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기술 얹고 전장 누비는 전투장갑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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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기술 얹고 전장 누비는 전투장갑차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7.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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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시스템의 CV90이 액티브 서스펜션으로 험지에서의 조종성과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우리가 매일 타고 있는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 가운데 상당수는 다음 세 분야에서 온 것들이다. 우주항공, 모터스포츠, 그리고 방위산업. 군사기술은 성능과 신뢰성이 최우선이므로 방위산업체는 민간에서는 하기 힘든 고비용·고위험 개발도 마다하지 않는다. 방위산업이 첨단기술의 산실로 평가되는 이유다.

군사기술은 우리의 생활과도 밀접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 미국 국방성이 핵전쟁 하에서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도록 1969년에 구축한 내부 통신망 아파넷(ARPANET)이 인터넷의 시초다. 그밖에 통조림, 전자레인지, 라디오 등이 군사기술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어떨까. 터보차저, 헤드업 디스플레이, GPS 내비게이션, 나이트 비전, 레이더, 초음파 센서, 음성인식기술, 카본파이버 등이 모두 군 출신이다. 현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이 한창인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무인항공기 및 정밀유도무기 기술이 쓰인다.

첨단 군사기술은 기술 발달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면서 민간에 파급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반대로 민간에서 상용화한 기술이 성능과 신뢰성 개선을 거쳐 군에서 활용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영국의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은 지난 4월 F1 경주차 기술을 응용한 전투장갑차 CV90을 공개했다. CV90은 스웨덴의 헤그룬드(Hagglund)와 보포스(Bofors)가 1984년 개발에 착수해 1994년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한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IFV)다. 현재는 BAE시스템 AB가 개발과 생산을 맡고 있다.

CV90에는 지휘·정찰용, 대전차용, 대공용, 구난용 등 다양한 계열이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K-21 한국형 차기 전투장갑차 개발 당시 CV90의 다기능성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V90은 스웨덴 육군을 비롯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에서 운용 중이며,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해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작전을 펼쳤다.
 

BAE시스템은 CV90의 전투성능을 높이기 위해 1990년대 F1 경주차 기술을 가져왔다. 전자제어 액티브 서스펜션이다. 액티브 댐핑 시스템을 통해 CV90의 조종성을 개선하고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 액티브 서스펜션을 갖춘 CV90은 K-2 흑표, 레오파르트 2A7 등 3.5세대 최신예 주력전차(MBT)보다 험지에서 30~40% 빠르게 기동할 수 있다.

시스템은 주행속도와 전방 지형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지상고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차체를 평형 상태로 유지한다. 앞뒤 피칭은 40% 줄었다. 덕분에 승무원들에게 보다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해 전투 피로도를 줄이고, 포수의 표적 탐지 및 명중 확률을 높였다. 또한, 안정성이 향상됨에 따라 각종 부품의 손상과 마모가 줄어 수명 주기 정비 비용도 절감하게 된다.
 

BAE시스템의 CV90 플랫폼 매니저 댄 린델은 “CV90 같은 궤도형 전투장갑차에 경주차의 액티브 서스펜션을 적용한 시도는 우리에게도 처음”이라며, “앞선 기술을 통해 일선 부대에 전투력 향상 및 유지비 절감이라는 혜택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BAE시스템은 액티브 댐핑 시스템의 구조나 작동원리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액티브 서스펜션은 로터스의 콜린 채프먼이 고안했고, 1983년 로터스 92에 처음 쓰였다. 이후 윌리엄스는 독자적인 전자제어 액티브 서스펜션을 개발해 1992년 FW14B에 달았으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1992 시즌을 지배했다. 국제자동차연맹은 1994년부터 F1에서 액티브 서스펜션, ABS, TCS, 론치컨트롤 등 모든 운전자 보조 전자 장비를 금지했다. 이 같은 규정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스프링 대신 유압 실린더를 사용하는 액티브 서스펜션은 자세유지와 진동억제 효과가 뛰어난 반면, 시스템이 무겁고 별도의 동력을 필요로 하는 등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구조가 복잡해 가격이 비싸고 유지비용도 높다.

양산차에는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이나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주로 쓰이고 있으며, 현재 양산차에 적용된 액티브 서스펜션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매직 보디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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