.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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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서부의 반도에 자리 잡은 웨일스는 시승코스의 천국이다. 만약 어떤 차를 마음껏 타고 다니면서 속살을 파헤치려 한다면, 노면이 깔끔한 A급 도로와 서킷에서 테스트 해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로드카는 역시 서킷보다는 도로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테스트 장소로는 웨일스가 제격이었다.

메르세데스-AMG GT는 SLS AMG의 후계자다. 즉, SLS에 이어 AMG가 개발한 두 번째 독자 모델이라는 뜻이다. GT는 SLS처럼 알루미늄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SLS보다 작고, 파워도 약하다. 그래서 더 저렴하다.
 

하지만 ‘약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표현이다. GT 역시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라인업은 두 모델로 구성되어 있는데 GT는 신형 4.0L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462마력의 힘을, GT S는 51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시승차인 ‘GT S 에디션 1’은 여기에 에어로다이내믹을 위한 장비가 추가되고 시트 등 일부 소재의 컬러가 다르다. 실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우리는 예전에 해외에서 AMG GT를 경험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오늘은 두 라이벌과 비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 번째 라이벌은 포르쉐 911 카레라 GTS. 사실 430마력의 911 GTS와 어울리는 상대는 AMG GT S보다 462마력의 AMG GT이겠지만, 출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911이 라이벌에 밀린 적은 결코 없었다.
 

그 다음 상대로 우리는 애스턴마틴 밴티지를 계획했지만 애석하게도 무산되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좋은 라이벌, 재규어 F-타입 R을 선택했다. 최고출력은 550마력으로 AMG GT S와 대등하고,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파워를 뒷바퀴로 보낸다.

SLS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GT가 처음부터 친숙할 것이다. 물론 도어는 일반적으로 열리고 SLS보다 덩치가 작다. 하지만 아름답게 마감한 실내에 들어서면 금방 이 차의 정체를 깨우치게 된다. 센터 터널이 상당히 넓어서 좌석간의 간격이 크고, 문턱은 드나들기 쉬우며, 터널의 두께는 섀시의 강성을 더해준다. GT의 너비는 1,939mm로 911보다 거의 100mm가 더 넓다. 아울러 20인치 휠(기본형은 19인치, S는 뒷바퀴만 키웠다)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4.0L V8 엔진은 두 실린더 뱅크 사이에 터보를 끼고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앞, 뒤 무게 비율은 48:52로 뒷바퀴에 무게를 살짝 더 싣는데, 이는 핸들링 밸런스를 위해 철저히 계산된 결과다.

이제 도로시승을 시작할 차례. 메르세데스-AMG GT는 분명 대단한 엔진을 골랐다. 터보를 받아들였지만 V8 엔진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배기량이 2배가 되더라고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만큼 우렁찬 포효로 주위를 압도한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난 GT의 잠재력이 얼마나 폭넓은지 실감했다. 스티어링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방향전환이 빠르고 경쾌하다. 그리고 무게를 조절할 수 없는데, 변속기 터널 위의 수많은 버튼을 생각하면 의외다. 로터리 컨트롤의 드라이브 모드 스크롤 방식에 비춰 봐도 생뚱맞은 일이다.

반면, 서스펜션, 엔진 반응, 차체 콘트롤과 기어변환은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다. 괜찮은 수준의 시골 도로에서는 모두 다 ‘약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승차감을 살리기 위해 보디의 움직임을 조율하고 각종 조절장치를 잘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고속주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운전의 재미는 감각적인 피드백이 아닌, 장쾌한 엔진 사운드와 비주얼에서 나왔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토요타 86이었다면 운전에 한층 감칠맛이 나고 스티어링 피드백이 좀 더 뚜렷할 것이다. 그러나 GT는 다른 방법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이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재규어 F-타입 R 쿠페도 비슷한 유형인데, 난 그 점을 무척 좋아한다. F-타입 R 쿠페 역시 시동을 걸면 힘차게 울부짖는다. 다만 훨씬 날카롭고 날이 서 있다. 그러나 인테리어에서는 AMG GT의 감각과 마무리를 당해낼 수 없다. 디자인은 깔끔하지만 전반적으로 GT가 한 차원 높게 느껴진다. 물론 가격은 F-타입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봐줄 만하다.
 

하지만 주행 성능에서는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 법. 5.0L V8 엔진에 슈퍼차저를 달고 나온 F-타입은 어느 속도에서나 긴박하게 돌아간다. 오른 페달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황당하게 빠르고 기민하다.

