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는 언제나 변화무쌍하다. 많은 자동차들이 새로 출시되고 사라진다. 자동차회사도 초기, 중기, 말기를 거치며 변화한다.
현재 기아는 중간 단계에 단단히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는 저렴한 차를 팔던 이 회사가 세계 주요 자동차회사 중 하나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기아는 품질, 디자인, 운전감각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올랐다.
신형 벤가의 영국 가격은 1만4천895파운드(약 2천450만원)로, 닛산 노트와 혼다 재즈 같은 라이벌들과 비슷하다. 그리고 작은 변화를 거쳤다. 외관상 변화는 라디에이터 그릴 크기를 키우고, 범퍼를 날카롭게 다듬은 정도. 또한 에어컨, 파워 윈도우, 오토 라이트, 주차센서, 블루투스 등과 함께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도 기본사양에 넣었다.
벤가는 포드 피에스타보다 길이가 불과 10cm 길지만, 키 180cm의 성인 4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뒷자리 바닥에 센터터널이 없어서 어깨끼리 닿는 게 상관없다면 가운데 좌석에도 앉을 수 있다.
비교적 넉넉한 실내공간을 갖추고도 트렁크 용량은 440L이고, 트렁크 바닥을 가장 낮추면 570L로 넓어진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앞뒤로 움직일 수도 있다. 간단한 조작으로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253L의 공간이 확보되며, 이때 바닥은 완전히 평평하다.
스티어링 휠과 앞좌석은 조절 폭이 커서 운전 자세가 좋고, 넓은 글러브박스와 실내 곳곳에 수납공간도 갖추고 있다. 구식 디스플레이가 달린 작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조작이 약간 성가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익숙해질 것이다.
실내는 대부분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덮었다. 플라스틱 품질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고루하지만, 실내는 밝고 쾌적하다. 그러나 두꺼운 A필러가 시야를 방해하고, 날렵한 리어 윈도우 라인이 후방 시야를 제한한다.
1.4L 디젤 엔진은 89마력의 힘을 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14초가 걸린다. 그런데 실제로는 제원표 수치보다 빠른 느낌이다. 힘이 넘치는 엔진은 아니라서 추월하려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도심주행과 약간의 고속도로 주행을 포함한 일상 용도로는 괜찮은 수준이다.
엔진의 섬세함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공회전 때 달달거리고, 속도를 높이면 요란하고 거칠다. 다행히 6단 수동변속기는 변속감이 아주 매끄럽다. 승차감과 핸들링의 균형은 소형 MPV로서는 좋다. 비록 작은 노면의 기복에 안절부절 못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신형 벤가는 충분히 많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벤가는 실용적이고 운전하기 쉬우며, 장비를 충실히 갖췄고, 잘 만든 차다. 하지만 1.4 CRDi 엔진의 세련미가 부족해 다른 장점들을 무너뜨린다. 결론적으로, 만약 벤가를 정말로 원한다면 디젤보다는 1.4L 휘발유 모델을 추천한다.
그러나 결국 재즈나 노트를 구입하는 게 낫다. 이런 소형 MPV는 실용적인 이유로 구입한다. 재즈와 노트는 실용성 면에서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벤가보다 잘 다듬어졌다. 벤가는 실내공간과 트렁크는 넓지만, 엔진의 세련미가 부족하다. 좋은 자동차지만 주요 라이벌들이 더 낫다.
글 · 존 하웰 (John Howell)
Kia Venga 1.4 CRDi (영국 기준)
엔진 직렬 4기통, 1396cc, 터보디젤
최고출력 89마력/4000rpm
최대토크 22.4kg·m/1750~2750rpm
변속기 수동 6단
무게 1345kg
0→시속 100km 가속 14.0초
최고시속 167km
연비 22.2km/L
CO₂ 배출량 119g/km