GT는 1,750rpm부터 66.1kg·m의 토크를 뿜어내는데 반해 F-타입은 3,500rpm에서 69.2kg·m의 토크가 나온다. 하지만 재규어 V8 엔진은 반응이 한층 발랄하다. 아울러 거침 없는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번개처럼 잠기며 어떤 변속기에도 밀리지 않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스티어링은 F-타입 쿠페 R이 생동감 넘치고, 코너 진입과 탈출에서 뒷 타이어가 한층 예리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GT보다 무겁고 정확도가 조금 떨어진다. 공식자료에 따르면 차의 무게는 5kg 차이가 난다. GT가 1,645kg, F-타입은 1,650kg. 하지만 그 차이는 스티어링 덕분에 훨씬 크게 느껴진다.

트랙션은 재규어의 강점이 아니다. 보디 동작이 한정되어 있어 스티어링은 필요한 만큼의 피드백을 제공한다. 아울러 GT와는 달리 드라이버를 빨아들이는 사운드가 없다. 결론적으로 F-타입 R은 GT와 비슷한 유형이면서 그에 못지않게 능숙하지만, 같은 수준까지 도달하진 못한다.
 

다음은 911 GTS. 라이벌 중 가장 작은 엔진을 쓰고 출력이 가장 떨어진다. 또한 폭이 가장 좁고 제일 가볍우며, 뒷좌석을 갖춘 유일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번 비교시승에서 우승을 차지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911은 아득한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

911에 화려한 눈요기 거리는 없다. 실내는 프리미엄의 수준을 적당히 지켰고 화려하기보다는 기능적으로 마무리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GT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F-타입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인체공학적으로 트집을 잡을 구석도 없다.
 

단지 911 GTS에 드라마를 기대할 수는 없다. 매끈한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라이벌 중 유일한 자연흡기 방식이다. 430마력에 도달하려면 7,500rpm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44.8kg·m의 토크를 끌어내는데도 5,750rpm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쪽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바퀴가 돌아가는 순간 911 GTS가 얼마나 황홀하게 조율되고 다듬어졌는지 알 수 있으며, 친숙한 느낌으로 현란한 경험을 선사한다. 가벼운 앞머리는 정교한 파워 스티어링을 빈틈없이 따른다. 최적의 중량, 탁월한 감각과 운전자가 요구하는 모든 기능을 갖췄다.
 

시승차의 7단 PDK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GT와 대등하고, F-타입보다 덜 매끈하지만 더 예리하다. 그리고 엔진은 어떤 rpm 구간에서나 완벽하게 뻗어나가고 예측 가능하다. 엔진 사운드가 속이 차지 않는다면 레드라인까지 기다리라.

430마력의 파워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GTS를 더욱 자주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다. GT와 F-타입은 토크를 살리면서 신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반면, 911은 중간 회전영역에서 더욱 즐겁다. 4단 3,500rpm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빼어난 반응을 보인다. 그 때 브레이크를 걸면서 1~2단을 내리면, 완벽하게 들어맞는 회전대에 도달한다.
 

911은 기계식 제한슬립 디퍼렌셜(다른 두 라이벌은 전자식으로 더 세련됐다)을 달았다. 앞뒤 무게비는 42:58로 노즈가 약간 위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911의 개성일 뿐이다. 911은 모범적인 강성과 날렵한 승차감을 뽐냈다.

서킷에서는 도로에서 받은 인상이 더욱 강화됐다. 우선 F-타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담하게 타이어 연기를 내뿜으며 재미를 안기고 감동을 줬다. F-타입은 트랙데이에서 볼 가망이 없지만 크게 아쉬워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GT에는 그보다 더욱 큰 기대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GT를 서킷에 내놓았을 때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었다. 가장 빡빡한 댐퍼를 달고 있는 GT는 침착성을 지켜낼 보디 컨트롤이 부족하다. 그리고 스티어링은 자연스런 느낌을 주지만 메르세데스-AMG에 어울리는 호사는 아니다. 반면, 911의 스티어링은 성숙하고, 핸들링 밸런스는 강력하다. 포르쉐는 도저히 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메르세데스-AMG GT를 가져야 할 좋은 이유가 있다. 현재 영국에서 GT를 사려면 18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당분간 대기 기간이 줄어들 가망은 없어 보인다. GT는 죽도록 듣고 싶은 엔진 사운드를 자랑할 뿐 아니라, 분명 여러모로 깊은 인상을 준다. 이런 차를 날마다 타려고 산다면 그 보상과 매력은 뚜렷이 드러난다. 그래서 F-타입을 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 스포츠카다운 스포츠카를 원한다면 선택의 길은 하나밖에 없다.

글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사진 · 루크 레이시 (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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